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키 작은 나무로 알려진 암매岩梅는 ‘돌에 핀 매화’라는 뜻으로 바위에 바짝 달라붙어 자라는데 꽃이 매화와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빙하기를 거치면서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식물이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1급인 암매가 한라산 백록담 부근에 자생하고 있다 하니 그렇게 높지 않은 한라산이 왜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고작 2-3cm의 몸을 지녔으면서 나무라는 호칭을 얻은 암매는 억겁의 세월을 절벽 바위에 몸을 숨긴 채 화려하게 피고 지기를 멈추지 않는다. 또한 향기도 없어 그 어느 누구도 유혹하지 않고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폭풍 같은 세월을 안간힘으로 버티는 천상天上의 꽃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인신난득人身難得’이라 하여 사람 몸 받아 태어나는 일이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데 암매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