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전 장에서 혐오의 근원인 자기혐오를 치유할 개인의 내면적 힘, ‘자기 자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단단한 갑옷을 입는다 한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환경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는 또다시 같은 질병에 감염될 수밖에 없다. 치료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에게는 미래를 위한 ‘백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현대사회의 혐오가 어떻게 ‘놀이’가 되었는지를 목격했다. 맥락이 거세된 숏폼 콘텐츠, 잔인함에 보상하는 게임화, 생각을 마비시키는 밈. 이 세 가지 강력한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인성 교육 강화’ 같은 낡고 무력한 처방전을 폐기하고, 바이러스의 작동 원리 자체를 역이용하는 새로운 백신을 설계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넘어, ‘디지털 고고학’으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짜뉴스에 속지 마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이는 바이러스의 증상만을 알려줄 뿐, 바이러스의 정체를 가르치지는 못한다. 우리는 수동적인 정보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콘텐츠 탐정’을 길러내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교육 방법으로 ‘혐오 밈 역추적 프로젝트’, 즉 ’디지털 고고학’을 제안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금 유행하는 특정 혐오 밈이나 조롱 섞인 숏폼 영상을 과제로 제시한다. 학생들의 과제는, 그 밈의 ‘출처’를 역추적하는 것이다. 이 이미지는 원래 어떤 사진이었는가? 이 영상의 원본은 무엇이며, 어떤 맥락에서 촬영되었는가? 누가, 어떤 의도로 이 부분을 잘라내어 유포하기 시작했는가?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파편화된 콘텐츠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의도를 스스로 발굴해낸다. 맥락이 복원되는 순간, ‘재미있는 놀이’였던 혐오 콘텐츠는 한 개인의 고통이나, 특정 집단을 공격하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담긴 ‘사건’으로 재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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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쓴 문장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출간작가, 피처에디터, 문화탐험가, 그리고 국제 스쿠버다이빙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