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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om Jun 28. 2016

도쿄행 비행기


잠을 한숨도 못 자고 출발했다. 다 싸놓은 가방을 계속 뒤적거렸다. 뭐 두고 가는 거 없나? 기대나 걱정은 단 두 시간이든 하루 반나절이든, 날아가는 시간이랑 상관이 없다.

8시 반 비행기라 네시 오십 분 첫 버스를 타야 했다. 네시 반에 나갈 생각을 하니까 심장이 벌렁거렸다. 깜깜하겠지, 뒷 길은 더 깜깜하겠지, 이렇게 내 미래도 깜ㄲㅏㅁ...오빠가 데려다주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더 크게 부스럭거리면서 준비를 해봤다. 바로 옆방인데 미동도 없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렀다가 물 한 잔을 마시고 백팩을 메고 나왔더니, 현관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빠다! 아빠가 눈이 벌건 채로 캐리어를 잡고 있었다.

걸어가는 동안 끊임없이 떠들었다. 발랄함으로 죄를 덮어보려고. 혼자 가는 죄, 용돈 달라고 아양 떤 죄, 놀러 가는 주제에 일하는 아빠를 일어나게 한 죄. 길바닥은 생각보다 환했다. 앉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버스도 많았다. 아침잠 없는 할머니들도 벌써부터 뒤로 걷고 계셨다.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할 말이 다 고갈됐다. 아빠, 눈 빨개. 아빠, 친구도 버스 기다린대. 아빠, 3분 뒤에 도착한대. 아빠, 갈 때 조심해. 아빠, 갔다 올게.




아영이와 낄낄거리며 상봉해 곧장 수속을 하고 면세점으로 향했다. 공짜도 아닌데 공짜 같은 느낌으로 장바구니에 넣은 화장품을 찾아야 한다. 몇 개의 관문을 지나고 게이트 앞에 앉으니 생각이 났다. "종이 두고 왔다! 우리 계획!"

계획 세우러 만났던 날(!)

숙소까지 가는 길만 다시 후닥닥 찾아냈다. 아영이에게 '계획 없음, 대책 없음'을 '자유, 창의, 도전'의 느낌으로 둔갑해 주입시키고, 비행기를 탔다.

귀여운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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