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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Aug 26. 2019

저도 일본어 잘하고 싶어요

일본 혼혈의 비루한 일본어 실력





"오, 그럼 일본어 잘해?"

"우와, 일본어 한 번 해봐!"


내가 일본 혼혈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상대가 위와 같은 질문이나 요구를 건넨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나는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다. 마치 모델 한현민이 나이지리아와 한국 혼혈이지만 영어를 못하는 것처럼(나이지리아 공용어는 영어이다). 이 점은 내게 큰 아쉬움이다.


나는 어릴 적 일본에 있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댁에 자주 드나들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방학 때마다 한 달 정도 그 곳에 머물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언니가 일본에 가고 싶지 않다고 전했고, 우리 가족은 일본에 발걸음을 끊었다. 초딩 언니를 혼자 한국에 둘 순 없으니. 점차 한국 생활과 한국어가 내 삶을 채워갔으므로 일본어는 자연스레 잊혀졌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언니는 외할머니 집에 있던 일본 인형이 무서워서 가기 싫었단다. 이유가 생각보다 단순했던지라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억울하다. 나보다 한국어를 잘 하는 엄마 탓(?)에 일본어와 점차 멀어진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그 억울함을 풀고자 중학교에  입학한 뒤 일본어 학원에 다녔다. 그러나 한자의 장벽 앞에 굴복하고 말았다. 대학에 와서도 일본어 공부를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항상 한자에게 무릎을 꿇었다(항상 언젠가를 기약하며 JLPT 책을 책장 구석으로 치우는 패턴). 일드는 심야식당 빼고는 내 스타일이 아닌지라 잘 보지 않는다.


다행인건 일본어를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말은 못 꺼내도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과거의 기억이 남아있는걸까. 그래서 아주 가끔이지만 엄마와 외할머니의 통화를 엿듣기도 하고, 그 수화기를 건네받아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언젠간 아기 시절처럼 하하호호 웃으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엄마랑 일본어로 이야기할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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