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작은 드론에 카메라를 달고 영상을 송출하려면 화질은 양보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실시간 영상을 전송하는 FPV 드론의 영상은 항상 노이즈 가득한 아날로그였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드론 공격 영상이 아날로그인 까닭도 그렇죠. 종종 디지털 영상을 송출하는 드론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영상 전송이 느리거나 화면이 끊어지고는 해서 역시 디지털 영상은 드론에겐 무리겠구나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디지털 영상을 전송하는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78
냉큼 구입해서는 고화질 영상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Tiny Whoop 같은 초소형 드론에 넣을 수 있는 크기와 무게는 아니었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제품이 등장했지만 전용 FPV 고글까지 바꿔가며 날려보기에는 욕심이 지갑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뭐 그래도 DJI 고글과 아날로그 팻샥 고글에 조종기까지 2개씩 바리바리 넣어 들고 고화질과 아날로그 영상을 번갈아가며 드론을 날리던 어느 날 DJI에서 초소형 영상 전송 시스템 O4 Air Unit을 출시했습니다. 뭐지? 이 제품은? 혼잣말을 하며 떨고 있는 저는 이미 지갑의 무게 따위 까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작은 상자가 손에 들려 있었죠.
작은 보드에 작은 카메라와 다이폴 안테나가 달려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무게도 고작 10g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영상 송신 시스템은 제가 사용하고 있는 DJI Goggles 2와 FPV Controller 2도 지원을 합니다. 저는 달리 무언가 더 구입하지 않아도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가진 드론 중에 어떤 녀석을 희생시켜야 하나 고민하다 날이 좋으면 풍경을 찍는 용도로 사용하는 저의 괴물 드론을 보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179
어떻게 삐뚤게 찍어도 바른 영상으로 만들어준다는 Insta360Go 카메라를 써보고 싶어 고무찰흙으로 만든 드론이었죠. 본래는 BetaFPV85x HD였어요. 여기저기를 날며 꼬질꼬질해져서 영 만지기도 싫어졌지만 이참에 묵은 때도 벗기기로 했습니다.
배터리를 뺀 드론 만의 무게는 87g이나 합니다. Insta360Go가 한 몫 했죠.
거기에 아날로그 카메라와 아날로그 영상전송 장치, 그 영상전송을 위한 전용 안테나도 있지만 조종기와 연결할 수신기도 달려 있습니다. 이제 이 부품들이 전부 DJI O4 Air Unit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연결은 복잡하지 않아요. 조종기 수신을 위한 S bus도 있고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받을 RX, TX도 있습니다. O4 Air Unit은 3.7V에서도 동작을 합니다. 5V가 권장 전압인데 이 드론에는 다행히 5V 전용 단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단 새 상품을 활성화하기 위해 DJI Assistant 2 (Consumer Drones Series)라는 요란한 이름의 프로그램을 깔고 활성화합니다. 그리고 새로 나온 펌웨어로 업데이트를 해 줍니다. 새 펌웨어가 제 고글과 조종기를 지원하거든요. 이 업데이트 과정이 열이 많이 나기 때문에 배터리를 제거하는 걸 권장해요. 저는 급한 나머지 그냥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바람에 급한 데로 선풍기를 켜 주었습니다.
그동안 조종기와 고글도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펌웨어를 업데이트해 줍니다.
크기가 Tiny Whoop 용 드론 FC와 같아서 드론을 조립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다른 부품이 모두 사라져서 안테나 정도만 새로 달아주면 됩니다.
새 카메라를 넣어줄 캐노피는 BetaFPV65x HD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프레임에 고정하기 편하고 나중에 Tiny Whoop로 개조할 맘이 생기면 이 캐노피만 쏙 빼서 이식해 주면 되겠더라고요.
다만 O4 Air Unit은 동작할 때 열이 많이 나서 바람구멍이 좀 필요합니다. FC와 연결하는 전선과 카메라 전선, 그리고 조종기와 연결할 Bind 버튼을 위해 옆면을 조금씩 잘라 주었습니다.
이렇게요.
다행히 카메라도 잘 들어 갑니다.
HD 화질이니 조금의 진동에도 민감할 거 같아 빙둘러 스펀지 테이프를 붙이고 원래 있던 부품을 뒤집어 카메라를 고정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새 드론의 무게는 62g입니다. 많이 가벼워졌지만 빠진 부품들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가벼워진 건 아닌 거 같아요. 다이어트가 항상 그렇죠 뭐.
이제 밖으로 나가서 신나게 날려봅니다. 처음에 제 고글과 바인딩이 되지 않아 뭐가 문제지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했어요. 설명서에 보면 고글의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 바인딩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는데 제 고글은 배터리에 전원 버튼이 있어 이게 맞나 싶었거든요. 잊고 있었는데 Goggles 2는 렌즈 안쪽에 바인딩 버튼이 따로 있습니다.
추웠어요. 손가락이 꽁꽁 얼었지만 HD 화면인데 어떻게 참겠어요.
이제 O4 Air Unit에 USB C를 연결해 촬영한 영상을 구경할 차례입니다. 이 작은 드론이 4K 영상까지 녹화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하나도 녹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평소에는 읽지도 않던 설명서를 다시 읽어보니
automatic low-power mode에서는 녹화가 안된다고 합니다. 자동으로 저 전력 모드가 동작하도록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모든 전자 부품은 열이 난다고 하지만 저전력 모드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을 만큼 DJI는 동영상 찍는 걸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였습니다. 아니 그럼 녹화 중이라는 표시는 왜 했나 싶어 영상을 살펴보니
처음에 동작할 때 '에어 유닛 저전력 상태'라는 표시가 잠깐 그것도 아주 잠깐 표시되었더라고요. 녹화 기능을 넣고 녹화 금지 동작이 자동 실행되도록 설정되어 있다니 어쩐지 속은 느낌입니다. 설명서는 영어밖에 없으면서요.
고글 설정 화면에도 '에어 유닛 저전력 상태 자동 실행'이라는 잠시 이게 뭐지 싶은 옵션이 있습니다. 이게 이번 업데이트에 새로 생긴 건 아니고 전부터 있었더라고요. 전부터 DJI는 영상 송신기의 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나 봅니다.
고화질 영상 녹화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드론에서만 사용하던 Insta360Go 카메라는 더 이상 쓸모를 잃고 서랍 속 어딘가로 망각되어 버릴 운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문제가 남았습니다. 그냥 고화질 녹화는 가능한데 흔들리는 화면을 고정하는 DJI의 Rock Steady 기능이나 Gyroflow 프로그램에 영상을 넣으면 화면이 미친 듯이 흔들립니다. 더 심하게요. 이 기능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센서의 Data와 관련 있습니다. 고글에서는 보이지 않는 진동이 카메라 내부에 자이로센서에 영향을 주는 거 같아요.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