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듄친자의 귀여운 오니솝터를 위한 받침대

MAtt'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Jan 22. 2025

듄에 미치게 되면 '리산 알 가입~!'을 외치며 오니솝터 한대 정도는 만들게 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https://brunch.co.kr/@matthewmin/321


사전에 버금가는 두께를 자랑하는 책들과 어울리도록 통통한 오니솝터를 만들었습니다. 하나도 귀엽지 않았지만 나름 책들과 잘 어울린다고 계속 자신을 설득하며 함께 진열해 두었는데 볼 때마다 어딘가 하다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모든 피규어의 필수품인 장식장이 없었던 것입니다. 장식장은 전시물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막고 어쩌다 달려드는 어린이의 손길을 막을 수 있은 데다 어딘가 비싸 보이는 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undefined
undefined


물론 그런 장식장은 전시물의 크기에 맞춰 주문 제작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3D 프린터로 뽑아 만든 제 귀여운 오니솝터는 만드는데 돈이 거의 들지 않았는데다 지갑을 열어 산 물건도 아니니 저렴한 투명 상자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찾았습니다. 무료 배송을 위해 다른 쓸모없는 것들을 함께 주문하느라 주문 제작하는 편이 더 쌌지 않았을까 잠시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일단 마스킹 테이프로 틀을 잡아줍니다. 


undefined
undefined


옛날에 썼던 석고 퍼티는 딱딱하게 굳어 물을 부어 불려줍니다. 


undefined
undefined


슥슥 펴 바릅니다. 여긴 사막입니다. 아이스크림 막대로 만든 결은 사막 행성의 거친 바람 때문에 생긴 결입니다.  


undefined
undefined


퍼티가 말라 딱딱해지기 전에 비닐을 깔고 오니솝터 자리를 잡아봅니다. 발자국을 만들어 두고 나중에 그 자리에 올리면 되겠죠.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줍니다. 다리가 똑하고 부러져 버렸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1


가장자리 석고를 때어줍니다. 마르면서 금이 조금 생겼지만 다양한 사막 행성에 모래에도 금이 생길 수 있는 겁니다. 그, 그런 거 맞죠?


브런치 글 이미지 12


모래 질감을 더하기 위해 아껴둔 커피 가루를 사용할 겁니다. 그동안 마신 커피는 오늘의 듄 행성 모래를 위한 것입니다. 


undefined
undefined


목공 풀을 바르고 붓으로 펴줍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5


커피 가루는 팔목을 90도로 꺾고 손끝으로 뿌려줍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6


목공 풀이 마르고 남은 커피 가루는 다시 넛박스에 넣어줍니다. 사막 행성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때 써야죠. 


브런치 글 이미지 17


화사한 모래를 만들기 위해 하얀색 페인트를 칠해줍니다. 얼마 전 새로 구입한 에어브러시를 사용했습니다. 테무에서 자그마치 8만 원 가까운 가격에 구입한 커다란 전동 컴프레서가 달린 제품입니다. 국내에는 써본 분이 없는 거 같아 다음에 리뷰를 한 번 해봐야겠어요. 


브런치 글 이미지 18


사막은 노란색이 아니라 황토색이라는 걸 오니솝터를 만들면서 배웠습니다. 


undefined
undefined


황토색만 칠해도 커피가루 때문에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어색한 부분은 하얀색을 칠해줍니다. 솔직히 이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일단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요. 


브런치 글 이미지 21


처음에는 모래땅만 만들어줄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투명 상자에 이름표를 넣어줄 자리가 있는 게 계속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몇 가지 라벨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undefined
undefined


그냥 종이만 붙이면 진지한 사막 행성에 대한 예의가 아닐 거 같아 플라스틱 판에 붙여줍니다. 


undefined
undefined


그 위에 투명한 플라스틱 판을 붙여줍니다. 접착제가 보이지 않게 수지 접착제로 고정하고 자외선으로 경화합니다. 마르고 투명해지기는 목공 풀도 마찬가지인데 뭐 하러 이렇게 고정한 걸까 후회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6


라벨을 붙여줍니다. 모래가 조금 거친듯하지만 듄은 그런 척박한 땅이니까요. 


브런치 글 이미지 27


오니솝터를 만들어둔 발자국 위에 올립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8


의기양양하게 듄 책장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리고 만들면서 들었던 뭔가 잘못된 예감을 확신했어요. 모래가 밝은 건 구름 한 점 없는 사막이니까 그렇다 치는데 왜 오니솝터는 시커먼 메뚜기 같은 거죠? 


오니솝터를 밝은색으로 다시 칠하거나 모래를 어둡게 다시 칠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9


오니솝터를 다시 칠하는 게 옳은 일이지만 바닥을 어둡게 칠하기로 했습니다. 듄도 밤에는 껌껌하지 않겠어요?


브런치 글 이미지 30


오니솝터에 마지막으로 칠했던 모래색을 비교하면서 조색합니다. 깜깜한 밤인데 조색이 무슨 소용일까요?


브런치 글 이미지 31


그래도 듄의 모래사막을 뛰어다닐 무앗딥(생쥐이자 주인공의 별명)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대강 칠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2


오니솝터를 올려줍니다. 하나도 사막 같지 않다면 그건 밤이라 그런 겁니다. 

https://youtu.be/zAhbAK84ZGM


모래가 아니라 진흙 같은 느낌이 든다면 


브런치 글 이미지 33


그건 듄의 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거라니까요. 소설 후반부에는 듄에 강도 흐르고 꽃도 피는데 진흙도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역시 오니솝터를 밝은 모래색으로 칠해야 했습니다. 

추천 브런치
작가의 이전글 알코올 난로 뚜껑 만들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