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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om Jul 01. 2016

헤매는 즐거움

도쿄 첫날


출발 전 주부터 핸드폰 배경으로 해뒀던 게 있다. 아영이 말로는 '비가 안 오게 하는 요정'이라고 했다. 우리가 여행하는 주에 딱 도쿄에 비가 온다고 하니 요정님에게 빌어야 한다고 했다.


 

요뎡님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니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이 귀여웠다. 탕 소리만 나면 다들 뛰어갈 것 같았다. 운동회 하는 날처럼 신나게 캐리어를 끌었다.


아영아 힘내! 달려!


잘 녹은 더위사냥 맛
한 번도 안 쓴 모자
주륵


면세점에서 산 것들을 욱여넣다가 모자랑 선글라스를 발견했다. 여행엔 역시 모자랑 썬구리인데 날씨 어플을 켜 보니 왠지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오랜만이야 지하철표. 옛날이 좋았다. 갑자기 무거운 십 원짜리가 생각났다. 오래 타고 있으면 손에서 십 원짜리 냄새가 나던 그네도! 잘못 잡고 타면 살 찝히고 그랬는데.


첫 식사.

수국 천지.

미용실 입구. 커트가 오만원.

둘 다 찍히는 건 어색해하면서 서로 열심히 괴롭히면서 찍어줬다. 저기 서봐, 여기 봐봐.


밥 먹고 츠타야 서점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구글맵을 키고 화살표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걸었다. 여러 번 빠꾸하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했는데 잘못 들어선 골목마다 좋았다. 수국이 있고 알록달록한 타일이 있고 공중에 떠 있는 자동차가 있고.


그리고 도착한 츠타야!


한 시간이 훅 지나갔다. 밥만 든든히 먹고 가면 세 시간도 놀 수 있다.



맞은편 레스토랑도 좋고(밥은 안 먹었지만) 뒷 길의 가구점이나 라이카 샵도 좋았다. 수박주스를 시켰는데 다 들고 와서 종업원이 컵에 꽂혀 나온 수박을 떨어뜨렸다. 자기가 우리보다 더 놀라더니, 좀 이따 손에 수박을 다시 들고 왔다. 괜찮다고 하고 싶었는데 웃으면서 들고 온 수박을 컵에 꽂아줬다. 친절한 건 맞는데.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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