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dy's Toy Workshop
설거지를 하는 동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듣기 싫은 게 아니라 정말 안 들리는 거죠. 소리는 높은 음부터 낮은 음까지 다양하게 나누어 들을 수 있습니다. 부딪칠 때 나는 소리는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폭넓은 주파수를 모두 가지는데 싱크대에 떨어지는 물소리가 딱 그렇습니다. 사람의 목소리 따위 다양한 소리 스펙트럼에 묻히고 말지요.
이 소리가 얼마나 큰지 궁금해서 스마트폰 앱으로 측정해 보기로 했어요. (생각해 보니 대체 왜 그게 궁금해졌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74dB이나 되네요. 스마트폰 앱이 얼마나 정밀할까 싶지만 앱이 스마트폰 마이크의 특성을 정확하게 고려했다면 썩 믿을 만한 합니다. 정밀한 소음 측정기도 마이크의 특성을 고려해서 잘 못 듣는 소리는 감안해서 측정하거든요. 그보다는 측정하고 싶은 대상 말고 다른 소리가 측정 결과 영향을 줄지 고민을 하는 편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 무향실같이 특수한 소음 측정실이 필요합니다.
일단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모두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한 후에 싱크대를 살펴봅니다. 얇은 철판입니다. 다양한 주파수의 충격음이 철판을 두드린다면 분명 어떤 주파수는 싱크대와 공진을 일으키지 않겠어요? 훨씬 시끄러워지는 거죠. 마치 심벌즈같이 말이에요.
싱크대 밑에 스펀지를 때 보니 작은 패드가 붙어 있습니다.
이 패드는 끈적한 고무에 얇은 철판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이 부딪치는 곳에 충격을 흡수하고 싱크대의 공진 주파수를 다른 주파수로 옮기는 역할을 하겠지요. 작지만 제법 무겁거든요.
그럼 더 크고 무거운 패드를 붙이면 소리가 더 조용해지지 않을까요? 물이 떨어지는 곳도 더 넓게 방어할 수 있고 전체 무게가 늘어나면 공진주파수는 더 낮은 쪽으로 이동할 테니까요. 아무리 물이라고 싱크대와 이 두껍고 넓은 패드까지 공진을 일으키지는 못하겠지요.
몽땅 붙여 보기로 했습니다.
1dB이 줄어들었습니다!!! 고작 1dB라고 아쉬워하기에 데시벨은 로그 단위입니다. 1dB는 10배죠. 물론 사람이 귀로 들어 차이를 느끼려면 3dB은 차이가 나야 합니다. 게다가 사람 귀는 주파수마다 다른 크기로 듣기 때문에 dB가 아니라 dBA로 측정해야 합니다.
측정이 잘못되었다는 걸 손톱 밑에 까맣게 접착제를 붙여가며 다 붙인 다음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FFT(fast Fourier transform, 소음 측정값을 주파수 별로 표시하는 방법)로 측정했으면 아내의 바쁜 집안일을 방해해야 했던 명분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애초에 식기세척기가 있었다면 필요 없는 일이 아니었나라는 아내의 지적은 언제나처럼 예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