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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Dec 11. 2023

7일 뒤 복직-아무말 잔상

아빠는 복직하면 선보고. 남자 만나고. 결혼하라고 했지만.

돌아보면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3개월 휴직이라는 것을 해보고, 7일뒤 복직이라는 것을 맞이하기 살짝 웃기는 여정이었던 것 같아요.


추운 한국이 싫어서 11월 홀연히 태국 북부로 흘러들어 태국 한달살기를 시도하기도 했구요. 따뜻한 남쪽나라를 떠나 다시 한국에 돌아온지 8일이 지났습니다. 그 곳의 바람. 햇살. 초록빛 나무, 노란 빨강 꽃들, 달콤했던 열대과일들 심지어 도로가의 메캐한 매연까지 기억 속에서 아슬하게 사라지고 있지만 그립습니다.


태국 한달살이 후 귀국후 부모님 집에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이모집가서 김장도 하고, 아빠가 피자를 사주셔서… 피자헛에서 제일 비싼 피자를 먹었습니다. 아빠와 거실에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올해 망한 수확물 중 하나인 땅콩을 까기도 했네요. 아빠는 이제 곧 복직하니, 선도 보고… 착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도 해보고 그러랍니다. (웃음)


아. 아빠. 저의 꿈은 “걸어서 세계속으로 이고” 이번에 태국에서 한달살기를 하면서 ”하루 빨리 이 사우스코리아를 탈출해 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는데뇨…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저는 딱히 복직하여 팀장까지 승진하는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어학역량을 구비하여 사우스 코리아 인근에 위치한 다민족 국가인 싱가폴에 취칙하여 해외 진출을 결심하게 되었… 습니다. 에헴. 에헴!!!


무튼.


아빠의 걱정은 잠시 골방에 넣어두고, 다시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우울증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환경의 변화인데요. 태국 한달살기를 결심한 것 또한 한국의 겨울과 한국의 물가와 한국 사람이 너무 싫어서… 한국을 잠시 잊기 위해… 그래서 태국에서 한 달 살아보았습니다. 너무 행복하게 잘 살다 왔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가끔 달콤한 걸 먹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거지!”가 저의 인생 모토가 되었고… “지구는 둥구니까! 자꾸 자꾸 걸어가면 온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가 저의 인생 미션이 되었습니다.


일주일 뒤 복직.. 이라는 soso 한 이벤트를 앞 두고, 검색 사이트에 (복직)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해 봅니다. 복직이라는 키워드에 연동 되어 올라오는 콘텐츠 들은 모두 육아 휴직… 후 복직 이런 글이 많았습니다.


저 처럼 직장상사와 직장동료가 씹년들이어서 스트레스 받아서, 우울증에 걸려 휴직한 사람은 이슈 거리가 안 되나 봅니다.


남은 휴직기간 7일 동안. 지인과 동생들 만나 식사도 하고. 한달살기 사진 앨범도 만들고 손젤/발젤… 페이셜케어까지 받고… 늦잠자고 일어나서 조개/새우 넣은 로제파스타가 있는 브런치도 먹고… 그러려고요.


23년은 이미 정리 됐고. 제 마음은 24년을 살지만. 24년에는 나만 보면 눈에서 꿀떨어지는 몽충이 남의 집 남자 한명 끼고 다니고 싶기도 합니다.


다만. 24년 4월 즘에는 딤섬 먹으로 홍콩에 갈 것이고. … 24년 12월에는 괌이나. 세부에서 스탠딩패들 보트를 타고. 아 참 엄마랑 일본 후쿠오카 또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가고. 25년 7월에 이태리 2주 여행을 다녀오고… … 또 언젠가 티벳 우봇으로 요가트립을 혼자 간다고 해도 딱히 막아서지 않는 남자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휴직하고. 쉬고. 여행하고. 먹고. 자고나니… 인생이 다르게 보이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육아휴직. … 뭐 산후휴직 후 복직 이런거 말고 다른 형태의 휴직도 보편화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거 아세요? 한국 사람들이 못 쉬는 이유요? 안 쉬어봐서 그래요. 전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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