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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Sep 01. 2022

제주도 뚜벅이 여행 - 공항버스, 도착


공항버스를 알아보았다. 공항에 매번 주차하다가 이틀 전에 예약하려니 예약 불가능이다.  

이사 오고 공항버스는 처음이라 동네에 어디서 타는지 확인한 뒤, 김포공항행 '버스 타고'어플로 예매했다. 비행기는 15시 10분 출발 편이었는데, 공항버스로 약 1시간 40분이나 걸린다고 해서, 오전 11시 30분 버스를 타기로 했다.  




어플에 가입하고 티켓을 발권한 뒤 버스정거장에 5분을 남겨서 도착했는데 도착정보 없음이 떠있는 게 아닌가.

'코로나 때문에 운행 횟수가 줄었나..'


얼른 놀라서 버스회사에 전화해보니 다행히 운행한다며 출발한다고 했다. 버스는 10분 뒤 도착했고, 우왕좌왕 짐을 싣고 어플을 켜서 태그 하여 어찌어찌 차에 올랐다.


다음 정거장에 들러서, 어르신들도 익숙한 듯 스마트폰 어플로 태그를 찍는 모습이 신기했다. 전에는 행선지 별로 기사님이 버스카드를 대기 전에 미리 금액을 찍고 카드를 찍는 시스템이었는데 말이다.


'좌석이 없으면 서서 갈 수 없으니까 그렇구나'


그런데 버스 타고 어플을 예매하고 가입할 때 스마트폰 '알림 설정 기능'에서 현 위치 항시 이용 동의부터 예매 결제까지 좀 번거로운데 어른들이 이걸 다 한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도와줬을 수도.


아니나 다를까, 50대 후반도 추정되는 아저씨 한 분이

탔는데 예매를 안 해서 내리라고 실랑이를 벌였다.


"아니, 어플로 가입하다가 안돼서 못했는데.."

"자리 다 찼어요. 내리세요"

"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비행기 타야 돼요"

"다 예약 찬 거예요. 예매해서 다음 차 타세요"


막무가내로 지금 타야 된다며 비행기를 놓친다고 하는 승객과, 자리가 없어서 출발을 안 하겠다고 하는 기사님.


빈 좌석이 있는데 왜 못 타냐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저씨가 계속해서 우기자, 기사님은 자리가 예약된 좌석임을 모두 보여드렸다.

솔직히 막무가내였는데, 두 분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가서 안타까웠다. 내가 생각해도 어플로 가입하고 결제하는 과정이 복잡한데 어르신들은 오죽할까.

5분도 넘게 실랑이를 했다.


결국 기사 아저씨는 화가 난 채로 성질을 내며 내리시라고 하셨고, 아저씨는 다른 승객들의 눈치를 보더니 체념하는 듯 눈빛을 하고는 내리셨다.

맨 앞에 앉아있던 우리는 멋쩍게 내리는 아저씨를 보고 안타깝지만 고개를 돌렸다.

'그 아저씨는 결국 택시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고 가셨겠지.'


"에휴, 안타깝다"

 

스마트화되서 편리하고 좋기는 한데, 세대 간의 정보 격차가 크다. 키오스크도 편리하기 때문에 생긴 것임에도 주문을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

 

휴대폰 판매점에서 판매만 하지 말고 한 며칠은 교육해주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그렇게 공항에서 또 한 번의 체크인과 모바일 탑승권을 찍고 난 후 좌석에 앉아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비행기가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좀 지나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바퀴가 닿기 전까지 긴장감을 갖다가

 "터억-"하고 몇 번의 흔들림 끝에 내릴 수 있었다.

드디어 제주도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하고서도 끝이 아니었다. 전엔 렌터카 회사만 찾아가면 됬었는데 이제는 숙소까지 직접 가야한다.

버스 탑승구로 이동해서 공항버스에서 서쪽으로 가는 버스 승강장의 위치를 확인하고 캐리어를 싣고 내려 환승한 끝에 겨우 협재 해변을 도착했다.


그리고 해변으로부터 800m 반경의 숙소까지 캐리어를 덜거덕 덜거덕 끌고 3층 방으로 도착. 공항에서 한시간 만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외진 위치와 작은 방에 실망한 눈초리로 남편은 무언의 눈빛으로 나를 려보았지만 짐을 풀고 다시 해변으로 갔다. 800m가 생각보다 꽤 멀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 숙소에서 그것도 뚜벅이로 괜찮을까? 너무 걱정되었지만, 그에 비해 제주도에서 반겨주는 첫날 협재에서 본 선셋이 무척 아름다웠다.


환상적이다라는 표현이 맞아.

그렇게 다소 번거로웠던 제주도에서의 뚜벅이의 하루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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