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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앤 Oct 08. 2022

지구수호일지 프로젝트 (4)

지구를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루루네 프로젝트 "지구 수호 일지"

2022. 10. 8. 토요일      


책마루 어린이 도서관_ 책 읽어주기 활동 /환경. 생태 그림책     


책마루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을 만나 그림책 읽어주기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1월에 시작하여 어느덧 10개월째 접어들었다.

나는 환경, 생태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보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과 느낌, 여러 피드백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싶었다.      


책마루  관장님께서는 요즘 여러 기관에서 행해지는 그림책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보다 각종 독후활동이나 책놀이 프로그램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음을 말씀하시며, 그런 현상을 안타깝게 여기시고, 그런 방향을 지양하시며, 온전히 그림책에 빠져들고, 그림책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를 원하셨다.     

나는 환경, 생태 그림책을 보고 난 후 아이들과 느낀 점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독후활동을 생각해서 갔지만, 관장님의 말씀을 듣고 독후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책마루의 방향성에 공감하고, 존중하기로 했다.      


/


오후 4시가 되면 책마루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둥그런 장소에 둥그런 소파들을 맨 뒤로 몰아넣고 아이들의 자리를 준비한다. 나는 맞은편에 작은 의자를 두고 책 읽어주기를 준비한다.



책마루 _그림책 읽어주기 활동

오늘은 7~8명이 모여 앉았다.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었다. 물론 우리 루루남매와 그들의 친구 2명을 데리고 왔으니.

4살부터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아이들의 엄마 2분도 함께 자리해 주셨다.




처음으로 읽어준 그림책은 <플라스틱 섬> 제목에서부터 환경에 대한 짙은 표현이 느껴진다.

그런데 붉은 부리의 까만 새가 눈에 확 들어온다.  아이들에게 이 새의 표정이 어때 보이냐고 물어보았다.

슬퍼 보여요. 귀여워요.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아이들에게 지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지 물었다.

조금 큰 아이들은 알고 있다고 하고, 어린 친구들은 모른다고 한다.      

이렇게 귀엽고 앙증맞은 아이들에게 플라스틱 섬이라는 책 이야기를 들려주려니 괜스레 마음이 무겁다. 책 선정을 살짝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알록달록한 플라스틱이 가득한 섬. 바다에 떠밀려온 각종 쓰레기들.

그 쓰레기가 물고기인 줄 먹고, 뒤집어쓰고, 끼여 들어가는 해양 생명체들..     

왜 많은 새들이, 많은 동물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지, 이 그림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새들이 먹어야 할 물고기들 수 조차 줄어드는 생태계의 파괴를 말해준다.


루신이는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를 새들이 먹고, 또 인간들이 먹게 된다면서 결국 모두가 플라스틱을 먹게 된다고 말을 했다. 책을 본 아이들은 동물들의 기괴한 풍경 그림을 유심히 관찰하고 바라보았다.

왜 내가 낯부끄럽고 슬퍼지는지.      


쓰레기가 분해되는 평균시간이 몇백 년 이상 걸린다는 얘기,

플라스틱은 결국 미세 플라스틱으로 이 지구에 사라지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엄마들에게 말을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하게 되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두 번째 그림책은 <거인에 맞선 소녀, 그레타>라는 그림책이다.

2019년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 운동가로 알려진 그레타를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이다.      

숲을 사랑하는 그레타. 그 숲 마을에 거대한 거인이 들어와 건물과 공장, 자동차 등을 짓고 도시를 건설하여 숲을 파괴하게 되었고 동물들이 그레타에게 간청하자 그레타는 피켓을 들고 거인에게 맞서 1인 시위를 하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보던 소년이 함께 피켓을 들고, 점점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거인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결국 거인들은 작은 그레타와 많은 무리들을 쳐다보게 되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며, 숲이 망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으며 앞으로 달라질 것을 약속한다.

정말로 거인들은 그렇게 한다. 그래서 숲은 다시 예전 모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어가며 아이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숲을 지킬 수 있을까?


가장 어린 남자아이가 당당하게 말을 했다.

“ 씨앗을 많이 심으면, 나무가 자라요!”

나는 어린아이의 당당하고 똘똘한 대답에 감탄을 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심지어 책 읽기 전에 피곤하여 짜증을 내던 상태였는데!)    



아이들 중 몇몇은 첫 번째 책을 다 읽으면 중간에 집중력이 흐려져 나갔다가, 두 번째 책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다시 자리에 돌아와 집중해서 듣는다.     나는 그런 아이들의 자유로운 행동을 제제하지 않고 그냥 둔다.

듣는 아이가 있으면 끝까지 읽어준다. 재미없다고 하거나 다른 것에 흥미가 생기면 가도 된다고 한다.

이렇게 책을 보고 듣는 행위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접하고 부담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관장님께서도 책 읽는 것에만 더 중심을 두시고자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몇 명이 빠져나간 상태였지만 끝까지 집중 있게 다 들어준 아이들이 있었고, 그 아이들도 금세 집중력이 상실되는 모습이 보여서 책을 덮고 바로 마무리를 지었다.     





환경과 생태에 관한 그림책을 책마루 아이들에게 앞으로도 읽어주고 싶고, 또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관장님께 말씀드렸다. 가만히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던 관장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공포심을 유발하는 기후 위기 교육을 듣는 아이들은 어느 순간 좌절감과 무기력, 책임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된다고.

따라서 아이들에게 환경 문제를 접근할 때는 공포와 책임보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하셨다.      


너무나 맞는 말이었다. 두려움과 공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처럼

우리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사랑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자연과 생명을 긍정적으로 친밀하게 가르쳐야 한다.

디지털 게임과 돈으로 쇼핑을 하며 노는 것밖에 모르는 아이들에게 내가 사는 마을과 지역의 자연을 맘껏 누리고 그 안에서 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책마루에서는 그런 취지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지역의 ‘만경강 생태체험’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만경강의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려주고, 우리에게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태보전의 중요성을 직접 오감으로 느끼고 배우게 하였다.      





책마루 환경 기획 전시



나는 ‘지구 수호 일지’ 프로젝트의 방향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어른들에게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의 경이로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교과서적인 대답으로써 어떤 당위성이나 의무감이 아닌, 마음으로 우러나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먼 곳에서가 아닌 나와 가장 가까운 우리 마을, 우리 지역에서부터 자연을 느끼고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혼자가 아닌 우리 이웃들과 함께 연대하며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책마루 도서관을 나와 아이들과 놀이터에 갔다.

울긋불긋 얼룩덜룩,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뭇잎들이 바닥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떨어진 지 오래된 낙엽들은 만지거나 밟으면 과자 부서지는 소리처럼 바삭바삭거렸다. 아이들은 낙엽을 밟으며 즐거워했다.

여자아이들은 나무 밑에 떨어진 나뭇잎들과 길쭉하게 동그란 작은 열매를 주워 모았다. 바닥에 버려진 플라스틱 과자 통에 담아 소꿉놀이를 했다.

남자아이들은 부러진 나뭇가지를 들고 무사가 되어 싸움 놀이를 했다.     

주변에서 나무와 나뭇잎과 열매와 돌멩이로 상상하며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나도 이 고마운 자연으로 동물들을 만들며 놀았다.







다음번 책 읽어주는 시간에는 아름다운 생태, 고마운 자연에 대한 그림책을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이 가을을 하루하루 만끽하고, 아이들과 누리도록 해야겠다.

지구에게 고마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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