16. 가을, 여기 왜 안가? 클래식 뮤직 카페

먹어대다 떠올린 쓸데없는 생각, 열 여섯 번째

by 어니언수프



날씨가 쌀쌀해지면 특유의 정취와 함께 유독 클래식이 떠오르는 시기가 온다. 어머니는 의외의 곳에서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어릴 때부터 클래식 CD 전집이 집에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이것저것을 괜스레 틀어보던 기억이 있다. 그 덕에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을 좋아할 수 있었고,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파가니니의 이름도 알고 있다. 그래도 그다지 잘 알지 못하지만, 정규 교육 과정의 음악 시간에 배운 클래식도 떠올려 보면 그렇게 쓸모없는건 아니었다.


그래서 깊어가는 가을에 방문하기 딱 좋은 클래식 뮤직 카페를 소개해 본다. 가사가 없는 멜로디를 풍부한 음질로 들으며 커피 한잔 해보는 호사를 누리고 싶다면, 강추다.



1. 파주 헤이리 황인용 뮤직스페이스

입장료 일반 10,000원

이름이 알려진 아나운서이던 주인장의 이름을 자신있게 내건 파주 헤이리의 음악감상 공간.


손님들의 연령대가 제법 다양하며, 헤이리 자체가 알려진 관광지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지도 모른다.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음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머핀과 파운드케익 류의 빵을 카운터에서 계속 제공하며 바나나, 초콜릿, 얼그레이 등으로 나오는 종류가 조금씩 바뀌는데 제법 맛있다. 몇 번이든 가져다 먹는 건 좋지만 남겨서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테이블마다 몽당연필과 종이가 있어서 끄적이는 재미가 있는데, LP판으로 보유된 곡이라면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는데 그 목적으로 보인다. 방문했던 날은 사람이 가득 차 있어 신청곡을 내 볼 용기가 없었다. 공간의 특수성 때문인지 사람이 가득 차도 소란스럽지 않다.

안쪽으로는 수천 수만 장은 되어 보이는 LP판을 보관하고 있는 공간이 있다. 물론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오랜 세월이 함께한 멋진 취향을 느껴볼 수 있다.


2. 남양주 레브델

커피메뉴 10,000원부터.

기본으로 제공하는 시나몬향 과자와 아몬드가 박힌 과자가 고소하고 맛있다.


지금은 일반 관광목적으로는 폐쇄된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가까운 곳이다. 주변이 아주 조용한 동네라 두물머리에 갈 계획이 있다면 묶어서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거대한 철문을 밀고 들어가면 카운터가 먼저 보이고, 웅장한 클래식 음악소리가 퍼지는 왼편으로 몸을 틀어 돌아보면 어마어마한 스피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주인공 두 사람이 음악 감상을 하던 방의 느낌과도 조금 유사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제는 어디 가서 구경할 수도 없는 제품들이라 하고, 게다가 곳곳에 걸린 그림 작품 덕에 전시회에 들어왔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이 곳도 신청곡을 받는데, 손님이 적어서 용기있게 신청해 보았다. 리스트로는,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 디 콰트로가 우리말 가사를 얹어 발표한 <좋은 날>의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 3악장 ㅡ가을의 정취에 그만이었다ㅡ, 그리고 조금은 봄에 더 잘 어울리는 슈베르트의 <송어>.


"네, 유명한 곡이죠." 라던 주인장의 고급스러운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신보를 발표한 포르테 디 콰트로의 최애 곡 뮤비를 첨부하며.

https://www.youtube.com/watch?v=Lf6Ycgx17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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