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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Dec 17. 2023

거창한 목표가 없어도 괜찮다.

휴직 후 태국 한달살기 회상 그리고 회사 복귀 기록

#_intro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5~6년 전 읽은 소설입니다.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20대 중 후반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을 읽을 때 즈음 첫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소설의 이야기에 매우 많이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은 한국을 좋아하나요? 


저는 한국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딱히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한국을 좋아하거나 사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대학 졸업-취업-결혼-출산-양육' 등의 인생의 중대사를 꼭 해야만 할 것 같거든요. 피곤한 거죠! 한국은 제끼고, (중략) 태국 한달살기 이야기 이어서 할게요! 



#_태국 한달살기 회상

태국 치앙마이의 아침

태국에서 나는 주로, 요가를 하고, 매일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태국 음식을 먹었다. 한달살기 초반에는 한 달 동안 머물 예정인 치앙마이 올드타운을 목적지 없이 걷고 또 걸었다. 날씨는 늘 좋았고, 매일매일 태양은 눈부셨다. 태국 사람들은 비교적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것 같았다. 여행자와 현지인이 늘 섞이고, 모이고, 흩어지는 곳이었기에, 올드타운의 거리는 늘 활기가 넘쳤다. 한국처럼 적어도 창백한 회색 빛은 아니었다. 여행자들은 치앙마이의 곳곳을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한 눈으로 흩어보기에 정신이 없었고, 현지인들은 시장에서 먹거리를 사고, 오토바이, 차, 쌩태우 등을 활용해 학교와 직장을 향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태국의 대표 교통수단 중 '쌩태우'라는 것이 있다. 썡태우에는 열고 닫을 수 있는 창문이 없고, 10명의 사람들이 탈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좌측 5명, 우측 5명이 앉을 수 있는데, 좌석이 마주 보고 있어서 생판 모르는 남과 마주 보고 앉아 이동하게 된다. 나는 '달리다가 바퀴라도 빠져서 사고가 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져서는 쌩태우를 타고 종 종 올드타운을 달렸다. 


올드타운을 달리는 쌩태우


목적지 없이 이동하는 즐거움

그곳은, 아니. 태국 치앙마이 사람들 중 여행자들은 이르면 8시쯤부터 각자 입맛에 맞게 예약해 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벤이나 쌩태우를 타고 올드타운을 떠난다. (중략) 코너파크라 불리는 공원에서 무료 요가 수업이 끝난 후, 나는 목적지 없이 올드타운을 걷기 시작했다. 올드타운은 직사각형의 고대성벽이 둘러싸고 있는 곳으로 치앙마이의 중심부이며, 왓재루앙이라는 고대 사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고 있는 나를 태국인이 불러 세웠다. 차림새를 보니 쌩태우 기사님이었다. 내가 중국인으로 보였는지? 그는 나에게 '니하오!'라고 인사했다. 


<쌩태우 기사님과 나의 대화>

나 : hello.. I'm come from korea. 


쌩태우 기사님 : Oh, where are you going? now!! 

나 : I am not dicide yet....라고 대답하고 나는 황급히 걸었다. 


쌩태우 기사님은 또 나를 불러 세웠다. 


hey!! where are you going!! 


멀어지는 그에게 나는 "Just floating around the old town"라고 말했다. 맞다. 나는 그저 치앙마이 올드타운을 목적지 없이 떠다니고 있었다. 강물에 몸을 싣고 떠다니는 물결들처럼.... 태국 치앙마이의 구름은 언제나 거대하고 새하얀 솜사탕 같았다. 하늘은 늘 새 파란색이었다. 태양빛은 강열했으며, 바람은 적당히 골목골목에 머무르는 것 같았다. 그곳의 바람은 습하지 않았다. 현지인 주택가에 있는 나무들은 늘 초록색이었고, 초록빛 사이로 붉은 쌩태우가 언제 어디서든 지나다녔다. 그곳의 꽃들은 언제나 환하게 펴있었고 시들지 않았으며, 가장 활짝 폈을 때, 떨어지기만 했다.

언제나 한적하고 고요한 올드타운의 주택가

쌩태우 기사님과 짧은 대화를 나눈 그날, 내가 어디에 갔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목적 없이 그저 떠다니기만 한 그날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목적이 없으면 큰 일이라도 날 줄 알았지만, 내가 생각한 그 큰 일은 나지 않았다. 그저 자유롭기만 했다. 



#_회사 이야기

내일은 회사로 복귀하는 날이다. 회사 출근을 생각하니, 그렇게 막 유쾌하고 신나지 않다. 태국에서 활짝 핀 내 얼굴은 점차 조금씩 굳었다. 얼굴 근육이 한국 사회화된 것 같다. 내가 내일 회사 출근을 선택한 이유는 전세대출이자, 월세, 카드 할부, 보험료, 전기료 등의 생활비 등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것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 임원님께서 약속한 '팀이동이 현실화되긴 하는가?'이고, 둘) 7개월 동안 사람을 미치게 만든 팀장년님이 내일부터 내가 사용할 노트북 사용신청을 나 대신 진행한 것 같은데,... 노트북이 아닌 데스크톱을 구하셔서, 고정석에 나를 묶어두는 괴상한 일을 저지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바라지도 않았지만, 기대도 안 하지만, 본인 팀원이 3개월 만에 복귀라는 것을 하면,... 적어도 문자 메시지 정도는 보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한다. 팀장년님의 카톡질은 없었다. 내일 회사에서 펼쳐질 환장대잔치에 나는 또 어떻게 대응해 나갈까?


무튼. 태국에서 나는 많은 날들이 목적이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날그날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꽃과 나무들 사이에
파묻혀 있어도 나는 충분히 온전했고, 충만했으며, 행복했다.


ps. 

휴직 후 태국 한달살기 회상과 복직 후 회사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씁니다. 글과 함께 발행된 사진은 모두 태국에서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입니다. 요즘. 2030 세대에 대한 어두운 통계와 인구소멸로 인한 국가존망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러운 것 같아요. (저는 그만큼, 우리 사회의 메타인지 능력이 우려스러울 만큼 낮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실 파악이 안 되는 것이죠!) 


(제 글을 읽는 분들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저처럼 우울증으로 휴직하고 복직하신 분들 혹은(출산휴직 제외) 좋지 못한 일로 퇴사 또는 휴직하신 분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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