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Go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에 플레이해본 체험기 두 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포켓몬 Go가 갑작스럽게 국내에 출시된 지도 2주 가까이 되었다.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포켓몬 Go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사카에서 하던 앱을 지우지 않고 둔지도 반년, 업데이트를 후 접속했더니 GPS 위치가 잡히고 지도가 떴을 때의 기쁨이란...
덕분에 이전에 썼던 포켓몬 Go 관련 포스트도 뒤늦게 인기를 얻었다. 방문자 수가 급격히 늘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연관 검색으로 설정되어서 그런지 많은 독자들이 글을 읽어주셨다.
한 달 정도만 더 기다렸다가 출시했으면 날씨가 좀 더 따뜻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했지만, 나이앤틱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플레이할 수 있는 설 연휴 기간을 노리지 않았을까 한다. 지난해 글로벌 출시 이후 포켓몬 잡기와 체육관 배틀 이외에 주목할만한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로 화제성과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보통 나는 명절에 [모두의 마블]을 하곤 하는데, 이번 연휴에는 덕분에 하루 종일 포켓몬 Go만 했다. 밤 늦게도 집 앞 공원에 나가면 보조배터리에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포켓몬을 잡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간 새로운 기능들이 많이 생겼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는 주변에 어떤 포켓몬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메뉴가 생겼고, 파트너 포켓몬이라는 기능은 포켓몬을 파트너로 두고 걸어 다니면 일정 거리마다 사탕이 하나씩 생기는 기능이다. 진화를 꼭 시키고 싶거나 야생에서 잡기 힘든 몬스터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전에는 체육관을 점령하면 별다른 메리트가 없었는데, 이제는 한 곳을 점령하면 포켓몬 Go의 화폐라 할 수 있는 포켓코인 10을 받을 수 있다. (한 번 받으면 21시간을 기다려야 다음 포켓코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집은 운 좋게도 '포세권'이다. 내 방에서는 잘 안 잡히지만, 누나 방에 들어가면 포켓 스탑이 바운더리 끝자락에 들어와서 5분에 한 번씩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으로 오는 길에는 메타몽도 잘 잡힌다. 구구나 꼬렛 같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포켓몬을 잡고 보니 Oh?라는 문구가 뜨면서 메타몽으로 변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만 나온다는 파오리도 여러 마리 잡았다.
그리고 우리 동네는 피카츄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동네 중앙공원에 나가면 1~2분에 한 번씩 피카츄를 볼 수 있다. 피카츄를 많이 모아서 라이츄로 진화도 시켰다. 전기 속성을 가진 라이츄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 물 속성 포켓몬에 강하기 때문에 체육관 배틀을 할 때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다.
포켓몬 Go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면 더 재미있다. 함께 돌아다니며 포켓 스탑에 들르고 포켓몬을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상당히 길었던 지난 설 연휴에는 친구들과 시청-광화문 지역에 원정을 나가기도 했다. 희귀한 포켓몬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고 나갔지만, 그저 그런 몬스터들만 보다가 왔다. 더 배 아팠던건, 내가 나가 있던 사이에 집 앞에 잠만보가 출현해서 누나는 잠만보를 잡았다는 소식이었다.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가 놀러왔길래, 그 친구를 꼬셔서 포켓몬 Go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 그 친구는 열심히 피카츄를 잡고 있다.
남들은 망나뇽이니 잠만보니 하는 희귀한 포켓몬들을 쉽게 잡는 것 같은데 난 트레이너 레벨은 높은데도 그런 포켓몬들을 본 적도 없다.... 그래서 잉어킹을 진화시키기로 했다. 일반 포켓몬들이 진화시키려면 캔디를 25, 50, 많으면 100개를 모아야 하는데 반해, 잉어킹을 갸라도스로 진화시키려면 사탕을 무려 400개 모아야 했다. 잉어킹 한 마리를 잡으면 사탕을 세 개 주니까, 100마리 이상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오박사에게 보내면 캔디를 하나씩 더 얻을 수 있고, 잉어킹을 파트너 포켓몬으로 두면 1Km마다 하나씩 사탕을 받을 수 있어서 금방 모을 수 있었다. 잉어킹을 진화시킬 때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파트너 포켓몬으로 두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포켓몬이 CP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각 포켓몬이 가진 스킬도 중요하고 상성이나 잠재력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데, 이를 IV라고 하는 등급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SSS급이 가장 좋고 나도 급이 높은 포켓몬을 꽤나 가지고 있는데, 정말 딥 다이브해서 플레이할게 아니라면 S니 B니 하는 등급에 신경써서 얘는 좋고 쟤는 나쁘네 하는 식으로 단정짓지 않았으면 한다. 포켓몬은 한우가 아니다. 트레이너에게 귀엽고 멋진 포켓몬이면 그걸로 그만이다. 좋아하는 포켓몬을 키우면 되는거고, 옆에 두면 되는거다. (IV가 높아도 CP가 낮은 몬스터들도 많다. 그런 포켓몬들은 강화할 재미도 없다.)
한 가지 더. 아시아에서만 출현한다는 파오리가, 사실은 포켓몬 제작진들이 식용 포켓몬으로 설정하고 내놓은 몬스터라는 사실을 아는지? 파라스가 진화해서 되는 파라섹트는 사실 파라스를 죽이고 생겨난 버섯이 본체라는 것, 야돈은 사실 마약 포켓몬으로 설정되어 있고 메타몽은 포켓몬 과학자들이 뮤를 만들어내려다 버려진 실패작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포켓몬은 그렇게 순수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 특히나 지금 포켓몬 Go에서 볼 수 있는 1세대 포켓몬들은 거의 모든 몬스터들이 각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주인공 지우까지 말이다. (오박사가 친손자인 '그린'보다 지우를 더 아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물론 썰이지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여기서 볼 수 있다. [고북손의 포켓몬칼럼], [고북손의 포켓몬도감]에서 포켓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포켓몬 덕후의 덕력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페이지다. 각 포켓몬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고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면 몬스터들을 만날 때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 번 시간을 내서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