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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상담소 양희조 Jun 10. 2021

[겨우 서른] 유산 후 갈등을 마주한 중샤오친부부

1회기 이마고 부부상담을 받아보기로 한 중샤오친과 천위

(가상 상담)

'겨우 서른'의 중샤오친·천위 부부의 방문 


유산 후 말다툼이 커진 중샤오친과 천위 부부가 상담자를 만났다면

[‘겨우 서른’ 7-12편 중샤오친·천위 부부의 고민을 중심으로]



1) 부부의 고민


    아내 중샤오친의 마음


   올해 서른을 맞이하는 중샤오친. 자신의 삶에 확고한 목표는 딱히 없지만 친한 친구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발 벗고 달려간다.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도 거의 없다. 회사에서는 남들이 기피하는 번거로운 잡일들도 웃으며 떠맡게 되는데, 싫다는 말도 좀 해야 한다지만 이렇게 내 존재를 인정받는 게 좋다.


   방송국 기자인 천위와는 선으로 만나 결혼한 지 3년 차. 남편 천위는 책임감이 강하지만 속 얘기를 잘하지 않는다. 집에 오면 물고기를 돌보는데 전념하고 아침에 같이 식사할 때도 휴대폰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결혼하고 당분간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 천위의 계획에 동의하여 몇 년간은 피임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계획에 없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지워야 하나? 키우는 게 맞나? 혼란스러웠지만 생애 처음으로 주변 사람들의 요구가 아닌 나의 의지로, 이 아이를 키우고 싶어 졌다. 아이의 태동을 들으면서 샤오친은 아이를 낳겠다는 의지가 강해졌지만, 천위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다가 아이와 연이 이어지지 않아 유산을 했다. 천위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는데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천위가 아이를 반기지 않아 아이가 떠난 건 아닐까? 이 사람은 내가 어떤 슬픔을 겪고 있는지, 알기는 할까? 입을 꾹 다문 천위 얼굴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출처: 넷플릭스

 

   남편 천위의 마음


   샤오친이 처음 임신 소식을 알렸을 때, 천위가 중절 수술을 권유했던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리 부부가 경제적, 정서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정말 충분한 어른일까? 물고기를 키우는 천위는 가장 적절한 물의 온도를 맞추고 수조에 불순물이 생기지 않았는지 살피는 데에 퇴근 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반면 샤오친은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피카츄(고양이)가 아직도 여기저기 쉬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키우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무언가를 키우기로 한다는 건 굉장한 책임감과 그에 맞는 행동이 필요한 일인 건데. 천위의 어린 시절은 철없는 동생을 챙기는 게 벅찼던 기억만 있을 뿐이다. 나에겐 듬직한 아버지의 상이 없는데, 과연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병원에서 아이의 태동을 듣는 순간 천위의 마음도 바뀌었다. 말보다 행동이 익숙한 천위는 아이에게, 그리고 임신한 샤오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시작한다. 수조 자리를 대신할 아기 침대를 고르고 샤오친이 넘어지지 않게 집안 곳곳에 등불을 설치했다. 샤오친이 천위의 변화와 노력들을 알아차리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다 샤오친이 유산을 했다. 샤오친의 고통이 너무나도 커 보였고 자신의 슬픔은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 아, 내 마음의 변화를 나눈 적이 없다 보니 내가 아예 슬프지 않은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었겠구나, 오해를 알아차렸지만 걷잡을 수가 없다.


출처: 넷플릭스



2) '이마고 치료'로 다루기

     이마고 치료는 부부를 서로의 상처 치유를 위해 꼭 필요한 협력자로 바라봅니다. 부부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며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봅시다.


   - 1단계

    이마고 대화법을 배워봅시다.

     이마고 대화법은 부부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며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기 위한 치료과정입니다. 조용한 공간에서 서로 집중하여 마주 보고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의 눈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대화를 할 거예요. 먼저 대화를 요청하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이 되고 파트너는 '듣는 사람'이 됩니다. 말하는 사람이 주의해야 할 점은,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 특정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어떤지에 대해 한 번에 짧게 얘기하는 겁니다. 듣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 감정, 입장은 잠시 내려놓고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자신의 이야기를 중간에 하거나 질문을 하지 않고 경청하고 반영, 요약, 인정, 공감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역할 바꾸기를 할 때 듣는 사람은 이제 새로운 보내는 사람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 말하는 이: S(Sender), 듣는 사람: R(Receiver)


   - 2단계

    좌절 대화법: 좌절 경험에 대해 대화 나누기

     먼저 대화를 요청할 사람을 정해 볼까요? 두 분이서 결정해주세요. 그래요, 그럼 중샤오친님이 먼저 대화를 요청해볼게요. (Sender = 중샤오친, Receiver = 천위) 이야기를 편하게 이어나가실 수 있도록 상담사가 문장 줄기를 제공해드릴 거예요. 그 이후에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편하게 나눠주시면 됩니다. 내 마음을 좀 더 잘 살피고 대화를 진행하고 싶다면, 미리 아래의 표를 작성해보셔도 좋습니다.



S: 천위, 내가 느끼는 좌절에 대해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R: 좋아요, 이야기해주세요. 들을 준비가 되었어요.


S: 나는 당신이 평소 퇴근하고 나에게 눈을 맞춰 인사하기 전에 바로 방으로 들어가 물고기만 신경 쓸 때 속상해요.

당신이 그럴 때 내 심정은 나는 물고기보다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것처럼 느껴져서 혼자인 듯한 기분이 들고 외로워요.

그때 내게 가장 상처가 되는 것은 올해 임신을 하고 유산을 하고 마음의 변화들이 많았는데, 당신이 내게 관심이 없다 여겨 저서 이러한 마음을 당신과 나눌 수 없다는 거였어요.

그때 내가 정말 두려웠던 건 우리가 영영 이런 거리감을 좁히지 못해 멀어지면 어쩌나 하는 거였어요.


R: 그랬구나. 내가 평소에 퇴근하고 물고기를 먼저 챙기다 보니, 당신은 마치 물고기가 당신보다 내게 더 중요한 존재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내가 당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최근에 겪었던 마음의 변화들을 내게 나누기가 어려웠고 우리 사이가 멀어질까 봐 두려웠던 것 같아요. 내가 잘 이해했나요? 거기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세요.


(이와 관련한 비슷한 상황/감정을 최근 혹은 과거 어린 시절 느꼈다면 연관 지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S: 그런데 당신이 최근 내가 유산을 하고 나서 나의 기분을 묻지도 않고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한지 묻지도 않은 채로 엄마에게 나를 맡기고 일을 하러 나갔을 때, 나는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내 심정은 임신뿐 아니라 유산마저도, 우리의 일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일로 여기는 것처럼 느껴져 너무 외로웠어요.

그때 내게 가장 상처가 되었던 건 나는 혼자이고 세상의 힘든 일은 당신과 나눌 수 없을 것 같다는 거리감이었어요.    

그때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은 당신이 내 옆에 있어서 내가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었어요.


R: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당신이 이해가 돼요. 뭐가 이해가 되냐 하면, 당신이 유산으로 힘들었을 때 내가 당신이 필요한 게 뭔지, 지금 어떤 마음인지 물어보지도 않아 당신이 혼자 있다고 느꼈다는 거예요.

나는 당신이 그때 굉장히 외롭고 나에게 충분히 의지하면서 안도감을 느끼고 싶었을 거라고 상상이 돼요. 그것이 당신이 느낀 건가요?


S: 맞아요, 잘 이해해줬어요.


R: 내가 당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말해주세요.


  -  3단계

    행동수정 요청

     상대방이 이전과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아주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할 수 있고(measurable), 성취할 수 있고(attainable), 관련 있고(relevant), 시간제한이 있는(time-limited) SMART 하게 얘기하는 법을 배워봅시다. 요청은 구체적이고 행동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시간의 제한을 두어 주세요.


S: 나의 요청은 3주 동안 매일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 나를 가장 먼저 살펴보는 거예요. 오늘 하루 기분은 어땠는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 물어봐주면 좋겠어요.


R: 샤오친 당신의 요청은, 당신이 충분히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3주간 퇴근하고 나서 가장 먼저 당신에게 눈 맞추며 기분을 살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봐주는 거지요. 내가 잘 이해했나요?

당신의 요청에 대한 나의 응답은, 3주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 당신이 잘 대접받는다 느낄 수 있도록 살피는 거입니다. 당신의 치유를 위한 선물로 드리도록 할게요.


S: 천위, 이 선물을 내게 기꺼이 주어서 고마워요. 당신이 그렇게 해주면 이전에 유산을 하고 나서 외로웠던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내가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도와줄 거예요.


R: 나에게 요청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을 위해 노력하면서 나에게도 성장할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이 기회는 내가 감정표현이 부족하고 서툰 부분을 성장하게 할 거예요.


S: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R: 당신의 이야기를 나눠줘서 고마워요.


        



* 이마고 부부상담


- 이마고 부부관계치료는 부부관계, 더 나아가 가족, 자녀관계, 인간관계의 치료를 위해 하빌 헨드릭스 박사와 헬렌 헌트 박사 부부가 1980년대에 개발한 관계치료로써 임상효과를 인정받아 전 세계적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부부관계치료 프로그램입니다.

- '이마고'는 어린 시절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주양육자)의 긍정적 특성과 부정적 특성을 복합적으로 가진 무의식적 내면에 형성된 이미지로,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 우리가 누구에게 끌리느냐에 영향을 미칩니다.

- 이마고 부부상담에서는 부부 각자의 어린 시절의 미해결 된 과제를 현재 부부갈등과 힘겨루기의 핵심적인 과제로 간주하고 부부치료에 임상적으로 적용합니다. 부부는 서로의 상처 치유를 위해 꼭 필요한 협력자이자, 어린 시절에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풀기 위한 서로를 위한 치료사로 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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