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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Sep 06. 2016

노인 세일즈맨

아들을 돕고싶은 아버지의 마음




  

 자재회사의 세일즈맨들이 가끔 사무실에 들른다. 시멘트나 모래 자갈, 철근,중장비 등의 건축 관련 자재상의 직원들로 자기회사의 물건을 써주어 고맙다고 인사차 들르는 것이다.
 
  볼펜이나 메모지,수첩, 달력등의 광고용품을  가져오고, 절기땐  작은 선물을 들고 오기도 한다. 망치 모양의 초컬릿도 가져오고 시멘트 벽돌 모양의 쿠키를 공구박스 형태의 상자에 담아오기도 하여 건축자재 회사인 것을 광고하는 것이다. 선물의 내용물보단 그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오늘 낮엔  주차장에 트럭이 한대 주차하는 것이 CCTV 로 보였다. 한참이 지나도 방문객이 들어오질 않아서 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아주 연로한 백발의 노인이 지팡이를 꺼내더니 겨우 몸을 가누고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다. 손에 무얼 들고 허청 허청 오는데 누굴까 의아했다. 건축회사인 우리회사엔 트럭을 탄 건장한 노가다들의 방문이 잦기에 말이다.
 
  깊은 숨을 몰아쉬고 자신을 소개하는데 모래와 자갈을 공급하는 회사의 세일즈맨이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와 아리조나를 커버하는 큰 회사이다. 메모지와 달력 그리고 스마일스(Smiles)라고 쓰인 작은 유머집을 선물로 가져왔다. 주문을  담당하는 사무실 직원과 악수를 여러번 하고 갔다.
 
  한 두 마디 하는 데도 힘이들어보이는 그가 세일즈맨이라니 놀랐다. 젊고 빠릿한 이들이 보통 세일즈를 담당하는데 말이다.  80세는 족히 넘어보이는 불편한 몸의 그가 어찌 취직이 되었으며 어떻게 아직까지 일을 할까 궁금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았다. 50세의 Dan 이라는 사람이 CEO로 소개가 되어있다. 그런데 CEO의 성씨가 아까 그 세일즈맨과 같지 않은가? 발음도 어려운 긴 last name 이어서 기억에 남았었다. 본부로 전화를 해보니 그 노인은 창업자라고 한다. 서비스가 잘 되고있는지 가끔 점검하러 다닌다는 것이다. 긴가민가하던 나의 추측이 맞았다. 1968년에 창업한 그 회사는  노인이 40년간 운영하다가  아들에게 물려주었다는 것이다.
 
 창업자는 회사에 애착이 많다. 힘들게 일구었기에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걸 물려받은 자손들은 저절로 굴러 들어온 줄 알고 흥청대며 쓸 줄만 알지 지켜내질 못한다. 그럼에도 그 회사는 아주 큰 회사가 되었으니 대물림이 성공한 셈인가? 부러웠다.
 
  크지도 않은 우리회사의 경우는 남편이 어렵게 세워놓은 회사를 아들아이는 물려받으려하지도 않고, 3D 업종이라며 기피하는 실정이다. 남편말로는 건축회사는 대물림이 어렵다고 한다. 사람의 노동을 근간으로 하는 사업이어서 직원들이 나이들어가면 힘을 못쓰니 은퇴해야하며, 장비도 오래되면 바꾸어야하므로 물려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업하는 방법이나 인력관리의 노하우 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어도  요즘 젊은 아이들에겐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당대에 마치고 말 사업을 지키느라 새벽부터 애쓰는 남편이 안쓰럽다. 건강이 안 좋은 엄마대신   아빠를 돕는다며 엄청 생색을 내고는 편한 사무실에서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는 아들과 땡볕 현장에 나가 진두 지휘를 하는 남편을 보는 내 마음은 편치 못하다. 아들은 회사일보단 점심을 무얼 먹을까에 관심이 더 많아 보인다. 아들아이가 아직도 철부지 인 것은 옳게 가르치지  못한 부모때문이니 누굴 탓하랴.
 
평균수명이 길어져 앞으로는 100세까지도  살 수 있는 시대에 와있다. 아들이 가업을 잇는다면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도와줄 마음의 준비가 다 되어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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