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란이 Mar 28. 2023

소영의 봄

우리가 사는 이야기

(* 소영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


소영은 늘 걱정이 많았다.

10대 때는 진로와 대학, 20대 때는 외모, 남자친구 그리고 10대 때와 여느 마찬가지로 진로 걱정.


그리고 30이 돼서도 여전히 걱정들은 소영을 따라다녔다.

‘걱정을 해서 뭐 하냐 어차피 마음만 안 좋아지는 걸.‘

오랜 시간 동안 겪어온 걱정 데이터들이 쌓여서 도달한 결론.

저 생각을 잠시나마 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기분은 회복이 되었다.


그러나 걱정하고 있는 현실이 도저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하는 상황에서는 흡사 소영을 덮쳐 걱정에 잡아먹힐 것 만 같은 기분에 엄청난 우울감과 슬프기까지 했다.


30살 초반과 중반 사이의 나이.


그래서인지 어릴 때만큼 울고 싶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땐 그냥 울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눈물에 조금의 걱정들도 흘러 보낼 수 있을 텐데 야속하게도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고 터질 듯 말 듯 감정의 골만 깊어져 간다.


어릴 때부터 왜 걱정을 사서 하냐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심지어 스스로도 난 걱정만 하는 기계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걱정은 우울을 불러온다.

걱정은 불안을 불러온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봤다.

마음속 걱정들이나 머릿속 걱정들이 너무 많아 감당하기 벅차질 때면 그냥 그것들을 커다란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두고 절대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아예 세상 밖 빛을 보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영영 모르척 회피해 버리는. 일종의 ‘걱정 유기’


그러나 이것도 잠깐의 상상일 뿐이지 금세 또 걱정들은 줄줄이 소시지처럼 끊길 기미가 없다.


올해도 봄이 온다. 호르몬 때문인지 일주일간 그냥 사소한 것에 소영은 울컥했다. 분명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는 나오지도 않더니 울 상황도 아닌데 나오려 하는 이 이상한 상황에 참 본인도 아이러니했다.


‘뭐야.. 나오라 할 땐 안 나오더니만..’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이 요동을 치는 건지 일주일에 3~4번은 울컥했다. 그리고 눈물은 진짜 뜬금없는 상황에, 그 장면은 전혀 눈물을 흘릴 장면이 아닌데도 사소한 것에 눈물이 줄줄 나왔고 한번 터지기 시작하니 마음을 추스른다고 추슬러도 뭐만 하면 자꾸 왈칵 눈물이 나왔다.


그날 하루는 울면서 하루가 다 지나간 것 같다.


다음날 이상하게 기분이 맑다. 아직도 걱정은 여전하지만 그 걱정들이 소영을 억누르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항상 되뇌던

‘걱정을 해서 뭐 하냐 어차피 마음만 안 좋아지는 걸.‘

이성은 알지만 마음으로 도저히 되지 않았던 이 말이 유독 그날은 드디어 마음으로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소영은 걱정을 한다. 그 걱정들은 아직 풀리지도 그리고 풀릴 기미도 없다. 그 걱정들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도 못했다.

그러나 소영은 뭔가 새로운 길이 자신을 기다릴 것만 같았다. 항상 돌파하고 싶었던 문제였는데 어쩌면 마음을 편하게 먹고 좀 더 가벼운 마음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소영에게도 봄이 온다.

작가의 이전글 23.3.14 감정의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