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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델포이(델피) 방문기(1)

당일치기 했습니다

by 오스나씨


델포이(Δελφοί)로 간 이유

델포이가 델피고 델피가 델포이다. 델포이는 고대 그리스식, 델피는 현대 그리스식 이름이다. 사실 델포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긴 한데 여기서는 그냥 델피라고 부르기로 한다. 나는 지금 현대에 사니까. 아니 근데 지금 자세히 보니 왜 버스티켓에는 델포이가 써있는게냐? 어떤 말이 맞는거냐? @_@


사실 델피는 메테오라와 묶어서 1박2일 투어상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도 그냥 유로자전거나라 투어를 신청해서 갈까 했었는데 맘놓고 있다가 마감이 되어버리는 통에.. 원래 그거대로라면 진즉 아테네로 복귀했었을테지만 이게 삔또나버리니 그냥 깔끔히 포기하고 펠로폰네소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었던 것. 솔직히 그리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 보낼수록 터키에서의 시간이 줄어들어서 마음 한켠은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신의계시이려니.. 이렇게 하루를 또 늘려서 델피를 가게 된다. 로도스에서 푹 쉬었으니 이제 빡세게 돌아다닐 차례이기도 했고 막상 갈날이 얼마 안남으니 호텔에서 멍때리고 쉬는 것보다는 무리해서라도 진행하는것이 옳다고 느끼기도 했다. 뭐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것 같다.


참고로 처음 그리스를 가기로 마음 먹었을때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테네와 산토리니와 같은 곳만 알고 있어서 당연히 거길 가는 걸로 생각했었고.. 그나마 초반에 찾아냈던 뉴 플레이스가 메테오라였음( 참고로 메테오라는 절벽위에 세워진 수도원임). 근데 결국 메테오라는 못 갔고, 출발 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펠로폰네소스지방과 델피를 갔던건 참으로 웃긴 아이러니. 뭐 근데 잘 한것 같다. 이번 그리스여행의 주테마는 수도원쪽 보다는 고대 그리스 유적에 더 가까우니깐. 그런 의미에서 델피는 꼭 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렌트카가 있었으면 블로그의 그 누구들처럼 델피를 들렀다가 메테오라도 충분히 방문했을지도 모른다. 델피에서 메테오라로 가는 대중교통편은 상당히 구리다. 그래서 뭐 나는 못 간거고.



출발

아테네에서 델피로 가기 위해서는 Liossion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야하는데, 정보를 찾아보니 대부분 attiki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1킬로 남짓을 걸어간다. 내가 있었던 빅토리아역에서 attiki역까지는 한두정거장 되었는데 사실 지하철을 탈까하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서 리셉션가이에게 쟈철 첫차시간도 묻긴 했었지만, 최소한의 삽질을 위해 택시를 최우선으로 하고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그리스 가시는 분들. 특히 아테네 계시는 분들. 그냥 택시 타십시오. 미터택시의 소중함은 두번말해 뭐하나. 다른데서야 흥정이 귀찮았던 까닭에,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임한다 해도 어차피 내가 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관계로 똥배짱을 부리고 택시를 안탔지만 여긴 사정이 다르다. 그렇게 택시로 손쉽게 버스터미널 도착.


델피가는 버스표창구. 터미널 입구에서 오른편이 표파는 곳이당. 그리고 시간표



왕복표를 끊는다. 아침 7시반 출발, 델피에서 돌아올땐 4시출발



버스타는 곳. 아직 해도 뜨지 않았다. 버스에서 "델피" 글자는 보이지 않아서 아재들한테 물어보고 기다림



중간에 휴게소도 들르고, 이제 해떴네



버스는 계속 씐나게 달립니당



완전 구불구불한 산길을 겁도 없이 신나게 달리던 버스가 중간에 갑자기 서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내린다. 여긴 뭔가 싶어서 구글지도를 켜봤다. '아 뭐야? 첨 듣는 이름인데? 노관심!' 하고 흥미가 꺼졌다가, 잠시 후 '아 맞다, 나 인터넷 된다.' 하며 녹색창을 열어 검색도 해봤다.



아라초바? 뭐하는 곳이다냐? 뭣이? 아라초밥으로 검색해?


알고 보니 뭐 '태양의 후예'에 나왔다는 유명관광지인 모양인데, 나야 뭐 그런 류의 한국드라마는 1도 관심이 없어서 채널 돌리가다 본, 총 시청시간은 30초 내외고요.. 우야된동 내린 사람들중에 동양인은 1도 안보였으니 태양의 후예 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원래부터 유명한 곳인듯.. 여튼 뭐 내 스타일은 아닌 곳 같고, 현실적으로 가는 것도 불가능할것 같고, 지금 관심사는 only 델피라서 다시 관심이 꺼진다.



도착

버스는 무사히 델피에 내려줬다. 사실 아까 아라초밥으로 검색하라던 아라초바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리길래 나도 따라가서 기사아재한테 "여기가 델피?" 하니까 아니라고 하셨었지. 그 참에 자리도 내릴 때 편하라고 맨 앞으로 옮겼었고. 그런 나를 봐둔건지 어쩐건지 델피에 도착하니 안내원같은 청년이 "델피!!"라고 소리쳐 주심. 땡큐를 쏴드리고 내리긴 했는데 내려서 보니 거의 새 것인 생수를 놓고 내렸네^^ 바보탱이^^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안 내렸다. 아까 아라초밥이 아닌 아라초바에서 더 많이 내린것 같다.

메뉴는 어차피 생각하고 왔음. 아침이니 그릭샐러드. 오렌지주스는 에러. 괜히 시킴ㅋㅋ 시고 맛없었음

내리자마자 밥집부터 찾았다. 7시반에 버스를 탔고 약 4시간 정도 걸린것 같은데.. 아침은 아까 터미널에서 사서 단숨에 흡입한 과자부스레기가 다였던지라 뭔가를 먹고 움직이는것이 옳았으므로. 버스에서 내린 곳 근처는 나름 일대에서 제일 번화가의 초입이라 식당이 많았는데 맛집을 검색할까 어쩔까 하다가 그냥 눈 앞의 식당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여기 꽤 유명한 집이다. 사실 음식으로 유명한집이 아니라 돌아가는 버스티켓을 팔아서 그렇다. In Delphi Cafe... 혹시 왕복티켓 안사오신 분들은 요기서 돌아가는 티켓사시면 됩니다.



배 채웠으니 이제 나와서,

고도 진짜 쨩 높다

관광을 시작해보실까? 아테네쪽에서 버스가 달려오던 방향을 기준으로 버스에서 내려준 곳=가장 앞 쪽에 시티가 있고 그 뒤로 박물관, 아폴론 유적지, 아테나 성소 순으로 있다. 그리고 델피는 고도가 굉장히 높은 편. 버스는 심한 산길을 올라왔다. 델피는 파르나소스 산을 깎아서 만든 도시다. 그 옛날에 이거 깎으려면 정말이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딱 봐도 흙산이 아니라 돌뎅이들이 즐비한 돌산인데 그들의 신앙심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 같다는 생각.


관광이 있는 추천루트는 아폴론신전이 있는, 일명 신탁을 받던 장소가 있는 유적지-->아테나 성소-->박물관 되시겠다. 유적지는 아래쪽에 있으니 언덕을 다시 내려간다. 박물관이 보이지만 일단 패스. 야외에 있는 유적지를 보고 따순 박물관에서 얼었던 몸을 녹이며 시간을 때우다가 버스시간에 딱 맞춰서 정류장으로 돌아가는것이 최적의 루트.



내려가는길에 보이던 태극기. 중국, 일본 다있는데 우리만 없었으면 삐질뻔 했음


사실 이 깃발들은 델피의 유물발굴에 도움을 준 국가들의 리스트라는데. 우리나라는 뭘 한거지? 거참 신기한 일일세.



About 델피

크로노스를 대장으로 하는 티탄족이랑 제우스가 싸울때 그는 아폴론을 보내 당시 가이아가 지키고 있던 여기=델피를 제일 먼저 접수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만큼 격하게 애꼈던 지역이었던것 같다. 아빠 말 잘듣는 아폴론은 가이아의 아들인, 델피를 지키고 있었던 피톤(댄따큰 뱀)을 태어난지 3일만에 화살을 쏴서 제거하고 델피를 접수한다. 이후 델피의 주인은 가이아에서 아폴론으로 바뀐 뒤 계속 아폴론의 도시로써 존재했다.


입장할게


역시나 할인가다. 겨울 비수기 좋아좋아. 6유로에 입장권 구매. 아폴론신전 유적지+박물관 통합권이다. 저 아래 있는 아테나 성소랑 김나지움터는 무료라고 표파는 언니가 설명해줬다.




옴파로스의 돌

옴파로스의 돌 짝퉁. 진품은 박물관에.

옴파로스의 돌은 델피가 배꼽=세상의 중심이라는 의미의 돌이다. 제우스는 세상의 양쪽 끝,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독수리 한마리씩을 날려서 중심을 향해 날게했다. 그때야 뭐 천동설이 당연한 것이었을 테니. 우야된동 그래서 독수리가 만난곳이 바로 저 위치라 돌멩이를 떨어트려 뙇 세상의 중심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 돌에 대해 전해오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제우스 아부지는 티탄족 크로노스인데 본인이 자기 자식한테 죽는다는 소리를 듣고-사실 본인도 아부지(의 중요한 부위)를 없애고 자리 뺐은 패륜아 되시겠다-넘나 찜찜해서 동생이자 마눌님인 레아가 애들을 낳는 족족 삼켜버렸음. 넘나 이래선 안되겠는 레아는 막냉이 제우스가 태어났을때는 돌뎅이를 천으로 싸서 제우스랑 바꿔치기 함. 그래서 크로노스는 제우스 대신 돌뎅이를 삼키고(바보냐?) 제우스는 씐나게 튀고, 비록 제일 늦게 태어났지만 제일 먼저 세상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족보가 꼬여서 젤로 큰 형이 되었다.


크레타섬에서 몰래 장성한 패륜아 2세 제우스는 이제 아빠랑 진짜 한판 붙어볼 참이다. 당시 제우스가 빠져있던,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메티스의 전략에 따라, 제우스의 천하통일을 위한 인재 등용을 돕기 위해 엄마 레아가 나섰다. 크로노스에게 구토제를 먹여 버린것임(그녀 사랑의 정도는 남편사랑<<<<<자식사랑 이었나보다). 그 안에 무시무시한 애들 있는데 이제 크로노스는 일났음. 결국 그는 제우스 보다 먼저 잡아 먹힌 형누나들(포세이돈, 하데스,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과 함께 저 돌을 토해냈다고 한다. 근데 생각해보니 나중에 제우스도 아테나를 임신한 자기 마눌님(=메티스)를 삼키지 않았나? 역시 그 아비에 그 아들..아...아닙니다.

그냥 미리 올라오시게나 박물관에 있는 돌님하

박물관에는 마치 진품인것 같은 옴파로스의 돌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실 이것도 아주아주 옛날부터 내려져 오는 완전 오리지날은 아니다. 당연하지.. 그게 몇 천년전인데 가능하겠냐.. 태초에 옴파로스(또는 옴파로스라고 누군가 지정한 돌뎅이)가 있었을 터이나 그것은 지금의 위치가 아닌, 신전 깊은 곳, 신탁을 내리던 피티아들이 있던 공간 어딘가에 있었다고 전해지고 현재 그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채로 어딘가에서 분해되서 굴러다니고 있거나, 운이 좋다면 누군가의 컬렉션에 몰래 보관중이겠지.


사진은 현재 박물관에 있는, 인근에서 델피에 바쳐졌던 유사품이다. 태초의 옴파로스는 천으로 덮힌 상태였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크로노스를 속이기 위해, 마치 제우스 인것처럼 하기 위해 강보가 쌓여져 있었을 터이니. 그래서 그것을 포함해서 상상하다보니 표면에 무늬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즉 현재 야외에 있는 복제품이 원래 오리지날과 더 비슷한 모양이라는 것.



보물창고

로만아고라 터

로만 아고라터를 지나면 약간은 좁은 듯한 성스러운 길이 이어지는데, 그 양 옆으로 각지에서 봉헌된 보물들을 보관, 또는 전시하는 구역이 나타난다. 기증받은 보물들은 막 여기저기 널려놓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구역에 쌓아두었다.


델피는 무척이나 신성시받던 장소였던지라 주변 나라에서 온갖 보물을 다 기부받았다. 신탁받으러 오면서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 그 신탁으로 인해 무언가 혜택을 봤다고 느낀 경우 감사해서, 그리고 그냥 아무 이유없이 기념으로 등등. 현재는 그냥 그런 길이지만 길 양쪽으로 온갖 보물들이 즐비했었다. 그러다 델피가 쇠락하면서 제법 값나가는 보물들은 누군가-특히 로마-의 수중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지진나서 흙속에 파묻혀서 약탈을 면했던 것들은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것이고.


가장 유명한 것이 '아테네 보물창고'이다. 처음 건물은 파괴되었고 현재의 것은 1900년대에 와서 복원된 것이라고 한다. 마라톤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에서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아테네꺼



그리고 아르고스네꺼, 보이오티아네꺼


아테네 말고 다른 지방의 보물창고들도 있다. 과거에는 아테네 보물창고가 복원되었던 것과 같이 무언가 건물이 함께 있었겠지. 각각의 구역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보고 추정을 한게 아닐까 싶다.





아폴론 신전 그리고 델포이 신탁

드디어 아폴론 신전이다. 어서 내게 배우자에 대한 신탁을 달라.


무엇보다 델피는 예언의 능력을 가진 아폴론과 접신하는 피티아들의 신탁이 가장 유명할 것이다. 그녀들은 바위틈에서 새어나오는 아틸렌가스를 마시고 월계수잎을 씹으며 환각에 빠지는 순간을 접신이라 믿고, 답을 구하는 방문객들에게 신의 계시라며 신탁을 내려주었다. 생각해보니 다프네가 스토커 아폴론을 피해 도망가다가 변한게 월계수 아니었나?..라고 실제 월계수 나무를 보면 구별도 못할 것 같은 오스나씨가 말했다.


처음에는 아폴론의 생일로 추정되는 매년 2월말 3월초쯤, 1년에 한번만 시행하던 신탁은 그 수요가 급증하여 매달 이루어졌다. 물론 신탁을 받으면 일정 사용료를 내야했고 그 외에 바쳐지던 보너스들로 인해 현재 델피는 그냥 그런 시골이지만 당시에는 엄청 부자도시였을 것이다.


델포이 신탁은 그리스로마 신화와 실제 역사속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사료에서 확인된 신탁의 수는 총 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유명한 이야기 몇 가지를 찌끄려보면, 우선 첫 번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탄생시킨 바로 그 이야기에서 나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관계를 맺는다'는 신탁이다. 이 신탁이 두려웠던 그는 코린토스 부모님에게서 멀리멀리 떠나지만 원래 그는 양자였기에 이 도망침은 의미가 없었다는 반전. 결국 떠돌고 떠돌다 양부모가 아닌 다시 만난 테베의 친부모에게 신탁과 같은 해를 입히게 된다는 이야기.


두 번째는 소크라테스 추종자의 '소크라테스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결론은 그 보다 현명한 사람이 없다는 신탁을 겟함. 그 얘기를 전해 들은 소크라테스는 여러 날고기는 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더해 진짜 그러한지 시험을 해보고는 결국 본인이 젤 잘났다는 결론을 내림. 그래서 미움을 샀고 후에 청년들을 선동하는 나쁜사람으로 재판받을때도 나 살려주소..가 아니라 신탁을 얘기하며 신의 뜻에 따라 행동한 것이니 받아들이라고 큰소리도 쳐보지만 결국 유죄판결 받는다는 이야기.

원래는 이랬다는데?

세번째는 리디아(현재 터키지방)의 왕이 페르시아와 싸울까 말까하면서 받았던 신탁에 대한 이야기. "너님이 강을 건너면 대국이 망할 것"이라고 하길래 싸움 진행 고고. 근데 결국 페르시아가 아닌 리디아가 망했다는 이야기. 아폴론의 변명 : "난 대국이라고만 했지 페르시아라고 안했음. 잘못 없음. 오해금지."


델피의 아폴론 숭배 및 신탁서비스는 잘 나가다가 4세기에 로마에서 중단시켰다. 기독교의 영향때문이었겠지.




청동 뱀기둥

아폴론 신전 근처에 특이한게 있어서 다가가 보았다. 기원전 479년 플러티어(Plataea)에서 벌어진 그리스 연합군이 페르시아를 발라버린 기념으로 그들에게서 빼앗은 청동을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저 꼬불꼬불한 것은 지금은 머리가 잘려나가서 당최 그렇게 안 보이지만 사실 뱀이 엉켜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연합군이 똘똘 뭉쳐 협업했던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바로 요거


뚜쉬 근데 열심히 해석하며 읽었더니 짝퉁이다. 이거 나중에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콘스탄티노플(당시 천도한 동로마제국의 수도=비잔티움=이스탄불)로 가져가버렸다고 한다. 오스나씨는 이걸 보고나서 며칠 후 마치 신에 이끌리듯 이스탄불에서 진품과 조우하게 된다.




부근의 기타등등

극장도 있다. 로마애들이 개조한거다.


그리고 여기 델피에서는 피티아 제전이 열렸다. 초기에는 시와 문학을 주제로 8년마다 개최되었으나 후에 레슬링과 달리기 같은 운동경기가 추가되고 4년으로 변경되었다. 처음에는 아폴론이 피톤을 제거한 것에 대해 엄마인 가이아가 열받을 것을 염려하여 미안해하며 위로차 제전을 열었던 것이라고. 또는 아폴론이 피톤을 제거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열었던 것이라고. 참고로 지난날 방문했던 올림피아 제전에 이어 두번째로 컸었다고 한다.


경기장

관람석은 그리스 시대때는 흙으로 만들었을 거라는데, 후에 로마애들이 돌로 개조했다고 한다. 근데 뭐 이런 고지대에서 또 올림픽을 하고 난리야. 올라오는 길에 노예들 개고생했을꺼 눈에 선하다. 올림픽에 참전하는 사람들은 노예가 아닌 귀족들이었을거고 귀족님하들이 산길을 걸어서 올라왔을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다. 내가 왜 이렇게 버럭하냐면 다른 곳도 높은데 이 경기장은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임. 표지판 잘 안보면 못 보고 그냥 집에 가서 후회하는 수가 있다. 길이 있으면 무조건 오르시길. 사실 뭐 이해는 간다. 행사 자체가 신에게 바치기 위한 것이었을 터이니, 최대한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오르는 길에는 느끼게 될것임. 왜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하는지. 첩첩산중에 둘러쌓여있는 델포이 유적지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혹자는 이 곳이 자기장에 세서 예민한 사람들은 느끼기도 한다던데 내게 그런 능력은 개뿔 추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지나 않으면 다행.




어서 신탁을 달라

경기장에서 내려오면서 아폴론과 대화... 내지는 독백을 했다. 나에게 배우자에 대한 신탁을 어서 달라고 징징거리다가 아무 소리도 안 들려오길래 그냥 내 멋대로 주변의 무언가를 보며 이게 신탁이겠거니... 신의 계시는 이거일꺼라 끼워맞추고 한마디로 내 멋대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나무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지나가는 새를 보고... 할튼 뭐만 보이면 연결시켜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키 큰 남친이 생길거라능


이 나무처럼 마음이 넓을거라능



계속 보였던 커플. 아재의 가죽잠바+츄리닝 조합이 참 인상깊었음.. 내 남친은 패션감각이 남다를 듯


경치좋다. 지금보니 구름이 몰려오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



나가기 아쉬워서 신전근처 벤치에서 요거 보면서 멍때림


쉬는 김에 비행기모드를 해제하고 잠시 데이터를 받아보았다. 아놔 근데 회사에서 여행 내내 안 오던 카톡이 와있다. 확인해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몇 달간 엄한 곳에서 파견근무를 하게 될 것 같단다. 이런 신탁은 싫다고요... 나는 미래의 배우자에 대한 신탁을 받으러 왔지. 회사와 관련된 신탁을 받으러 온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제 아테나 만나러 갑시다.

유적지를 벗어나 아테나성소 쪽으로 가보기로 한다. 가는 길 에는 김나지움터가 있다. 김나지움은 그리스 어로 '운동하는 곳'정도가 된다고 한다. 근데 김나지움은 어릴 때 빨강머리 앤..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 단어이다. 애긔들 커가지고 김나지움 간다고 막 그랬는데 당시 대체 김나지움은 무엇인가 대학교인가? 그럼 그냥 대학교라고 쓸 것이지 왜 김나지움이라는 단어를 썼던 걸까 수년간 고민했으나 그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부끄럽지만 지금 찾아보니 독일의 중등교육기관이 김나지움이라고 한다. 대학교가 아니었네. 근데 빨강머리 앤이 독일 사람이었던가? 캐나다 어디 아니었나? 흠.. 근데 뒤져보니 빨강머리앤이랑 김나지움과의 연관성은 1도 없네. 어릴적 오역이 난무한 동화책을 읽었던 걸로.


내려가려면 빡셀것 같아서 패스, 위에서만 봅니다.



신탁받으러 가는 길에 몸을 싯어 정갈하게 했다는 '카스탈리아의 샘'도 있는데 현재는 철문으로 막혀서 들어가지는 못하게 막아두었다.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주변에서 물의 흔적들은 보았다능.


아테나 성소 가는길에 있음ㅋㅋ


카스탈리아는 아리따운 여인네였는데 스토커 아폴론에게 쫓겨서 도망치다 저 위의 바위에서 뛰어내리려 하자 아폴론이 샘으로 만들어서 목숨을 살렸(?)다고 한다. 아니 근데 아폴론을 거부하는 여자들이 엄청 많네. 신들계의 엄친아라고 불리는 명망과는 참으로 반비례하다능. 뇌섹남에 하프도 잘켜는 음악가에 미소년의 외모에 빨래판 복근 보유자에 쌈도 그렇게 잘하고 결혼하면 뿌라쓰로 영생을 얻을 수도 있는 자리인데 왜키 거부를 했었으려나. 바람기도 안 보이고 굉장히 지고지순한 사랑을 했을 법 한데.. 흠냐.. 너무 대단해서 그랬나? 그리고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보니 여기가 아폴론이 퓌톤을 죽인 바로 그 곳이라는데 정말일까?



아테나 프로나이아 성역

이 곳은 아테나의 공간이다. 뜬금없이 아폴론의 도시에 왜 아테나일까? 아테나를 섬기는 아테네가 돈도 많고 힘이 세서 따로 만들어서 기증한 건가? 우야된동 그녀는 정말이지 인기인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


세계문화유산 인증 챠라란



Athena Pronaia Temple

사진에서 보이는 원형의 구조물은 톨로스(tholos)라고 한다. 저 곳을 신전이라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나도 그랬음) 실제 신전은 앞쪽에 보이는 돌뎅이들이다.

가까이에서 봅니다


이쪽 유적군은 좀 많이 걸어내려와야 볼 수 있다. 내려가는 건 둘째치고 나중에 올라가는게 더 빡센 길. 여름이었으면 좀 나았을까? 사실 내가 갔던 12월은 굉장히 추웠다. 고도가 높아서 기온자체가 아테네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낮기도 했지만 바람도 엄청 세게 불었던 까닭에. 하지만 뭐 그래서 사람도 없었으니 괜찮다. 가볼만한 가치가 있으니 혹여 가실분들은 까먹지 말고 여기까지도 꼭 가보시길. 사실 김나지움터랑 도로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어찌된건지 막혀있었단..


이제 다시 언덕을 기어올라가서 이번에는 마지막 목적지인 박물관을 향해 간다.



fhehtm.jpg 오늘의 모험성과 : 델포이 고고유적 클리어



델피.jpg 현재 오스나씨의 위치 : 델피 탐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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