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증이 재발하여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고생하고 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의연히 대처하고 있지만 증상이 오래가는 건 처음이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니 만사가 귀찮고 힘들다. 한편으로는 지금껏 해왔던 일들의 무게가 어쩔 수 없이 가벼워지니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졌고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일상에서 손을 놓으니 아무 생각이 없다. 증상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잦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감정은 그저 몸이 느끼는 반응일 뿐이니 감정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자. 결과적으로 보면 슬픔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며 일종의 발산發散이므로 내 몸이 원하는 대로 허용해 주자. 그 끝에는 또 다른 감정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감정은 그저 오고 갈 뿐 오고 간 그 자리는 늘 고요하다. 그러니 오가는 감정의 흐름에 내맡기면 된다.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 왜 하늘의 빛나는 점들에는 프랑스 지도의 검은 점처럼 닿을 수 없을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듯이 우리는 별에 다다르기 위해 죽는다.” -빈센트 반 고흐
“검은색을 쓰지 않는 밤 풍경화”를 그리고자 했던 반 고흐. 고흐에게 밤은 어둠과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 낮에는 결코 볼 수 없는 다채로운 빛을 띤 신비롭고 매혹적인 시간이었다. 그의 밤 풍경이 유독 빛나는 이유는 어쩌면 어두운 삶을 아름다운 빛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그의 간절함이 온전히 작품에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