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03 -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포트폴리오
퇴사일기03 -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포트폴리오
백수생활에 접어든지 서류상으로 2주, 실질적으로 3주차가 지났다.
자발적으로 퇴사한 몸이라 실업급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현재 나의 수입원은 지난 달에 퇴사한 회사에서 받은 월급과 약간의 연가보상금, 퇴직금 뿐이다.
술좋아하고 노는거 좋아하고 싸돌아 댕기는 거 좋아하는 한량이라 지금 수중에 있는 돈이 얼마나 갈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퇴사하기 전 부터 백수 생활이 길어질 거에 대비해서 소액의 아르바이트라도 알아보고 있었는 데 3월이면 사그라들줄 알았던 코로나 19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내 나이는 빼도 박도 못하는 30대 이다.
공공기관에서 모집하는 초단기간 근로자 공고는 코로나사태가 심각해짐과 동시에 채용공고 자체가 서울 일자리 포털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삭제(?)되었으며, 보낸 메일함의 수신확인을 해보아도 지금도 나의 지원 서류를 읽어주지를 않는다. (그리고 영원히 나의 서류를 확인해주지 않겠지 아패로도 계쏙)
주변에 직장생활과 병행 하는 사람들도 턱턱 잘만 붙었던 일일 아르바이트 지원 조차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다.
몸 담았던 직업이 브랜딩, 콘텐츠, 마케팅, 문화, 예술 이렇게 잘 뽑지도 않고 경기는 엄청 예민하게 타는 분야인데 놀랍지만 브랜딩이나 콘텐츠 분야의 이력서 통과율은 지금까지 0%를 기록중이다. 면접이라도 봐야 뽑아달라는 몸부림이라도 해 볼텐데 말이다.
이쯤되면 회사라는 곳 없이 생산성과 존재가치를 입증하기 힘들어진 내 신세가 서러워진다. 대학시절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해서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여러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데 박봉에 야근에 시달리는 디자이너가 뭐가 좋냐며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훈수를 두곤 했었다. 그런데 포장지를 까보니 회사 없이도 약간의 소일거리라도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너무나 부러운 지경이 되었다.
사람은 이래서 각자의 위치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할때가 필요 한가 보다. 남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신경쓰지않고,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 신경쓰지 않고 내가 가는 길을 믿고 나를 단련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렇게 살아야할 때일까 다른 길을 찾아야 할 때 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