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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Aug 13. 2019

검은달걀과 다문화 신문

중학교 시절 쓴 다문화 신문과 차별에 대하여





"검은 달갈이든, 흰 달걀이든, 주황 달걀이든 속은 다 같은 달걀 아닌가요?"


이 단편 소설의 명확한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윗 문장도 생각나는대로 적었다. 엄마가 매달 사준 독서평설 한 켠에 실려있었고 나는 이 소설을 매우 인상깊게 보았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주인공인 아이는 이주민 노동자의 아들로 한국인 친구들보다 피부색이 검었다.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외모라는 이유로 아이를 놀렸다. 아이는 친구들과 '같아지고 싶어' 표백제로 얼굴을 씻어내렸다. 그 장면을 본 아버지는 너무나도 슬펐다. 그는 계란 한 판을 산다. 그리고는 밤새도록 검은 유성매직으로 껍질을 칠한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아들의 학급에 찾아가 말한다. '이렇게 검은 껍질을 가진 계란도, 주황색 달걀도, 흰 달걀도, 결국은 다 같은 달걀이에요.'라고.


사실 줄거리를 쓰면서도 눈물이 살짝 났다. 윤미래의 '검은행복'이 생각나기도 한다. 눈에 띄게 다른 외모를 가진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학급에서 소외되기 쉽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솔직하기 때문에 그저 '다른 것에 다르게' 반응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평생남는 아픔으로 남을 것이다.


이 소설은 내가 중학교 시절 작성한 '다문화 신문'의 소재였다. 이 소설의 감상문과 엄마 고향인 토쿠시마현을 소개하는 글로 다문화 신문을 채웠다. 그러고보면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꽤나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교육청의 지시거나. 아무튼 일본에 간 지 6년은 흐른 때였으므로 엄마 고향에 대해 생각할 동기가 없었는데 좋은 기회였다. 기억이 맞다면 이 신문으로 은상을 탔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반화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누군가에겐 offensive할 수 있다. 어쩌면 나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 혼혈로서 겪은 나의 경험이고 현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솔직하게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나는 겉으로 보았을 때 일본인이라는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말투가 어눌하지도 않다. 이전편에서 말했듯이 어릴 적 놀림받기도 했지만, 평생을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경험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는 어머니가 일본분인 혼혈이라고 하면 부럽다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이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국에 일본에 대해 논하기가 참 난감하긴 하지만, 어쨌든 일본은 공인된 선진국이다. 그렇기에 차별의 시선이 적었고 어쩌면 더 떳떳하게 나의 엄마와 국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한국은 소위 '개발도상국' 출신 부모로 이루어진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 너무 가혹하다. 위의 검은 달걀을 보라. 저것이 소설에서 그치는 이야기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인상깊게 읽은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저)'이라는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아이들은 '다문화'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더 많이 떠올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떠올리는 '다문화'는 아마 대다수가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이 아니었을까. 단순히 나만의 생각인가?


이런 이야기는 당사자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서 오랫동안 부정적인 방식으로 차별당해오지 않았기에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눈에 보인다. 나는 겪지 않았고 왜 저 소설의 주인공은 겪어야하는가. 부정적인 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수 많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그 차이는 결국 부모가 한국보다 또는 한국만큼 발전한 나라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요즘 아이들은 우리 민족이 단군 아래 단일민족이라는 식의 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국사 시험을 위해 외우기 바쁜 말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확실히 말도 안된다. 이 땅 한반도에는 예전부터 다양한 민족이 오갔고 그 경향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는 그냥 모두 다르다. 국적이 좀 다르다고해도 그것도 다름의 한 부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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