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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Nov 28. 2024

당신을 쇼핑 중독자로 만드는 아주 과학적인 음모

기업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싫어합니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여러분은
평소보다 싸다는 이유로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얼마나 쇼핑했나요?     



ⓒ 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적절한 타이밍에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Buy Now! The Shopping Conspiracy)>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예고편






               

당신은 100% 속고 있으며, 그것은 과학에 기반합니다.

    


ⓒ 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아마존 쇼핑 사이트 개발을 도운 아마존의 전 디자이너가 말합니다. 그녀는 아마존 쇼핑 사이트 페이지의 ‘원클릭 구매’와 ‘무료 배송’의 버튼과 글자 색상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율이 달라진다는 걸 알죠. 그렇게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한 인간의 마음을 홀려 구매 버튼을 누르는 데까지 아마존은 기업의 사활을 겁니다.

  


ⓒ 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상상을 초월하는 개수의 팔리지 않는 물건은 폐기합니다. 자본주의의 이익과 동떨어져있는 빈민국이나 경제적 소외 계층에 그 물건들을 나누는 것보다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물건을 소각장으로 보내는 것이 비용면에서 훨씬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 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전 세계적으로 매일, 매일, 약 1천3백 만대의 휴대폰이 버려진다고 합니다. 전 애플사 직원에 따르면,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장 많은 전자기기를 만드는 회사의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는 ‘이 기기가 수명이 다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번에 새 모델이 나와 바꾼 휴대폰과 노트북을 재활용 센터에 기부했어!”라고 뿌듯해 하지만 대부분의 전자기기 폐기물은 바다 건너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같은 후진국에 싼값으로 팔려 갑니다. 이득과 실리를 챙긴 부자 나라들이 끝까지 자본주의를 이용해 가난한 나라에 온갖 전자기기 폐기물에서 나오는 수은과 납 등의 맹독성 물질을 떠넘기는 거죠.



      

ⓒ 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전 세계에서 1만 5천만 개의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이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 의류 수입국 중 하나인 가나로 보내집니다. 매년이 아니라 매주요, 매주! 매주 1만 5천만 개의 옷이 3천만이 조금 넘는 인구수를 가진 나라 가나로 보내집니다. 사람들은 “오, 입지 않는 옷을 기부했어! H&M 재활용 센터에 보냈어!”라며 기업과 단체를 믿고 안심하며 심지어는 좋은 일을 했다는 기분까지 들지 모르지만 대부분 헌 옷은 가나의 해변에 버려집니다. 합성섬유와 석유, 플라스틱이 원료인 옷들은 수십 년 동안 썩지도 않고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바다에 둥둥 떠다니다가 물과 공기, 물고기, 식물, 동물을 통해 결국 우리의 몸으로 들어옵니다.      




ⓒ 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명분을 보호막처럼 늘어놓고, 현재 인류가 지구에서 생산하는 물건의 양조차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과생산, 과소비, 과폐기를 하고 있습니다. ‘더, 더, 더’만을 외치는 경제 시스템에서 자본주의의 미덕으로 꼽히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 우리는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살고 있습니다. 하도 자주 들어 이제는 무감각해진 사람들도 많겠지요.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는 매 시간 생산되는 250만 개의 신발을 우리에게 직접 보여줍니다. 



               

ⓒ 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기업들은 소비자가 과소비를 하면서 겪는 죄책감까지 교묘하게 계산합니다. 별의별 재활용 표기를 패키지에 집어넣어 소비자의 죄책감을 덜어주지만, 이 또한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재활용 가능 표기가 들어간 플라스틱들은 대부분 땅에 매립되거나 소각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실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10%도 안 됩니다.



 

ⓒ 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는 표면적으로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답게 흥미로운 시각적 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제프 골드블럼의 호기심 세계>를 연출한 닉 스테이시 감독이 현대 소비주의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는 IT 회사, 의류회사, 온라인 상거래 업체가 어떤 방법을 통해 사람들에게 점점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하도록 부추기고, 또한 어떻게 그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소비자들을 속이는지 파헤칩니다.  


    




아마존, 아디다스, 애플 등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자랑하는 글로벌 거대 기업에 몸담았던 내부자들의 증언과 다양한 아카이브를 통해 이러한 기업들이 제품을 일회용으로 설계한 다음 본질적으로 소비자에 세뇌해 제품을 계속해서 사게 함으로써 ‘계획된 노후화’를 노골적으로 악용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또한 자신들이 판매한 물건들이 어떻게 버려지는지에 대한 결과와 책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도 빼먹지 않죠.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모든 화살을 탐욕 가득한 기업과 조작적인 마케팅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다른 다큐멘터리와 다를 바 없이 “책임감 있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라는 결론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소비자로서 첫째, 소비를 덜하고, 둘째, 웬만하면 전자기기를 수리해서 쓰고, 셋째, 문제를 발견하면 시의원에게 연락하라, 정도입니다.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FOMO’로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산다는 것도, 또 여기에 일조하는 신문, 잡지, TV, 유튜브 등을 도배하는 수많은 기업들의 광고도, 또 그 기업들의 광고들로 수익을 내는 개인 콘텐츠 제작자들도 거대한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이 다큐멘터리는 짚어내지 못합니다. 






왜 항상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지구라는 별 구석구석 영향력을 미치는 글로벌 대기업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모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무력한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걸까요?

그저 소비자가 덜 사고, 고쳐 쓰면 되는 걸까요?
그럼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요?






넷플릭스도 탄소발자국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글로벌 대기업이고, 넷플릭스 역시 기업들의 광고를 받기 때문이죠.  



    

ⓒ 넷플릭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문제 해결이나 대안 제시 면에서 깊은 통찰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현재 우리의 소비생활을 상황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다큐멘터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재활용 센터에 넣었다고, 기부했다고, 쓰레기통에 넣었다고 해서,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좀 더 직시해야 합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만으로는 모두 담아내기엔 광범위하고 버거운 내용들이라 깊이에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의 수익 극대화가 인류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인가에 대한 질문의 시작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방법을 찾아 나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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