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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om Aug 17. 2016

몇 가지 생각

대중교통 위에서

1.

'여유 따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3은 인기가 많다. 2, 4, 5호선이 모두 지나가는 이곳에서, 그즈음 내리면 불필요한 걸음 없이 곧장 갈아타는 계단을 오를 수 있다.

저번에는 앞쪽에 서 있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내리려고 했다. 반이 빠지기도 전에 오른발 먼저 집어넣는 사람들과 손을 뻗어 앞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의 대결이 펼쳐졌다. 뜻하지 않게 선봉장이 된 나는 상대방의 "돌격!"에 방향을 잃고, 우리 편의 "자신 없음 빠져!" 스킬에 사정없이 당해야만 했다.

이래서 여유를 가지라는 거군! 오늘은 지하철이 다 멈춰질 때쯤 자리에서 일어나 멀찍이 꼬리에 섰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평온을 잃지 않고 한 발짝 한 발짝 내 차례를 기다렸다. 그렇게 여유롭게 충무로역에 내렸당.


2.

'글로 쓰는 화'



화가 났다. 한 열 줄 정도 카톡에 썼다가 지웠다. 쓰다 보니 화가 풀린 건 아니었다. 오히려 왜 화가 났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 길바닥에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보내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내 화는 그냥 한 번 정확하게 적힌 걸로 넘어가기로 했다. 자꾸 글을 쓰다 보면 부처님 발끝은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3.

'일단 내 탓'



버스를 타 자리를 잡았다. 이상한 냄새가 났다. 날씨가 여전히 더웠고 나는 이 버스를 타려고 1분 정도 전력질주를 했다. 땀이 많이 났다. 헐, 나인가? 헐, 이게 내 거? 아니겠지 하면서도 혹시 몰라 티 나지 않게 티셔츠를 킁킁댔다. 다행히 아니었다. 안도와 동시에 왼쪽 사람 발 밑에 놓인 스티로폼 박스를 발견했다. 저거다! 마음이 편해졌다.

집에서 물건이 없어지면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도 행방을 모른다면 아빠를 의심한다. "아빠가 어디 치운 거 아니야?" 툴툴대면서 방을 뒤집다 보면 거의 반 이상 내 품에서 발견된다. 의자 위, 가방 안, 티셔츠 아래. 방귀 뀌고 성낸 놈이 된 나는 민망함에 빠르게 짐을 챙겨 나간다.

오늘 '아, 어떤 놈이야?'를 먼저 외치고, 만약에 그놈이 나였다면(으, 생각만 해도 내가 싫다.) 혼자 얼굴이 시뻘게져 다음 정거장을 임시 목적지로 바꿨을 거다. 후각으로 배웠다. 선 내 탓, 후 안도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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