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1. R&D 과제 붙으려면 양식만 지키면 된다?

실무 1.

by 여철기 글쓰기

실제 탈락 사례 3가지를 소개합니다.

R&D 연구개발계획서 자문 요청을 받으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양식대로 다 썼는데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양식만 잘 지키면 과제가 붙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양식을 지켰다는 건 시작점일 뿐, 합격의 조건은 아닙니다.
오히려 양식만 보고 쓴 티가 날 때, 평가자는 더 빨리 덮습니다.
실제 제가 피드백했던 사례 중에서,
양식은 잘 지켰지만 탈락한 대표적인 경우 3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사례 1. 기술 설명은 훌륭했지만, 사업성이 없던 A기업

이 기업은 센서 기반의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었고,
기술 개발 목표, 구현 방식, 성능지표까지 정말 꼼꼼하게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고객이 누구인지, 어디에 팔 건지, 경쟁제품과 뭐가 다른지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었습니다.
평가위원은 이럴 때 한 줄로 정리합니다.
“좋은 기술인데, 이걸 왜 누가 써야 하는지 확인을 할 수 없음.”
기술성 항목은 완벽했지만, 사업성 항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탈락.
기술 개발을 위한 기술 개발처럼 보이면, 이건 연구라기보다 실험으로 인식됩니다.

사례 2. 일정표는 잘 만들었지만, 흐름이 끊긴 B기업

이 기업은 30개월간의 개발 일정을 단계별로 잘 정리해주셨고,
표 형식, 항목 구성 모두 교과서적으로 깔끔했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각 단계에서 뭘 개발하고 어떤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연결이 없었습니다.
표와 본문이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요?
결국 평가는
“계획은 있어 보이는데, 이걸 왜 이 시점에 하는지, 성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현실적으로 무리한 걸로 판단됨.”
일정표는 단순한 스케줄이 아니라 논리적 구조가 중요합니다.

사례 3. 기대효과는 그럴듯했지만, 너무 뜬구름 같던 C기업

이 회사는 “국산화 기여”, “고용창출 기대”, “사회적 파급효과 기대” 등
형식적인 기대효과 문구는 빠짐없이 적어주셨어요.
그런데 숫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얼마만큼의 고용 창출?
국산화율은 몇 % 정도?
기술이전은 어디에, 어떻게?
평가자는 “기대 및 파급효과에 대해서 정량적으로 제시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음. 이에 대한 내용이 부실함”고 했습니다.
문장으로만 쓰는 기대효과는 누구나 쓸 수 있고, 그래서 아무 효과도 없습니다.

마무리하며
양식을 지키는 건 기본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이야기와 근거, 연결성이 없으면, 그냥 형식만 채운 문서로 끝나요.
제가 연구개발계획서를 자문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이 문서를 평가자가 읽고 2분 만에 납득할 수 있는가”입니다.
양식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양식 안에 담긴 논리와 맥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