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월 Dec 04. 2024

도심 속 모험가들: 골목길의 비밀


도시는 거대한 미로다. 우리는 그 안에서 매일 길을 잃고, 길을 찾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공간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익숙함에 속아 지나칠 때가 많다. 나는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골목길에서 그런 익숙함의 환상을 깨뜨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도심 속 모험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골목길은 흔한 풍경처럼 보였다. 낡은 간판, 페인트가 벗겨진 벽, 구부정하게 놓인 오토바이. 그런데 그 틈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철컥, 철컥.”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은 오래된 수제 자물쇠 가게였다. 자물쇠 가게의 주인은 팔십이 넘은 노인으로, 그곳에서 50년 넘게 자물쇠를 만들어왔다고 했다. “이 자물쇠는 그냥 문을 잠그는 물건이 아니야. 이건 사람들의 비밀을 지켜주는 거야.” 노인은 주름진 손으로 자물쇠를 쥐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골목의 모든 사물이 저마다 비밀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뒤로 나는 도심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무심히 지나치는 길도, 나에게는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었다. 어떤 골목은 오래된 재봉틀 가게로 이어졌고, 어떤 골목은 이름 모를 시인이 써둔 벽화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곳은 주택가 끝자락에 숨겨진 작은 정원이었다. 정원 주인은 스스로를 “현대의 연금술사”라 칭하며, 버려진 폐자재로 식물을 키우고 있었다. “쓰레기도 적당히 섞이면 보석이 돼.” 그의 한마디가 내 머릿속에 박혔다.


사람들은 도심을 삭막한 곳이라 말하지만, 사실 도시는 거대한 예술품이다. 그 안의 구석구석이 캔버스이고, 우리가 지나치는 모든 길은 선이 된다. 내가 모험을 통해 깨달은 건 단순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고, 훨씬 깊다. 길 위에서의 모든 만남과 발견이 나를 조금씩 더 넓고 풍요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오늘도 나는 골목길로 향한다. 어떤 이는 이 행동이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가지는, 이 도시의 골목이 내게 말해주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 내 삶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다.


다음에는 당신도 한 번 골목길에 발을 들여보길. 익숙한 일상의 뒤편에 숨겨진 비밀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