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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 쓰는 앎Arm
Oct 10. 2024
절대 고독. 늘 절대 고독이 내 방패인듯 산다. 지긋지긋한 끊이지 않는 문제들. 난 가만히 숨쉬고 있을 뿐인데 문제들이 와서 착착 감긴다. 요즘 내게 벌어진 일들도 기록하고 싶지도 않다. 믿기지가 않는다. 그냥 반복되는 악몽 같다. 안정이란 건 날이 갈수록 멀어지기만 한다. 하루하루 숨이 넘어가듯 버틴다.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나빠지기만 한다. 좋아지고 있다고 최면을 건다. 그럼 자꾸만 와서 돌덩이가 깬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다가와서 나도 모르는 걸 아는 체한다.
그 날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됐다.
생일이란 건 늘 마음이 헛헛하거나 지나치게 충분한 것이라서 늘 긴장하게 만든다. 생일이랍시고 마음에도 없는 축하를 건네오는 이들에게 반가운 척 회신하며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듣는다. 쇠사슬을 목에 차듯이 키보드 위 손가락이 족쇄가 된듯 하고 싶지도 남기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부질없는 이야기를 떠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반갑지 않은 것에 국한되고, 그 외는 보통 그렇지 않다. 그냥 연락만으로 기쁘게 해주는 이들과도 소통을 한다. 그런 걸로 좀 사는 건 이런 거라고 나한테 알려주려고 한다. 매일매일 죽고 싶은 마음을 저 뒤로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나를 속인다.
그렇게 거대한 숙제를 해내듯 하루를 버티고 나서 밝은 아침. 뭐에 씌인듯 뭐가 무너졌고, 쓰러졌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덜 다쳤다. 덜 다쳐 나와서는 귀신에 홀린듯 넋이 나간 상태로, 어떤 파편이 박힌지도 모르는 상태로, 반갑지 않은 일들을 해낸다.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갈 것만 같은 하루들에 정말 넘어갈 계기를 마련해주시고 싶었던 걸까 찰나 생각하다가,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위안에 그 사고방식을 택하기로 한다. 돈이란 게 없어서 의사에게 손을 내젓고, 연고를 떡칠하고 밴드를 붙이고 나을 거라고 소망한다. 낫겠지. 낫기야 하겠지. 나을 거라는 걸 안다.
위태롭게 버티는 걸 들켜선 안 되는데 아무래도 곧 들킬 예정인가보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태롭다. 나아지고 있다고 나를 속이는 마음을 걷어내면 그 뒤엔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명이 가득하다. 흐르는 피를 남의 일인듯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고 당연하단 걸 문득 낯설게 바라본다. 점점 모르겠다. 살아있는 걸까. 숨은 쉬고 있는 걸까.
그렇게 하루를 버텨내고 눈물들을 받아내고 협박들을 쳐내고 그냥 위안받고 싶은 마음에 일을 더 하다가 상처만 더 받고는 오지 않을 이들을 또 부른다. 수야 수야. 수야 수야. 수들아. 지지리 궁상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자그마한 삶의 힌트라도 얻으면 생명의 이유에 굶주린 사람처럼 달려든다. 그러다가 겨우 하루를 끝낼 수 있다고 위안을 얻을 때쯤, 다시 한 번 파편들이 날아와 박힌다.
별 소리를 다 듣는다.
이 하루는 왜 이리 끝나지 않는가.
한국에서도 별 미친놈들에게 미친 소리를 다 들었다. 그래서 노조를 찾기도, 이직을 하기도 했다. 늘 나를 구하는 건 나뿐이었다. 말해봤자 이용만 당하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조용히 당하고 만다. 그냥 그게 최선이니까. 그래서 아마 죽어있는지도 모른다. 그 때부터 죽었는지도 모른다.
애니웨이, 숨쉬듯이 듣는 희롱은 뭐 말거리도 아닌 삶이 이어지던 와중에 (그런 걸 다 하나씩 카운트하거나 의미두면 못 산다.) 지가 스폰을 해주겠다는 미친놈을 또 만났다. 아 혹시 이건 계시일까?이제 다 그만두라는 계시일까? 그러다가 아니야. 삶의 터전을 바꾸면 되지 하고 억지로 괜찮은 것처럼 생각을 바꾼다. 이 인생의 작가는 누구길래 캐릭터 설정값을 이렇게 해뒀을까? 설정이 과하다. 그냥 NPC처럼, 내게 일어난 일인데 아닌 것처럼 산다.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벌레들만 꼬인다. 정말 그렇다.
이 삶의 설정값은 마음에 안 든다.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하는 걸까?
매일 매일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