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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May 31. 2022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즐기는 VR : 메달 오브 아너

Daddy's Toy Workshop


역사와 전통의 1인칭 슈팅게임 [메달 오브 아너]의 신작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현장감 넘치는 연출에 당시의 무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탈것까지 경험할 수 있어 정말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게임입니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어딘지 조작감이 이상해지더니 [콜 오브 튜티]가 등장하면서 지갑을 열기에 서운한 게임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 신작은 VR입니다.

https://youtu.be/qKLSGc5_APo


1인칭 슈팅은 VR에서 훨씬 재미있어요. 현장감이 중요한 게임 장르이니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VR을 선택한 건 당연하면서 모험이기도 합니다. 저한테도 모험이었는데 이 게임 용량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제 퀘스트 2는 용량이 64기가입니다. 이 게임은 악명 높은 용량을 자랑합니다. 설치하기 위해 OS만 남기고 모두 지워야 했습니다.


이런 엄청난 투자와 기대에 비해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시리즈가 자랑하는 다양한 경험들이 VR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즐기기로 마음먹었어요. 지난번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 [스나이퍼 엘리트]는 허공에 총을 잡는 자세가 영 이상했거든요.


https://blog.naver.com/smoke2000/222676360046


일단 아들이 닌텐도 스위치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장난감 총을 몰래 가져옵니다.



이 개머리판이 딱 좋겠네요. 이제 VR 건 스톡을 만들어볼 차례입니다.



총신이 될 나무를 깎고 단단하게 고정할 나무젓가락도 붙입니다. 이제 이 장난감 총은 내 겁니다.



손잡이를 만들어야 하는데 게임에서 총을 잡는 건 퀘스트 2에 그립 버튼입니다. 총을 잡을 때 이 트리거가 눌러지게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세탁소 옷걸이를 적당히 만들어 고정했습니다.



잡았을 때 트리거가 잘 눌리도록 플라스틱 판을 더합니다.



완성입니다.



오른손은 이렇게 잡고



왼손은 이렇게 거들 뿐이죠. 그래도 잡을 때 그립 버튼이 눌리도록 했습니다. 사실 이 건스톡은 [스나이퍼 엘리트]에서 전혀 쓸모가 없었어요. 오른손과 왼손에 위치가 실제와 가상세계가 전혀 일치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모처럼 [메달 오브 아너]의 신작이니 이 수공예 건스톡을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실패입니다. 오른손을 놓으면 건스톡을 땅에 떨어트리기 일 수입니다. 그걸 주우러 허리를 굽히는 나는 가상세계에서는 뜬금없이 인사하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아쉬운 대로 건스톡 없이 그냥 즐길까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더라고요. 모처럼 [메달 오브 아너] 신작이고 제대로 된 건스톡이 있으면 훨씬 재미있다는 유튜버의 영상은 여린 마음속에 계속해서 맴돌고 건스톡의 가격은 게임 타이틀만큼이나 비싸지만 반짝반짝 장바구니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지갑을 불태우기 전에 한 번만 더 뭐든 시도해 보자고 찾았습니다. 3D 프린터 도면이라면 없는 게 없는 팅기버스에서 그럴듯한 디자인을 발견했습니다.

https://www.thingiverse.com/thing:4632183


퀘스트 2용 건스톡입니다.



당장 출력해야죠.



그런데 이 설계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데 이렇게 조이스틱을 끼우려면 매번 스트립을 분리를 해야 합니다. 그냥 끼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스트립을 분리하지 않아도 되도록 슬릿을 넣었습니다.



이제 분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품을 모두 마련하고 조립하기 전에 이렇게 줄을 맞춰 놓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 만들고 나면 어떤 모습이 될까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이때가 완성한 다음보다 더 즐거운 게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어요. 설렘보다 즐거운 기분은 없지요.



그런데 막상 만들고 보니 건스톡에서 왼손을 잡은 위치가 VR 세계의 위치와 이만큼이나 차이가 납니다. 왼손을 잡는 부분이 너무 짧았나 봅니다.



정확한 높이를 알기 어려워 2단계로 부품을 준비했습니다.



이제 어떤 VR 게임에도 준비가 되었습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긴급한 상황에 혹시라도 손이 미끄러지면 안 되니까 이렇게 스펀지도 붙여주었습니다.



왼손을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사실 조금 어색하긴 해요.



그래도 어깨에 딱 붙이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이렇게 잡고 있으면



가상 세계에서는 이렇게 잡습니다.

https://youtu.be/o4x1Z8VYmTA


그래도 판매되는 VR 건스톡에 비해 불편하겠지요. 왼손은 총이 아닌 무언가 둔탁한 걸 억지로 잡는 느낌이고 오른쪽 조이스틱을 끼운 손잡이는 너무 두꺼워서 게임이 길어지면 손이 아파요. 그리고 고민해서 만든 슬릿 때문인지 자꾸 빠지려고 하고요.


이런 불편함이 신경 쓰이지만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2차 대전의 레지스탕스와 작전을 하고 노르망디에 상륙해서는 비행기를 타고 적진에 들어가는 경험은 이 건스톡의 무게만큼 더 즐거웠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가 꼭 알아야 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33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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