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비의 인생2막 도전기
나보다 6살 연하인 아내.
내년이면 벌써 결혼 30주년이다.
그간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관심사 취미 음식취향 무엇하나 서로 공통된 점이 없다.
이렇게 닮은 점이 거의 없는데도 30년 가까이 헤어지지 않고 살아왔다는게 신기하다.
아내는 감정이 솟구칠때는 헤어지자는 말을 수없이 한다. 나는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다.
그게 아내의 본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니 나 없이 아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너는 아내없이 살아갈 수 있니? 라고 자문해보는데...나도 딱히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분명한것은 나도 어느사이 아내중독증 환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것이 부부싸움이든 무엇이든간에 혹은 '익숙함'이란 말로 대체된다 하더라도 나는 이 분위기에서 벗어날 자신이 없다.
아내는 지금 공황장애 15년차다.
2009년 노무현 서거가 계기였다.
TV에서 갑작스런 충격적 서거소식을 듣고 며칠후 가슴통증을 호소하더니 답답증이 몰려왔다.
가슴이 쿵쿵거리고 심장이 멎을것 같더라는 거다.
일시적 증상이겠거니 했는데...그게 아니었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오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죽을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온단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신경안정제는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
한밤중에 병원 응급실도 여러번 다녀왔다. 심장 초음파. 뇌파검사등 여러 진료를 진행해봐도 이상없단다.
노무현이 원망스럽다.
왜 그때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는지...
아내와 딸을 데리고 봉하마을을 찾은 적이 있었다.
"꼭 그래야만 했습니까?"
작은 비석앞에서 조용히 여쭤봤다. 물론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아내의 공황장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것도 여러 종류가 있나보다. 불안장애도 그 중 하나인가 본데..요즘은 자주 불안이라는 놈과 싸우는 중이다.
문제는 내가 안정화되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함께 있어줘야 하는데
그러기엔 내 앞의 현실이 무척이나 각박하다.
여전히 나는 경제적 빈곤으로 시달리고 있고
처리해야할 일들이 산적하다.
"그래도 나는 정치문제등 당신이 관심있는 분야를 열심히 찾아보고 식견을 쌓아오며 각종 조언을 해주었는데 당신은 공황장애에 대해서 찾아본적이나 있어?"
아내는 화가나면 줄곧 이런 소리를 한다.
맞는 말이다. 그저 병원데려가고 약처방 받아오면 그것이 내할일 다했다고 생각했는데...부부라는 것은 그게 아닌가보다.
공황장애라는 놈 참 밉다.
손에 잡을수만 있다면 실컷 두들겨 패주고 싶다.
15년차 공황장애 아내는 외롭다. #공황장애 #인생2막 #인생2막도전기 #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