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마음을 채우는 마음이라는 오해
사람들은 오해를 한다.
마음만이 마음을 위로한다고. 하지만 오해다. 텅빈 마음은 다양한 방법으로 치유할 수 있다. 마음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평상시 갖고 싶었으나 선뜻 살 수 없었던 것들, 새로운 맛, 향.
앤디워홀이 그랬다던가. 현대미술은 굳이 가질 필요가 없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고.
공허한 마음은,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것들이 메워준다. 그렇다.
여기 빈 공간을 채우는 요리가 있다.
비어 있는 공간의 크기를 가늠하고 그곳에 어떤 식재료를 채울까. 고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음은 충만해진다. 잘 어울리는 서너 종류의 식재료를 선택하고 잘 어울리도록, 하나만 특별히 튀지 않도록 조합해서 빈 공간을 채워야한다. 어떤 재료들이 잘 어우러지면서도 서로 맛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미술 용어로 한다면 아상블라주assemblage라고 할까.
단독으로 존재할 때 불안해지는 재료가 있다.
하나만으로는 존재감이 약하지만 맥락이 비슷한 다른 재료와 어우러지면 시너지가 폭발하는 재료. 여기에 필요한 재료들이 그런 셈이다.
홀밀크로 집에서 만든 코티지 치즈와 집 마당에서 막 자란 바질 잎은 찰떡이다. 야생으로 자란 존재들이 흔히 그러듯 인간의 손길 없이 난데없이 자란 바질은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향이 아니다. 자기보호를 위한 지나치리만큼 강한 향과 맛은 시판용의 밍밍한 맛이 아닌 진하고 고소한 코티지 치즈와 섞이면 풍부한 맛의 파티를 연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나만 외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순간순간 나만 외롭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그 영향은 SNS가 이유일 터. 무심코 들여다보는 인스타그램에는 내가 아는 지인들이 매 순간을 화려하고 맛있게 기록하고 있다. 지인의 지인을 넘어가다보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파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초대받지 못한 채로. 내게는 초대장을 보내지 않은 걸 잊은 듯.
마음이 공허해진다.
사실 모든 이들이 낮의 화려한 미소를 거두고 나면 밤마다 비어있는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라는 상상. 편히 잘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