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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Jun 16. 2020

내려놓아야 할 건 '나' 아닌 '회사에 대한 기대'일뿐

그가 말했다. "ㅇㅇ도 아직 아침마다 세상을 바꿀 생각에 설레서 일어난대." 그는 조곤조곤 자신이 들은 세상 얘기를 가끔 얘기하곤 한다. 말없는 그 사람은 내가 우울에 처박혀 있을 때면 그냥 조용히 세상 얘기를 한다. 말없는 이가 말하는 게 좋아서, 시끄럽지 않은 목소리가 좋아서, 가르치지 않는 그 말투가 좋아서, 나는 그 사람 말을 듣는 걸 좋아한다. 가만히 듣다보면 방방 뛰던 마음이 진정되고 별일 아닌 일이 된다. 그제 아침 그가 걸어온 전화서 한 말은 나를 지금껏 콩콩 두드린다. 포기해야 하는 걸까 고통스러웠던, 뭘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바보같이 고통스러워했던 근래의 일상에서 나는 답을 찾은듯 웃었다. 평정심이 다가왔다. 나는 닫힌 결말을 좋아하지 않아. 나는 가능성을 잃는 것을 싫어하지. 내 꿈은 아직 한가득인데 내 안에서, 어떤 이유로든간에 그 꿈이, 재능이 사라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건 그냥 실현하면 되는 거야. 라고 어떤 용감한 목소리가 말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금세 행복해졌다.


사실 나는 둔탱이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꽤나 어릴 때부터 고통이 시작되자 미래의 나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오늘을 사는 거야 라든지 어차피 죽을 건데 매일 행복하게 하고 싶은 꿈 이루면서 살 거야 라며 살아 왔다. 그러니까, 이 일을 하면서 갈등상황이든 뭐든 부딪히면 나는 그냥 웃으면서 쉽사리 정리하거나 타개해 나갔고, 어려운 일이라며 뭘 줘도 별 거 아니네 하곤 해냈다. 그건 뭐 내가 대단해서도 아니고, 용감해서도 아니다. 그냥 하는 거다. 당장 내일 이 일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면 두려울 게 없다. 그러니 나는 모든 사람을 마지막으로 본다고 마음 속의 가상 시나리오를 무의식에 쌓은 뒤 그냥 매번 밝게 대해주는 거다. 그러니 속모르는 누구는 마냥 사랑받고 자란 철없는 아이로 보고 누구는 쟤는 왜 저렇게 행복해 하고 괴롭히고 싶다는 말을 대놓고들 해댄다. 기자 집단에 들어와서, 외골수처럼 혼자 자기만 옳다고 확증편향의 인생에 갇힌 선배 등을 종종 만나는데, 이러면 이 선배들은 밝고 뭐 거침없이 해내는 나를 싫어한다. 그냥 뭐 어쩌겠어. 모두가 날 좋아할 수는 없잖아. 이제 나는 그냥 받아들인다. 나는 그냥 내가 좋다. 내 안의 중심이 서야 행복하고 믿을 건 나인데. 내가 행복하면 된 거지. 내 일 잘해내고. 그럼 된 거잖아.


오늘 한 언니가 연락을 해와 작금의 상황에 대해 토로를 했다. 나는 좀 놀랐다. 둔팅이인 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물론 괴롭긴 하지만 그냥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냥 그 조건에서 내가 뽑아낼 수 있는 걸 최대한 뽑아내자는 사람으로서, 나설 생각도 없으면서 뒤에서 툴툴거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사람이 중간이 어렵잖아. 나는 그냥 뭐랄까.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말하자면, 싫은 건 바로 잘라내고, 부드럽게 화를 내며, 안 입는 옷은 바로 정리해 내고, 뭐 그런 인간이다. 세상에 인간이 참 다양하니 누가 옳고 그르고를 말하자는 게 아니다. 나는 언니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투쟁하는 누군가가 있어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행복해졌으니까. 그냥 나는 내가 느끼지 못하는 불편을 숨쉬듯 느끼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 곁에서 힘이 되어 주다가도 100% 공감해 내지 못하는 나에게 속이 상했다. 그럼 그가 말했다. 근데 아미야, 나도 네 얘기 들으면서 100% 공감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되잖아. 응, 그렇지. 어떤 사람이 서로를 100% 이해하겠어. 그러자 나는 또 안심이 되었다. 아, 그렇구나. 나는 왜 이렇게 나를 옭아매는 건지, 그가 매순간 알려줄 때마다 나는 깨닫고 있다.


그가 숨쉴 틈을 주자 나는 잠도 잘자고 먹기도 잘했다. 늘 혼자라는 생각에 발을 동동 구르고, 지금도 여전히 구르지만, 그래도 내 뒤에 누가 있다는 생각을, 나는 이제서야 처음 하면서, 그래도 숨을 내쉰다. 이렇게 일기를 쓰고, 하고 싶고, 앞으로 할 것을 생각하면서 행복에 빠지고, 노래를 하다가 혼자 씰룩이다가, 내 공간을 돌보고 할 일을 해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 안에서 나만의 균형을 찾겠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뭐, 대개의 경우 시간이 답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나는 그냥 이대로 잔잔히 흘러서, 내 요동치는 마음을 가끔 그에게 고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회사, 사랑하는 일, 사랑하는 공부, 사랑하는 공간, 사랑하기에 해야 할 것들 등을 떠올리면서 나는 금세 행복해져서는, 그냥 이렇게 일기를 도닥이면서 충만한 감정을 되새기는 것이다. 동틀 무렵, 여름이라 길어진 해, 곧 떠오를 해를 기다리며, 곧 울어댈 새들을 기다리며, 행복에 충만해서는 가장 사랑하는 시간에, 나는 이렇게나 꽃내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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