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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우리 편이라는 갑옷: 진영 논리와 정체성의 위기

2부. 혐오의 현재

by 조하나


명절에 모인 가족들이 정치 이야기로 고성을 지르다 끝내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풍경. 하나의 뉴스 기사에 달린, 서로를 악마로 규정하는 수만 개의 댓글. 이념이 다른 동창을 소셜미디어에서 차단해 버리는 손가락. 이 모든 것은 2025년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상의 단면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정치는 더 이상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정책의 경연이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 편’과 ‘저들 편’으로 나뉘어 싸우는, 결코 패배해서는 안 되는 부족 전쟁이 되었다. 이성은 실종되고, 신념은 종교가 되었으며, 반대편을 향한 혐오는 우리 편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표가 되었다. 우리는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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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은, 이 견고한 진영의 갑옷을 입는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현대 사회의 개인은 전통적 공동체로부터 뿌리 뽑힌 ‘원자화된 존재’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불안한 존재이며, 깊은 고독과 정체성의 위기에 시달린다. 바로 이 위태롭고 공허한 개인에게, ‘정치적 진영’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피난처를 제공한다. 그 갑옷은 개인의 나약한 자아를 보호하는 몇 가지 강력한 심리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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