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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Dec 26. 2019

내 외가는 일본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의 추억



얼마 전 나는 이모가 됐다. 너무도 당연하게 가족 단톡방에서 조카의 사진을 주고받았다. 일본에 계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도 조카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당신들에겐 스마트폰도 공유기도 없었다. 80대가 넘으신 두 분에게 스마트폰은 사용도 어렵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겨우 사진 몇 장에 정보격차 비슷한 것이 꿈틀대는 게 싫었다. 언니에게 받은 조카 사진을 인화했다. 한 부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 한 부는 언니에게로 해서 두 부를 인화했다(사심가득 펭수 짤도 추가). 곧 엄마가 일본으로 택배를 보낼 예정이다. 어릴 땐 일본에서 오는 택배가 더 많았는데 이제는 일본으로 보내는 택배만이 남은 것 같다.



어릴 적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본 과자, 일본 옷 등을 택배로 보내주셨다. 지금은 세계과자 할인점이 많아서 일본 과자를 접할 기회가 많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기에 즐거움이 컸다. 요즘도 과자를 살 때면  ‘오 이거 어릴 때 많이 먹던 건데!’ 하면서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특히 나는 ‘쿠로 아메’(흑설탕 사탕)을 좋아했다. 가끔 오락실에 들러 게임을 할 때도 옛날 생각이 난다. 방학마다 일본에 가면 당신들은 우리 삼남매에게 몇 백엔을 꼭 쥐어주었다. 그러면 우리는 기쁘게 백화점 오락실로 달려가 동전을 넣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삽으로 사탕을 퍼서 판때기 위에 뿌리면, 판이 밀리면서 사탕이나 피규어가 떨어지는 게임이었다. 어찌나 재밌던지 그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줄도 몰랐다. 나중에  엄마와 우스갯소리로 ‘그 돈을 모았으면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저금만 했다면 이런 추억은 남지 않았겠지.



한편 조카 사진을 인화하고 나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에게 스마트폰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사진을 주고 받을 정도로 스마트폰이 익숙하신 건 아니라고 하니 인화해둔 사진이 무용지물은 아니게 됐다. 다만 새로운 문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할아버지의 회복을 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노년층에게 스마트기기란 낯설고도 무서운 것이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던 택배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것이 바뀐다. 내리사랑에 마냥 즐거웠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당신들의 안위와 행복을 걱정하는 내 모습에서도 그 변화를 느낀다. 얼른 돈 많이 벌어서 좋은 것도 사드리고 효도하고 싶은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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