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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Jun 08. 2022

드론 고글도 어쩌지 못하는 끈적임

Daddy's Toy Workshop

드론은 연을 날리듯 바라보며 날리거나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보면서 비행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빠른 속도를 즐기는 레이싱 드론이라면 FPV 고글은 필수품입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86


저도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는데요. 한참을 계속 사용하다 보니 아무리 소중히 사용해도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아직 멀쩡한데 니가 벌써 왜 그런 거냐!!!


제가 사용하는 고글은 팻샥에서 한정판으로 출시한 모델입니다. 해상도는 낮지만 화면이 과하게 크다는 게 장점입니다. 어지간한 최신 제품들 보다 크지요. 촉감까지 보드랍게 고급 집니다. 아니 고급 졌지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끈적거리기 시작했어요. 여름에 개기름이 피어오른 제 피부 같지요.



사실 플라스틱은 고체와 액체 두 가지 성질을 가집니다. 적당한 온도가 되면 액체가 되어 흐릅니다. 그래서 대량으로 물건을 만들기 좋은 재료입니다. 하지만 어떤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체의 성질을 조금씩 잃어가기도 해요. 우산 손잡이가 그렇죠. FPV 고글은 우산하고는 거리가 멀 테니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제 고글은 워낙 소량 출시된 스페셜 에디션이다 보니 우산 손잡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액체 특성이 강해진 고분자는 알코올 같은 용매로 녹여 닦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덕에 주머니에 하나씩 있는 손소독제만으로도 지울 수 있지요.



그런데 조금 닦는다는 것이 안쪽에 플라스틱이 훤히 보이게 닦였습니다. 보통은 플라스틱 색이 코팅과 같은 색이라서 지워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 법인데 제 FPV 고글은 회색 플라스틱에 그대로 색을 칠했었나 봅니다.




애라 모르겠다 몽땅 닦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냥 끈적임만 없애려고 했는데 일이 커졌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말이죠.


https://brunch.co.kr/@matthewmin/141


그래도 이 FPV 고글은 몇 번 분해해 본 적이 있어 친근합니다. 완전히 분해하면 코팅을 지우기 조금은 편해지겠지요.



얼굴 가드를 당겨 빼고 스크류를 몇 개 풀면 금방 안쪽을 볼 수 있습니다.



소형 디스플레이 2개를 포함해서 전자 부품은 이게 전부입니다. 고작 이것뿐인데 그렇게 비쌌던 거냐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버튼을 덮는 플라스틱 커버를 조심히 때고, 렌즈 간격을 조종하는 레버를 뺍니다. 이렇게까지 분해해 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코팅을 지우는 게 어렵지요. 아까는 플라스틱 속이 보이도록 쉽게도 벗겨지더니 이제는 지독하게 안 닦이네요.



애라 모르겠다 스프레이 페인트 투척!!!



이제는 외모로 더 이상 오리지널리티를 남길 수 없으니 위쪽은 검정, 아래쪽은 회색으로 칠했습니다. 투톤입니다. 모듈을 덮는 커버는 유광 검정으로 칠하고요. 이게 조립하고 나서도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과하게 벗겨진 코팅처럼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페인트가 마르는 동안 저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고글 안쪽에 소중히 수집한 먼지를 닦아줍니다.



이제 다시 조립합니다. 조립은 언제나 걱정 반 기대반이에요. 잘 동작하거나 안 동작하거나 아니면 폭발하거나 셋 중 하나죠.



폭발할 때 폭발하더라도 스티커로 꾸며봅시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https://youtu.be/QyAMQg6lBhk


다행히 고글은 멀쩡히 동작합니다.



어딘지 다시 새 제품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비행도 끈적임 없는 뽀송해졌습니다.


다들 디지털 FPV 넘어간지도 오래되었는데 저는 아직까지 아날로그 FPV를 즐기고 있어요. 작은 드론에 적당한 디지털 FPV 시스템이 없다는 핑계보다 메마른 지갑이 진심이겠지요.


팻샥도 새로운 디지털 FPV 고글을 출시했습니다. DJI가 출시하는 제품도 같은 제품일 거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저는 함께 출시하는 미니 FPV 드론을 기대하고 있어요. 그때는 메마른 제 지갑이 촉촉해지기를 기다리면서요.





더 많은 드론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FPV미니드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58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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