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좋다.
드라마에서였나, 꽃을 피우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힘이 들어간다고 했다.
꽃이 피어나는 과정보다는, 이미 피었을 때 드러나는 향기를 좋아한다.
코를 묻고 숨을 마시면 은은하게 전해오는 향기에 어울리는, 꽃의 모양새를 좋아한다.
각자 다른 향기가 나는 것도 좋다. 향기에 따라 다른 모양새를, 어울리는 모양새를 찾아 가는 것 같아서.
향기를 맡아서 꽃을 구분하는 법은 모른다. 하지만 꽃집에 퍼져 있는 특유의 냄새를 좋아한다.
각자가 내는 은은한 향이 뒤섞여, 풀냄새로 섞이고 마는 그 향을.
도서관에 가면 각자의 책이 가진 표지 냄새, 활자 잉크 냄새,
그리고 그 위로 쌓인 경험의 냄새가 이리저리 뒤섞여서, 습기가 찼다가 사라진 나무 냄새로 변해버리는데,
나는 그 냄새도 좋다. 은은하게 닳아 없어진 언젠가를 담은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