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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친자의 귀여운 오니솝터를 위한 받침대

MAtt'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듄에 미치게 되면 '리산 알 가입~!'을 외치며 오니솝터 한대 정도는 만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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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matthewmin/321


사전에 버금가는 두께를 자랑하는 책들과 어울리도록 통통한 오니솝터를 만들었습니다. 하나도 귀엽지 않았지만 나름 책들과 잘 어울린다고 계속 자신을 설득하며 함께 진열해 두었는데 볼 때마다 어딘가 하다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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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피규어의 필수품인 장식장이 없었던 것입니다. 장식장은 전시물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막고 어쩌다 달려드는 어린이의 손길을 막을 수 있은 데다 어딘가 비싸 보이는 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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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장식장은 전시물의 크기에 맞춰 주문 제작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3D 프린터로 뽑아 만든 제 귀여운 오니솝터는 만드는데 돈이 거의 들지 않았는데다 지갑을 열어 산 물건도 아니니 저렴한 투명 상자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찾았습니다. 무료 배송을 위해 다른 쓸모없는 것들을 함께 주문하느라 주문 제작하는 편이 더 쌌지 않았을까 잠시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일단 마스킹 테이프로 틀을 잡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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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썼던 석고 퍼티는 딱딱하게 굳어 물을 부어 불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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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 펴 바릅니다. 여긴 사막입니다. 아이스크림 막대로 만든 결은 사막 행성의 거친 바람 때문에 생긴 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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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티가 말라 딱딱해지기 전에 비닐을 깔고 오니솝터 자리를 잡아봅니다. 발자국을 만들어 두고 나중에 그 자리에 올리면 되겠죠.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줍니다. 다리가 똑하고 부러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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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 석고를 때어줍니다. 마르면서 금이 조금 생겼지만 다양한 사막 행성에 모래에도 금이 생길 수 있는 겁니다. 그, 그런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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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질감을 더하기 위해 아껴둔 커피 가루를 사용할 겁니다. 그동안 마신 커피는 오늘의 듄 행성 모래를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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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풀을 바르고 붓으로 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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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루는 팔목을 90도로 꺾고 손끝으로 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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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 풀이 마르고 남은 커피 가루는 다시 넛박스에 넣어줍니다. 사막 행성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때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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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모래를 만들기 위해 하얀색 페인트를 칠해줍니다. 얼마 전 새로 구입한 에어브러시를 사용했습니다. 테무에서 자그마치 8만 원 가까운 가격에 구입한 커다란 전동 컴프레서가 달린 제품입니다. 국내에는 써본 분이 없는 거 같아 다음에 리뷰를 한 번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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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노란색이 아니라 황토색이라는 걸 오니솝터를 만들면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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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색만 칠해도 커피가루 때문에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어색한 부분은 하얀색을 칠해줍니다. 솔직히 이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일단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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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모래땅만 만들어줄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투명 상자에 이름표를 넣어줄 자리가 있는 게 계속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몇 가지 라벨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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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종이만 붙이면 진지한 사막 행성에 대한 예의가 아닐 거 같아 플라스틱 판에 붙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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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투명한 플라스틱 판을 붙여줍니다. 접착제가 보이지 않게 수지 접착제로 고정하고 자외선으로 경화합니다. 마르고 투명해지기는 목공 풀도 마찬가지인데 뭐 하러 이렇게 고정한 걸까 후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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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을 붙여줍니다. 모래가 조금 거친듯하지만 듄은 그런 척박한 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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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솝터를 만들어둔 발자국 위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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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하게 듄 책장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리고 만들면서 들었던 뭔가 잘못된 예감을 확신했어요. 모래가 밝은 건 구름 한 점 없는 사막이니까 그렇다 치는데 왜 오니솝터는 시커먼 메뚜기 같은 거죠?


오니솝터를 밝은색으로 다시 칠하거나 모래를 어둡게 다시 칠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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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솝터를 다시 칠하는 게 옳은 일이지만 바닥을 어둡게 칠하기로 했습니다. 듄도 밤에는 껌껌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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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솝터에 마지막으로 칠했던 모래색을 비교하면서 조색합니다. 깜깜한 밤인데 조색이 무슨 소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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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듄의 모래사막을 뛰어다닐 무앗딥(생쥐이자 주인공의 별명)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대강 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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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솝터를 올려줍니다. 하나도 사막 같지 않다면 그건 밤이라 그런 겁니다.

https://youtu.be/zAhbAK84ZGM


모래가 아니라 진흙 같은 느낌이 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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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듄의 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거라니까요. 소설 후반부에는 듄에 강도 흐르고 꽃도 피는데 진흙도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역시 오니솝터를 밝은 모래색으로 칠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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