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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경 Jun 18. 2022

재회

-월정리 바다에서

출렁거리는 심장은

온통 물빛 파도가 되어

붉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반년의 시간을

묵연히 기다려준 그대는

아무런 질책 없이 날 품어주고

      

새들은 잘 왔다고

하늘가에 환영의 깃발을

나부끼다 사라지니

      

하늘과 바다가 만나

둘로 나눌 길 없는 월정은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쪽빛 미소를 짓는다  

    

/      


반년만의 재회이다. 두려움이 바다보다 더 커서 멀리했던 시간들...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미소를 띠며 아무런 질책 없이 날 품어준다. 월정리 바다는 또 이렇게 덤으로 큰 선물을 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이며 이 세상에서 받은 선물을 어떻게 다시 돌려줘야 할 것인지를 묻는 마음을...  

   

- 작년에 맡았던 애들 중에 계속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찾아온 꼬마 철학자와 교환일기를 쓰고 있다. 이번에는 역할을 바꿔보자고 제안했더니 며칠 뒤 박노해의 시 그림책 '푸른빛의 소녀가'와 주제 3개  중 하나를 선택해서 글쓰기를 하라는 미션을 주었다. 주제가 살짝 당혹스러워서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가 지금 바다 앞에서 파란 빛깔의 표지를 찬찬히 내려다봤다.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책 읽기 전까지 생각했던 것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중 한 문장이 유독 가슴에 들어왔다.

"난 내게 전승되고 간직해온 이 사랑의 불을 지구별의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어야 해요."

오늘 월정리 바다에서 꼬마 철학자의 3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돌아간다. 꼬마 철학자는 나를 이끈 스승이었다.   

주제 : 박노해의 '푸른빛의 소녀가'를 읽고 3개의 질문 중 하나를 택해서 이유와 함께 쓰기
1. 지구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무엇일까?
2. 만약 지구를 떠날 수 있다면 떠날 것인가?
3. 현재 내가 소망하는 것과 나의 기도는 무엇인가?
[박노해 시 그림책 '푸른빛의 소녀가' / 카페 벽에 걸린 월정리 바다 그림]


# 재회 / 2022. 6. 18.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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