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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May 18. 2022

바라짜 엔코 커피 그라인더 링버 홀더 고치기

Daddy's Toy Workshop


같은 원두인데 왜 다른 맛이 나는 걸까 고민하며 커피를 3잔이나 마신 오늘입니다. 3번 다 다른 맛이지만 3번 다 조금은 다른 향기를 즐길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오늘의 에스프레소도 그렇게 대충 넘기려고 했었지요.

https://brunch.co.kr/@matthewmin/236


그런데 유난히 커피 맛이 묽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추출 압력도 아무리 커피를 꽉 눌러도 6bar 밖에 오르지 않습니다. 에스프레소는 9bar는 되어야 하는데 한참 모자란 거죠. 커피 맛은 내릴 때마다 조금씩 다른 거야라고 적당히 넘어가기 힘든 문제가 발생한 거죠.


처음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을 했어요. 고압의 증기를 만드는 보일러가 고장 나면 그럴 수 있거든요. 보일러 고장이라면 스팀도 나오지 않을 텐데 스팀은 멀쩡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뭐가 문제일까 도무지 답을 짐작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지기 시작했어요. AS를 부를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어요. 카페인이 떨어지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커피의 압력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보일러에서 시작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압력을 올리려면 출구를 막아야 합니다. 그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주 가늘게 분쇄된 원두입니다.



멀쩡히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커피 그라인더가 의심스럽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를 안 해준 게 문제일까 싶어 그라인더 링을 꺼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바라짜의 엔코 그라인더는 이렇게 플라스틱 링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 분쇄도를 조절하면 이 플라스틱 링 그라인더를 물고 함께 돌아가면서 그라인더의 안쪽과 바깥쪽의 간격을 바꿉니다.



이 링을 고정하는 돌기(Rib)는 3개입니다. 그런데 돌기가 있어야 할 곳에 감쪽같이 평평합니다. 3군데에서 평평하게 잡아 주어야 하는데 2개뿐이니 커피가 갈릴 때마다 들썩들썩했던가 봐요. 커피도 고르게 갈리지 않아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압력도 만들지 못한 거고요.



그럼 그 조각은 내가 커피랑 함께 내려 마셔버린 걸까? 그때 그 끝내주는 커피 맛의 정체는 플라스틱이었던 걸까? 다음부터는 플라스틱을 조금씩 섞어 마셔볼까 생각하다가 찾았습니다. 뒤집어 흔들다 발견했어요. 그라인더를 눌러주어야 하는 돌기라 어지간한 접착제로는 고치기가 힘들 것 같네요.


https://www.baratza.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128


사실 이 부품은 잘 고장 난다고 해요. 그래서 교체용 부품을 따로 팔기도 합니다. 혈중 카페인 농도가 줄어들고 있어 성급히 주문했지만 택배가 바로 도착할리 없으니 급히 캡슐 커피로 카페인을 공급받았습니다. 조금은 침착해진 마음으로 부서진 부분을 구경했습니다.


비록 플라스틱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쉽게 파손되지 않게 비탈(Champer) 구조를 넣었습니다. 각진 모서리는 힘을 받으면 집중되어 쉽게 깨지거든요. 이런 부분은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비탈이나 둥근 모양 (Round)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깨진 부분 두께가 종이 클립이랑 비슷하네요.



클립이라면 좀처럼 휘지 않을 테니 부러진 모양과 비슷하게 구부립니다.



이렇게요.



클립이 들어갈 구멍을 뚫고



꼬옥 끼웁니다.



높이가 중요합니다. 다른 2개의 돌기와 높이가 같이 않으면 그라인더 날을 평행하게 눌러주지 못해 커피가 균일하게 갈리지 않겠지요.



쉽게 빠지지 않을 테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자외선 접착제로 고정합니다.



다시 원래대로 조립했습니다.


원래의 에스프레소 커피로 돌아왔습니다.

https://youtu.be/SvcE2b1bfK4


물론 엔코 그라인더가 이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만든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그라인더 날을 망가트릴 수 있는 것이 들어오면 이 부품이 부러지는 편이 날이 망가지는 것보다 수리 비용이 적게 들 테니까요.


이 클립 돌기는 절대 부러지 않을 테니 혹시라도 제 글을 보고 도전하실 분이 있다면 감안하세요. 물론 이 클립 때문에 그라인더 날이 망가지기 전에 다른 돌기가 부러지겠지만요.

https://www.thingiverse.com/thing:1731803


Thingiverse에 찾아보니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부품도 있네요. 직접 설계한 제품을 출력해서 판매하는 곳도 있던데 맛이 조금 달라진다고 해요. 아마 눌리는 높이가 달라지거나 수평에 편차가 생겨 커피 미분의 분포가 달라져 생기는 일이 아닐까 궁금해지기도 해요. 다음에는 직접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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