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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음 Jan 02. 2023

쏘시스 오 렁띠으

단순, 슴슴, 심심, 담담

  연예인의 다이어트 식단으로 렌틸콩이 소개된 이후 체중조절 식재료로 인기다.

  렌틸콩은 갈색, 오렌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종류로 메뉴에 따라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프랑스에는 흰콩으로 만드는 까술레라는 메뉴와 더불어 렁띠유 오 쏘시스라는 메뉴가 대중적이다. 특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근하게 만들어 바게뜨 한 쪽과 함께 하면 영양적으로도 훌륭한 식사가 된다.

  렁띠유는 렌틸콩을, 쏘시스는 소세지라는 듯이다. 쏘시지를 곁들인 린텔콩 요리라고 하면 되겠다.


  새해가 되면 다짐을 한다. 그 다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설날을 기점으로 다시 시작점을 잡는다. 그러다가 봄으로 재부팅되다가 좌절과 자기 혐오로 이어지는 과정을 겪는다. 매년.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을 이야기다.

 그렇게 다짐과 실패, 좌절, 포기, 안도, 새로운 희망의 반복 학습을 겪으면서 나이가 많아지다보니 새로운과 희망이라는 단어에 더이상 설레지 않고 실패에 좌절의 농도가 옅어지고 다짐에 신중해졌다.

 대신 다짐은 원대한 성공을 위한 목표치가 아니라 소소한 삶의 행복을 위한 내용으로 바뀌어갔다.

 성취는 어렵지 않고 성취감은 소소하지만 만족스러웠다.


 이번 새해의 다짐은 그러했다.

 식재료의 단순화.

 통곡물과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의 최소 조리.

 50대까지 근육을 잃지 않게 위해 스피닝과 필라테스, MTB를 했다. 이상적인 근육을 가질 수 있었고 매년 정밀 검강검진도 받았다. 이 상태를 유지하면 건강한 중년과 노년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그 단 한 가지는 그 동안 만들어온 건강에 큰 영향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해였다.

  가족력.

  아무리 노력하고 식이조절을 해도 부모님이 드시는 기저질환 약들을 피해갈 수 없었다. 건강검진을 통해 하나 하나 진단을 받고 드시던 약들을 하나 처방받아 세상과 헤어질 때까지 먹어야 했다. 게다가 지난 시간 조심해 온 식이 조절에 더욱 강도높은 식재료 변별을 요하는 진단을 마주하니 이게 바로 좌절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내과를 연구하는 의사의 글을 읽었다.

  사람의 몸이 노화의 과정 속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노화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노화의 여정을 보다 천천히 나아가려는 방법으로 식재료의 단호한 선택을 들었다.

  렌틸콩과 현미, 귀리로 만드는 밥과 두부만 넣은 된장찌개. 

  사람의 장기는 근육으로 이뤄져 노화가 되면서 근육은 손실되어 소화력은 떨어지고 장 기능은 저하되고 모든 장기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라고 한다.

  그 동안 애쓴 장기들에게 젊었을 때의 메뉴들은 매우 버거운 미션일 것이다.

 

  그 동안 식재료에 유난을 떨었던 나는 더욱 식재료에 깐깐해지기로 했다. 

  나이 한 살 더 먹은 자의 다짐이었다.

  

  렁띠유 오 쏘시스.

  렁띠유는 렌틸콩. 단백질 함량이 높은 렌틸콩을 다량 섭취할 수 있는 메뉴다. 그 외에 양파와 당근, 허브 몇 종류가 들어가고 쏘시스라고 불리는 프랑스 남부 소세지가 들어간다. 소세지의 훈제향을 싫어하거나 가공육류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소세지 대신 훈제된 닭가슴살, 비건을 위해서는 버섯으로 대체할 수 있다.

  따끈하게 먹는 이 메뉴는 거친 통밀빵 한 조각과 함께 하면 영양학적으로도 꽤 괜찮은 한끼.

  새해 아침을 떡국으로 먹었으나 둘쨰날은 건강식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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