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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듯이 Nov 18. 2024

체감 시간

_단상

시골에서의 일상은 도심과 다르게 게으름이 얕다.

오전 여섯 시면 이른 아침이 아니라, 새 날의 자연스러운 시작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추수가 끝난 논과 들은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김장배추, 김장 무,를 수확한 빈 밭에는 성토와 경운이 한창이다.

겨울눈에 얼고 녹을 땅을 위해 흙 위에 흙 이불을 덮어주어

땅 속의 미생물들과 생명체들의  숨구멍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 밭은 내년 봄을 단단히 준비하는 부지런한 농부의 손을 만났으니 행운이다.


시골의 국도에는 가로등이 켜지지 않는다.

경작지가 대부분이라 식물의 생리 호르몬을 조절하기 위해 불빛을 켜지 않는다.

단단하고 건강한 알곡과 튼실한 식재료를 얻기 위함이다.

낮과 밤을 구별 지어 주는 배려이자 농부의 염원이다.

그래서인지,

해거름이 내리는 오후 여섯 시만 되어도  사방은 고요히 밤을 준비하고.

체감 시간은 마치 한 밤중이 되어 버린다.

지금 나가면 지리산 반달곰을 만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밤에 풍경은 그렇듯 생명의 알곡에게 집중하고 있다.

자연을 그리는 모습은 역시 자연 안에서 명확하다.

가까이 있다고 느끼니 그 어떤 언어의 보충으로도 불필요할 만큼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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