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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Dec 26. 2023

기자를 사칭하지 마세요

유감입니다

새로운 기회를 잡아 다시 과거와 같은 하루들을 보내고 있다. 순간의 기쁨들이 있지만 그것에 취하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 취하려 애쓰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는 노동이 즐거워야 하니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으려 늘 담백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힘들다 하면 힘들 수 있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늘 그렇듯 그냥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유의해야 하는 것은 그냥 하되 남의 이목을 끌지 않는 것이다. 나는 한동안 검은 옷만 입었다. 머리도 흑발중 흑발이다. 어떻게든 나를 가리려 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 여전히 우스운 일은 이어진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와서 말을 건다. 말을 걸고 평가를 한다. 이제 이력이 나서 아무렇지 않지만 주변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내가 아무렇지 않은데 주변인들은 그걸 아니꼽게 여길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내가 신경쓰는 것은 그뿐이다. 질투를 사지 않는 것. 세상의 모든 빛나는 것들은 주변에 의해 흔들리고 무너진다. 내가 빛난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냥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조심하겠다는 말이다. 자의식 과잉 아니고, 그냥 있는 일을 덤덤하게 서술할 뿐이다. 살아온 과정 중 너무나 이상한 일이 많았으니, 내가 괜찮아도 주변인들이 견딜 수 없어 했으니, 그런 일이 있어도 없는 척하는데 나는 아주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장을 찾아 나를 위해서 몇 가지 끄적인다. 내가 지치면 안 되니까, 휴식을 시켜준다는 명목으로 내 안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매우 개인적 경험들이 이어지니 읽기 어렵다면 다른 글을 읽길 추천한다.


젊어보이는 여자가 많은 커리어를 가졌다는 것에 아주 의구심을 가진 거구의 중년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혼자만의 편견 가득한 주관적인 이유로, 그는 나를 가소롭게 여겼다. 그는 악명이 자자했는데, 나는 악명을 믿지 않음에도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그는 고의적으로 나를 절망에 빠뜨렸다. 고의적으로 편견을 씌웠고, 내가 내 손으로 쌓아올린 커리어를 한순간에 의심의 대상으로 몰아세웠다. 겉모습만 보고 나를 대학생으로 여기고는 아주 가소롭다는듯 나를 대했다. 그의 그 얼굴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기록하고자 적을 뿐이다. 그런 얼굴을 조심해야 한다. 대개 거구의 중년 여성들은 내게 호의적이지 않다. 아름다운 여성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끔 있는 일이니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지만, 대개 그렇다.


젊어보이는 여자가 자신의 커리어를 내보였을 때, 그대로 받아들이며 "interesting"하기는 하지만 의구심은 없게 받아들여준 다양한 여성들이 있다. 그들은 그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궁금해할 뿐 사람을 매도하지 않았다. 젊어보인다는 이유로 별의별 일을 다 당했는데, 그럴 때마다 그저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내가 귀여운 탓이지." (철지난 유행어다.)


나를 사칭한 이가 또 생겼다. 사실 큰 일이 아니라서 그간은 누구에게 말하거나 어디 기록한 적이 없다. 행사에서 나를 사칭하고 내 이름표를 가져간 다른 매체 모기자가 있었다. 그건 그렇다 치자. 내 이력을 베껴 SNS 계정을 만들어 그걸 다른 이가 신고해 내게 알려준 적도 있다. 그것도 그렇다 치자. 내 이름을 그대로 베낀 이들도 있다. (기사를 그대로 따간 이들도 많지만 이 업계서 이런 일은 너무 많으니 굳이 기록할 필요도 없다. 말할 거리도 못 된다. 다만 이름을 베껴가는 건 우스운 일 아닌가.) 


최근에 '또' 생겼단 이는 가관이다. 


다짜고짜 팬이 될 것 같다며 같이 사진을 찍자던 수상한 중년 여성이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장소적 특수성 덕분에 한국에서 문인으로 등록된 이들이 많다.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하는 이 중년 여성은, 대뜸 한 행사에 내가 왔고, 수표를 받아갔다는 헛소문을 냈다. 당연히 내가 그런 행사에 갈 일도 없고, 수표를 받을 일은 더더욱 없다. 나의 옛 직장에서라면 절차에 따라 수사 의뢰 등이 벌어졌겠지만 (감히 기자를 사칭하고 수표를 받아간 이가 있다면 이건 수사를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그냥 묻을 일이 아니다.) 이곳은 나만 참으면 되는 곳이다. 그걸 전해도 웃어넘기는 이만 있다.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쌓일 걸 생각하면 무서운 곳이다.


어느 날은 보도국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오더니 감히(표현이 세서 미안한데 그냥 상황 설명으로 봐달라) 기자의 랩탑을 뚫어져라 보며 "뭐해. 이거나 봐봐. 종이 하나 줘봐. 응? 제보하게." 하더니 A4 용지에 자신의 사위 소식을 한 페이지 적어서 "몇 자 안 되는데 내보내줘." 하는 무례를 범한 이도 있다. 몇 번이나 기자 자리에 와서 반말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더니, 기사화할 수 없다는 답을 무시하고 사장에게 연락해 기사를 왜 안 내보냈느냐고 따졌다. 사장은 그걸 그대로 휴일 당직 기자에게 전했다. 편집권 침해다. 다른 별의별 일도 있지만 적을 거리도 되지 않아 넘겼는데, 내 기준에 이 두 사안은 중대한 일이다.


별일이 다 있었지만 적을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언젠가 시간이 되고 여유가 된다면 그 별의별 일들을 정리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시간 낭비로밖에 느끼지 않는다. 뻔뻔하게 사칭을 주장하고 남의 이름을 팔더니 이젠 당당하게 내가 자신의 기사를 써줘야 한다고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말 이게 웃어넘겨도 되는 일일까? 알 수 없다. 과거의 내게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지금의 나도 그렇긴 하다. 그러나 과연? 때로 어떤 조직들은 정말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가는 걸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있지 않은가. 개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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