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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Hyun May 30. 2018

영국 장미

 장미의 계절 5월. 길가에 심심치 않게 장미들이 보인다. 장미는 크게 덩굴장미(Climbing Rose)와 땅 장미(Garden Rose)로 나뉜다. 덩굴형으로 벽이나 지지대를 타고 자라나는지 또는 위로 곧게 뻗어 나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도 길에 쉽게 보이는 만큼 장미는 내한성도 탁월하고 빛만 충분하다면 잘 자란다. 관리만 잘 하면 1년 내내 연속 개화한다고 한다.


 원예용으로 키우는 장미 중에 영국 장미가 그 건강함과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데이빗 오스틴(David Austin)이라는 브리더의 공이 크다. 실제로 영국에서 수입해오는 장미는 거의 '데이빗 오스틴 로즈'로 들여올 정도로 그 브랜드 파워가 대단하다. 1950년도에 취미로 장미를 키운 것을 시작으로 60여 년 동안 많은 장미들을 재배해오고 있다. 지금은 그의 아들과 손자가 농장을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다. 데이빗 오스틴 로즈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장미와 조금은 다르게 생겼다. 조금 더 동글동글하고 꽃잎 안의 주름이 곱슬거린다. 

필자가 키우고 있는 데이빗 오스틴 로즈 - 젠틀허미안 ©D.Hyun

 중성 토양 또는 약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고 하며, 습기에는 크게 약하지 않다. 빛을 좋아하지만 섭씨 30도 이상의 날씨에는 꽃 크기가 작아지니 오전에 햇빛이 드는 곳에 두면 좋다. 영국 장미의 종류는 색깔과 모양 그리고 꽃잎 수에 따라 수십 가지로 나뉘며 해마다 데이빗 오스틴 농장은 새 종류를 공개한다.

https://www.davidaustinroses.com/us/

키우고 있는 젠틀허미안은 하나의 꽃대의 끝에 여러 꽃봉오리가 자리한 형태로 꽃봉오리를 올린다. 차례대로 한송이 또는 두 송이씩 피우는데, 시들고 나면 바로 제거해 주어 다음 꽃봉오리로 영양분이 가도록 한다. 병충해 예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하나의 꽃대에 모든 꽃송이들이 지고 나면 꽤 많이 잘라주어야 다음 꽃을 피우는데 도움이 된다. 장미는 헌 가지가 아닌 새 가지에서만 꽃대를 올리기 때문이다. 


장미 가지치기 방법, 필자 스케치 ©D.Hyun
From 'Return to Cranford'

BBC 드라마 '리턴 투 크랜포드' 중에 패기 벨이 그의 부친 무덤 앞에 꽃을 내려놓는 장면, 모두 영국 장미이다. 사랑스럽고 기품 있는 형태와 컬러가 장면의 손짓에 어울려 장미스러운 장면이다. 



필자가 키우고 있는 데이빗 오스틴 로즈, 장미 봉오리에서 만개까지 ©D.hyun필자가 키우고 있는 데이빗 오스틴 로즈, ©D.hyun
꽃이 피어나는 모양, 봉오리에서 만개까지 만 하루만에 일어나는 일 ©D.hyun

꽃봉오리가 입을 다물고 3-4일 정도 통통해지는데 시간을 쓴다. 그리고는 허무하리만큼 빠른 시간, 하루 만에 만개하고 이틀 정도면 꽃은 힘을 잃는다. 아쉽지만 황홀하리만큼 장미가 계속해서 피어올라오고 만개한 동안에는 '장미꽃'이 아닌 '장미화분'을 위해 시든 꽃을 제거하기 바빠진다.

 그리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장미정원을 가꾸는 장면들을 소재로 쓰는지는 키워봐야 알 수 있다. 장미 화분만의 매력이 있다. 강인하고 털털하게 환경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강인하게 자라는 반면 꽃을 피울 때는 그 모양이 여성스럽기 이를 데 없다. 빨리 져버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피어내는 꽃은 하나의 화분에서도 저마다 모양이 다르다. 또 가드너의 가지 쳐주는 모양에 따라 꽃을 피워내는 수확량이 다르니 가드닝의 맛이 난다. 


블루밍 러브 (A Little Chaos, 2014) 중에서

블루밍 러브라고 번역된 'A little Chaos'라는 영화는 루이 14세의 최고의 정원을 만들어내는 가드너 '드 바라(케이트 윈슬렛)'의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식물들을 가지러 어떤 농장에 가서 장미들을 보며 감탄한다. 막바지에 이르러서 그녀는 왕에게 장미를 빗대어 새 왕비를 들이는 일에 지혜롭게 반대한다.

That fate awaits all roses, Sire. All roses are open to the elements, Your Majesty. They bud, bloom and fade. The rose grows entirely unaware, changing naturally from one state to another, and although the elements may treat her cruelly, she knows nothing of it and continues to her end without judgment on her beauty. Alas, it is not the same for us. If such a rose could speak, she would say: “Yes, I am here, and gave service under nature’s eye. And after me my children will be. Is there any greater contribution or more graceful end? The protection that the gardener can afford this rose from the harsh elements of change is patience, care and a little warmth from the sun

시드는 것은 모든 장미의 운명입니다. 장미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봉오리가 생기고 꽃이 피고 집니다. 하지만 장미는 스스로 자라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변해갑니다. 대자연이 장미에게 잔인할 때에도 꽃은 굳건히 버티고 미를 당당하게 지키며 끝까지 살죠. 그 장미가 말할 수 있다면 '장미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자연의 이치대로 열심히 살았습니다.'라고 할 겁니다. 이보다 아름다운 삶이 있을까요? 정원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험한 자연환경으로부터 장미를 인내심으로 돌보고 약간의 온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블루밍 러브 (A Little Chaos, 2014) 중에서

처음에 분홍색으로 피어나는 젠틀허미안은 시간이 감에 따라 청초하도록 백색이 짙어진다. 


필자가 키우고 있는 데이빗 오스틴 로즈 - 젠틀허미안 ©D.Hyun


필자가 키우고 있는 데이빗 오스틴 로즈 - 젠틀허미안 ©D.Hyun

꽃이 만개하면 장미는 입을 벌려 벌들에게 꿀을 내어준다. 벌들은 엉덩이와 다리에 꽃가루를 함박 파묻히며 한참을 취해있다. 아름다움을 피어내고 누군가는 배 불리고 그로 인해 열매를 맺어가는 대자연의 공식은 숭고하다. 이 아름다움에 르누아르도 가득 취해 있었던 듯 그는 꽤 많은 장미 그림을 남겼다.


(왼쪽) The Three Roses (오른쪽) The Bouquet of Roses, Pierre Augste Renoir
(왼쪽)Rose Forest,  1870-1873 © Zenodot Verlagsgesellschaft mbH (오른쪽)Rose Vase,
Rose Vase, Pierre Augste Renoir, 1905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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