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레이싱 게임을 즐기려면 좋은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3차원으로 묘사한 길과 풍경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니까요. 실감 나려면 빠르게 지나는 풍경 그래픽에 복잡한 빛과 그림자도 넣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VR 용 레이싱 게임은 그렇게 많지 않은가 봐요.
오큘러스 퀘스트 2에서 [그리드 레전드]가 출시했다기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만점과 빵점, 극과 극의 평점에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회사 인사팀 제일 높은 분과 점심을 먹었는데 이 게임을 강추하시더라고요. 자동차를 너무 좋아해서 나스카 레이싱에 세이프티 카 드라이버까지 하셨다는 경력자 추천이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기반의 오큘러스 퀘스트 2로 레이싱 게임은 무리였나 봅니다. 그래픽이 플레이스테이션 2에 릿지레이서를 생각나게 합니다. 멀리 건물은 갑자기 등장하고 비나 눈은 자동차의 속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위에서 아래로 하얀 선으로 만 묘사됩니다.
그래도 최근에 빛을 반사하는 옵션이 생겨서 그래픽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사이드 미러나 룸미러가 뭔가 반사되는 느낌이 들 뿐 뒤따라오는 자동차를 볼 수준은 못됩니다. 그래픽 옵션을 손볼 수 있지만 빛 반사 옵션을 켜면 어떤 경기는 프레임이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드리프트 주행이라도 하면 그런 현상은 더 심해지죠.
이런 레이싱 게임의 치명적인 단점에도 저는 요즘 모든 게임을 끊고 이 게임만 하고 있어요. 그래픽을 포기한 대신 달리는 자동차의 묘사가 뛰어납니다. 차종, 튜닝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정도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타이어 접지가 조금 과하게 좋은 느낌이지만 차종에 따라 다른 정도를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충돌에 의해 부서지는 표현이나 연석을 밟았을 때 잠시 접지를 잃어버리고, 바람에 와이퍼가 흔들리는 묘사까지 달릴 때 느끼는 표현에 이상하리 만치 자세히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VR이니 공간감인 어떤 레이싱 게임보다 뛰어납니다.
게임은 처음에 이게 뭐야 싶다가 점차 어라 재미있네 싶어지는데 볼륨이 상당히 커요.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한참 스토리 모드를 즐기고 달렸던 길을 다시 해보고 싶어 들어간 커리어 모드에는 스토리 모드에 없던 코스가 계속 등장합니다. 새로운 자동차도 계속 등장합니다.
조이스틱의 아날로그 스틱으로 운전할 수 있지만 운전대를 잡는 것처럼 잡고 돌리는 옵션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왼쪽 조이스틱을 좌우로 회전하면 인식하는 방법이지만 동그란 바퀴를 보조로 잡으면 훨씬 실감 나죠.
그래서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맞아요. 저는 레이싱 게임을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처음에는 그냥 핸들 모양만 만들까 하다가 의자에 거치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겠더라고요.
의자에 결합하는 부분, 핸들 축이 되는 부분 그리고 핸들이 되는 부분을 그립니다.
이번에는 부피가 좀 큰 편입니다. 3D 프린터가 한참을 일합니다.
3D 프린터로 만든 부품은 적층 방향으로 약합니다. 핸들 축을 수직으로 출력하면 결을 따라 부러질 수 있어요. 힘을 받는 부분에 수직이 되도록 출력하면 훨씬 튼튼해집니다.
의자에 고정하는 부분과 핸들을 고정하는 부분은 나무로 연결합니다. 이것까지 3D 프린터로 출력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튼튼하게 만들기 쉽지 않아요. 요즘 3D 프린터와 나무로 만들어지는 구조가 좋아지고 있어요.
의자에 딱 붙어 있도록 만드는 게 제일 고민이었어요. 'ㄷ'자 모양에 위에는 벨크로 아래는 고무판을 붙였습니다.
이렇게 끼워져요. 살짝 움직이기는 하지만 게임에 빠져들면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다른 끝에 핸들 축을 끼웁니다.
그리고 핸들을 만듭니다. 조이스틱이 들어가는 부분은 지난번 VR 건스톡을 만들기 위해 Thingivers에서 받았던 디자인입니다. 나무와 수직이 되도록 조금 수정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41
게임을 하다가 빠지면 안 되니까 완전히 뒤집어야 끼워지도록 설계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자석으로 만들면 훨씬 좋았겠다 싶어요. 설계할 때는 왜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나 모르겠어요. 아마 빨리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서두른 탓이겠죠.
완성입니다. 이제 훨씬 재미있게 [그리드 레전드]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길게 뻗은 목이 어쩐지 허전해 예전에 만들었던 작은 선풍기를 달아주었습니다. VR 게임을 할 때 앞에 선풍기를 틀어두면 가상 공간이 훨씬 실감 나게 다가오거든요. 게임이 안 풀려 받은 열을 식혀주기도 하고요.
이제 달릴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핸들에 손이 고정되어 안정적인 만큼 안전 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에서 안전 운전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싶긴 하지만요.
제 첫 레이싱 게임은 애플 2e로 즐겼던 니드포 스피드였어요. 플레이 스테이션에 릿지레이서에서 그란투리스모도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즐겼고 포르자 모터스포츠도 좋아합니다. 모두 진짜 시뮬레이션이라기 보다 아케이드 게임에 가깝기는 하지만 레이싱 게임은 항상 깊이 빠져들곤 했어요.
그리고 인생의 교훈을 얻죠.
실수로 아무리 뒤처져도 포기하지 말 것.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가 있다는 것.
자신의 능력을 알아야 함. 거친 커브는 내 능력과 자동차 성능 이상의 기적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선두에 섰다 해도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말 것. 금방 다른 차가 앞질러 달리죠.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