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DJI O4 에어 유닛을 BetaFPV 85x이 이식하고 즐거운 비행을 즐겨야 했지만 사실 그렇지 못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325
바람이 불 때 카메라로 들어오는 잔진동이야 더 커다란 드론에도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O4 에어 유닛의 장점인 안정화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어요. 안정화 기능은 흔들리는 영상을 자이로센서 값과 비교해서 영상이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수정하는 기술이죠.
고글로 볼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영상이 이 기능만 켜면 미친 듯이 흔들렸습니다. 영상 녹화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 영상 따위 신경 끄고 비행만 즐겨도 행복했을 텐데 왜 저러는 걸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의심의 싹이 커가기 시작해서는 도무지 마음 편한 비행이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고쳐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세팅은 평범했어요. 기존 드론에 FC 위에 O4 에어 유닛 보드를 고무 댐퍼로 고정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폼 테이프로 캐노피에 붙이고 원래 카메라를 고정하는 부품으로 흔들리지 않게 다시 고정했습니다.
그런데 촬영한 영상은 아무 이상 없는데 자이로센서 값으로 영상의 흔들림을 없애는 자이로 플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수평으로 비행하고 있는데 영상이 옆으로 돌아가기까지 합니다. 단순한 진동 문제가 아니라 카메라의 자이로센서가 정상인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는 물건은 이상하게 불량이 많거든요. 전문적인 똥 손입니다.
그래서 모터를 켜지 않고 손으로 들고 집안을 돌아다녀 봤습니다. 일부러 조금 흔들면서요. 그렇게 찍은 영상을 자이로 플로에 넣었는데 이번엔 정상입니다. 원인인 모터에 있었던 거죠. 모터의 진동이 카메라 자이로센서에 이상을 일으키고 있었나 봅니다.
일단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수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모터의 진동이 카메라에 바로 전달되지 않도록 폼 테이프를 강화했습니다. 사실 부드러운 폼 테이프는 저주파 진동 흡수에 유리합니다. 특히 이렇게 얇은 폼은 특정 주파수만 흡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문적인 완충 품은 흡수하는 진동 주파수를 표시하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쓴 폼 테이프는 테무에서 샀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역시나 소용없었습니다. 그래도 화면이 옆으로 돌아가 버리는 현상은 사라졌습니다.
ChatGPT에게 물어보니 모터의 PWM 주파수를 24kHz에서 48kHz로 수정하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24kHz를 피하라고 하는 거 보면 카메라의 자이로센서의 공진주파수가 그 즈음에 있나 봅니다. 전문적인 진동 측정 센서도 내부 진동자의 공진주파수가 있으니 아무리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으로 만든 자이로센서라도 그런 주파수가 있겠죠. 이번엔 기대해 볼만합니다.
안 고쳐졌습니다. 어쩐지 이제는 돈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은, 그래서 통장의 울음소리를 들어야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지갑의 봉인을 해체하기 전에 (뭐 이미 이 O4 에어 모듈을 산 이후 닫히지도 않았지만) 뭐라도 더 해야겠습니다. 카메라를 단단히 고정하던 부품을 빼봅니다. 진동이 고쳐졌을까요?
그럴 리가요.
사실 BetaFPV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O4 에어 유닛 전용 마운트와 캐노피를 세트로 팔고 있었죠. 비슷하게 3D 프린터로 만들어볼까 고민이 깊어가는 동안 이미 전용 캐노피는 장바구니에 담겼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저주파를 흡수할 폼 테이프에 고주파를 흡수할 좀 더 단단한 커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옛날 드론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달던 시절의 댐퍼를 아래 달아 주었습니다.
역시나 효과 없었습니다. 그 작고 가벼운 카메라에 이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한데 심지어 모듈 발열로 동작이 정지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너무 꽁꽁 싸맨 덕분인가 봅니다. 이제 남은 건 지갑의 힘밖에 없습니다.
2주의 기다림 끝에 새 캐노피와 댐퍼가 도착했습니다. 카메라의 모퉁이 4방향으로 부드러운 고무 댐퍼로 연결하고 카메라 마운트는 캐노피에 스크류 2개로 고정하는 구조입니다. 발열도 고민한 것 같아요. 이렇게 구멍이 큰 캐노피는 본 적이 없거든요. 안 이쁘죠.
안 흔들리는 영상을 얻었습니다. 분하지만 돈이 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딘가 모자란 데가 있습니다. 바람이 없는 실내인데도 스로틀을 올릴 때 가끔 진동이 느껴집니다. 인터넷에서는 이 캐노피 설계가 완벽하지 않다는 의견이 들려옵니다. 위쪽 댐퍼가 캐노피 리브와 부딪칠 수 있다네요.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일을 못할까요? 부딪힐 것 같은 부분을 제거했습니다.
미친 듯이 흔들리지는 않는데 이번엔 카메라에 젤로 현상이 찍힙니다. 아오 진짜~!!!
뭐 잘 못 맞추는 사람들이 '거봐 내가 뭐랬어!'라고 말한다는데 이 O4 에어 유닛을 처음 볼 때 어딘가 신경 쓰이는데가 있었어요. 모듈이랑 카메라가 연결되는 전선이 너무 탱탱했거든요. 그래서 길이가 이렇게 긴가 싶기도 했는데 유튜브의 현자들도 같은 것을 지적하더라고요. 이 케이블 때문에 진동이 카메라로 들어온다고요.
내가 본 현자의 영상은 케이블 피복을 몽땅 벗겨 버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즐겨 방문하는 드론 현자 오스카 리앙님은 카메라와 연결되는 부분만 5~10mm 정도 벋기는 걸 추천하더라고요. 이렇게 선이 많은 케이블은 노이즈를 막기 위한 실드가 들어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반짝반짝 은박지가 있네요. 이건 DJI가 이 전선은 웬만하면 건드리지 말라는 봉인이기도 한데 이미 찢어진 전선 뭐 다 벗기고도 영상은 잘 나온다니 저도 딱 10mm만 벗겨보았습니다.
조금 더 좋아진 것 같지만 가끔 공진이 일어나는지 영상이 중간중간 어색하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건 저 케이블 피복을 몽땅 벗기는 것뿐이라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이상한데 집착하는 건 그만두고 즐기려고요. 곧 벚꽃도 돌아올 테고요.
사진뿐이라 얼마나 흔들리기에 저런 거야 싶은 분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세요.
완벽하게 고정된 영상을 만들지 못해 아직 마음 구석 어딘가 찜찜하긴 한데.... 아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