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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비 Sep 03. 2022

나 터프하지?

가족 산책 후기

오랜만에 가족 셋이서 초코와 함께 아침산책을 나갔다.

집에서 구래동 호수공원 까지 걷는 길이 제법 호젓하다.

사람 많은 길보다 한적한 곳을 따라간다고 선택한 길이 찻길 대로변이다.

이런 경우 나에겐 선택권이 없다.

누리와 성미가 가자는 대로 나는 따라갈 뿐이다.

초코의 목줄이 내게 맡겨졌다.

녀석은 늘상 그랬듯이 여기저기 오줌으로 자기 영역을 표시하며 자기 스타일대로 가려한다.

주인을 따라가는게 아니라 주인보고 자기 나들이를 거들어달란 투다.

여기에서 밀리면 안된다.

고! 고 ! 하면서 목줄을 당기니 그제서야 마지못한듯 따라온다. 그래도 못마땅한 표정은 여전하다.

사거리를 지나 아파트 단지 옆을 지나는데 대로변에 벤치들이 줄지어서있다.

'누가 여기 벤치에 앉을까?'

대로변 찻길에 줄지어 설치된 벤치를 보면서 쓸데없는 예산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시청예산이든 아파트 예산이든 별 생각없이 예산소비 필요성 때문에, 혹은 업자의 의도에 말려든 시설이 아닐까 짐작이 든다..

'나는 여전히 시의원인가 보네?'

문득 나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씨익 스쳐간 생각...




누리와 성미는 걸으면서 계속 재잘댄다.

주로 누리가 성미에게 '산책의 효능감'에 대해 설명하고 성미는 그에 귀를 기울인다.

유산소 운동의효과 ,체지방 감소 효과,어깨근육 정도 등등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그냥 걸으면 되지...뭔 대화를 저렇게 많이한담?'

그러면서도 신기하고 신가하다...하튼 여자들의 수다능력은 따라갈 수 없다.

드디어 호수공원 도착...

여기저기 가을냄새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서늘하고...많지도 적지도 않은 시민들이 각자 자기의 모습대로 호수공원 주변을 거닌다.

누리는 자기 달리기 코스에 들어가고 성미와 나, 초코는 함께 걷는다.

"너? 참 씩씩하고 건장하게 생겼다"

초코에 대해 한 여성이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초코는 관심없다는 투다..그냥 자기 길을 가라한다.

남녀노소 할 것없이 사람들이 걷고 뛰고 달린다...

나도 그 안에 한 존재가 되어 움직인다.

지난 여름에 단장에 들어갔던 야외무대가 완성된 것 같다.

저곳에서 이젠 많은 행사가 있을것 같다.

"아빠 어디있어?" 

누리가 전화를 줬다.

 달리다보니 아빠 엄마가 눈에 안띠어 전화했단다.

다시 상봉...

만남은 항상 좋다. 저만치서 뛰어서는 누리 모습이 정겹다.

누리와 성미는 여전히 운동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메가커피 앞..

누리가 아이스커피를 쐈다.

"나 터프하지?"

아이스커피를 건네다 빨대 비닐커버까지 벗겨서 꽂아주며 씨익 웃는다.

자신감 여유 성취감 ..

그리고 엄마 아빠 초코를 리드해온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

"엄마는 지금 에베레스트 오른거나 마찬가지야. 참 대단해"

땀이 흐르는 엄마의 모습에 누리가 다시 격려를 해준다.

나는 이제서야 땀이 날까말까 하는데...

지하도로 가는 길을 선택..

구래역 지하차도는 녹색디자인으로 채색되었다.

오며가며 걷는 길이 새로움을 준다.

'저 신라면을 누가 먹게될까?'

오다가 음식점 창너머 유리창 너머로 홀로 던져져 있는 신라면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간밤에 대기하다가 끓는 물에 들어가는 위기를 모면한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는 누구 입에 들어가겠지?

신라면은 끓는 물에 들어가는 것과 그냥 남아있는 것과 어느것이 '생존상황'일까?

다시 귀가...

누리와 성미는 여전히 대화가 게속된다..

운동의 효과..어쩌구 저쩌구..

헬스장은 아줌마들이 먹여살린단다...

다음 산책은 언제가지? 삼일만에 한번?

아 !! 나는 무작정 더 걷고 싶은데...산에 오르거나 트레킹을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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