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프라모델을 샀습니다. 건담입니다. 하지만 분명 건담 맞는데 상자에 건담이란 이름을 찾을 수 없습니다. 대신 건담 프라모델을 짧게 부른 '건프라' 거기에 '군'을 붙인 건프라군 이랍니다.
예부터 건프라는 머리통이 큰 모델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작당하고 더 거대한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302
참 재미있게 생겼네 싶었는데 이상하게 파는 곳마다 품절입니다. 작고 귀여운 것을 못 참는 저에게 품절이란 단어는 지름신을 부르는 가장 강력한 주문입니다.
내용은 단출합니다. 러너 3장이 전부에요. 그래도 러너 한 장에 3가지 색을 표현하는 반다이의 기술은 여전합니다.
이 제품은 라이멕스(LIMEX)라는 석회를 더한 플라스틱을 사용했다고 해요. 전에도 플라스틱의 강도를 더하기 위해 돌가루를 넣기도 했는데 이 플라스틱은 무릅니다. 사포로 다듬기도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하지만 뽀얀 무광이 마음에 들고 저는 게을러 색은 칠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취미는 자기만족이라 이렇게 아무도 보지 않을 총구에 구멍을 뚫어주기도 하고
기왕이면 스티커라도 좀 넣어주지 하면서 건담의 알록달록한 색을 조금씩 칠해 주었습니다.
아주 작은 부분은 이쑤시개를 사용해서 칠합니다. 가는 세필로 칠해도 되는데 붓 헹구기도 귀찮은 거죠.
투박한 빔샤벨은 핑크색으로 칠할까 하다가 다른 건담 만들고 남은 부품을 잘라 붙여 주었습니다. 이상하게 광선검은 실감이 나지 않아서 잘 쓰지 않아요. 그래서 핑크색 투명 봉이 많이 있더라고요.
투박한 디자인이라 패널라인도 없습니다. 먹선을 넣어도 티가 나지 않습니다.
패널라인을 넣어줄까 하다가 너무 작기도 하고 정성을 들여도 하나도 티가 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신소재 플라스틱은 묘하게 투명해서 먹선이 되려 지저분하게 만듭니다. 공들여 칠한 방패는 먹선이 너무 두껍게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스티커가 한 장 있어요. 이 건담에 유일한 검은색입니다. 뽀얀 다른 부분에 비해 유일하게 반짝이는 검정이 나름 잘 어울립니다.
과한 먹선이 아쉬워 파스텔로 명암을 조금 넣어주고, 다른 건담 만들고 남은 스티커도 붙여 주었습니다. 만들어 본 건담 중에 가장 작은 주제에 머리는 가장 커서 스티커가 꼭 칠하다 묻은 때처럼 보이네요.
그래도 너무 귀여워요. 머리가 커서 세워둘 스탠드도 들어 있지만 없이도 곧잘 서있습니다.
지난번에 귀여워서 만든 키티 건담과 비교해도 귀여움에서 뒤지지 않아요.
다시 분리해서 전시하는 러너 부품이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기 전 모습으로 조립할 수 있어요.
지난번 잠시 아키아바라에 갔었는데 구경하는 손님들이 모두 저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 뿐이더라 구조. 모델 조립용 현미경까지 파는 걸 보고 이 시장도 노안이 되어가는구나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건프라도 쉽게 만드는 장난감이나 이 건프라군 처럼 재미있고 귀여운 상품들이 출시되나 봅니다.
하지만 이렇게 분해해서 만들기 전 모습으로 전시할 수 있게 만든 건 건프라 만들기가 어릴 적 즐거움이었던 세대를 위한 기획이겠지요.
그 즐거운 기억을 남기기 위해 이케아에 달려가 액자를 샀습니다.
이케아에서 가장 두꺼운 액자를 샀는데도 이 건담의 머리 크기를 감당할 수 없네요.
액자 안에 넣을 수 없으면 액자 밖에 넣으면 되는 거예요. 액자에 붙을 곳을 파고 그 안에 자석을 넣었습니다.
액자의 투명 아크릴 뒤에 붙은 자석에 찰칵하고 달라붙도록 말이죠.
하지만 머리에 비해 다른 부분은 세상 빈약해서 액자에 서있지 못합니다. 다른 러너를 잘라 다리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방패와 총은 별도의 러너가 없어 스탠드에 올려두기로 했습니다.
스탠드도 안쪽을 파고 자석을 넣습니다.
원래 방패가 끼워지는 구멍과 같은 크기에 구멍도 넣어주고요.
총은 끼우기가 힘들어 냉큼 도면을 그려서 3D 프린터에 넣어 줍니다.
이 작은 것 하나 만들자고 3D 프린터를 돌렸나 싶지만
설계를 변경하지 않고 한 번에 꼭 맞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원래 액자에는 설명서를 넣어 주었습니다. 어릴 때는 설명서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거든요.
이렇게 어릴 적의 즐거움을 액자에 담았습니다.
아키아바라를 걷다 보면 쇼윈도 너머로 뭔가 작고 아기자기하고 정밀한 걸 만나곤 합니다. 누가 저런 걸 만들었을까 싶죠. 이상한 걸 보며 감탄하는 이중적인 기분으로 말이죠.
벽에 걸어놓고 지나가면서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휴 이 조막만 한 건 뭐람 하면서요.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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