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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인선 Moon In Sun Jan 14. 2024

육아는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불을 건너는 거야.'

책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독서기록(1) 마흔에 쓰는 육아일기


엄마로 사는 건 어떤 거야?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로 산다는 건 말야.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불을 건너는 거야.’ 


말해놓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천국은 내 두 팔 안에 있다. 

그러나 발아래엔 불길이 넘실거리고 있다. 

나는 무서워진다. 

혹시라도 놓치면 다 타버릴 테니까.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다. 


끝은 언제야?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 

두 다리가 녹아서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 해?



책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의 

백은선 작가의 수필 <돌려받는 사랑>의 한 부분입니다.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불을 건너는 일. 


육아는 정말 그렇죠. 

작가는 어떻게 이런 엄청난 표현을 쓸 수 있을까요. 


나쁜 것이라도 묻을까 애지중지 아끼는 마음과 숱하게 엄마를 찾는 아이에게 시달리는 고단함. 천국과 지옥처럼 하루에도 두 개의 감정이 왔다 갔다 합니다. 엄마를 찾다가, 엄마에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떼를 쓰다 울며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 에휴- 그냥 해줄 걸 그랬나. 싶은 마음, 내일은 좀 더 다정하게 대해줄게, 하고 다짐하는 마음이 매일같이 반복되며 흐릅니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참 고단한 일이었는데, 육아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고단함. 

여기서 엄마들은 자주 허무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외출복을 갈아입자는 나의 설득과 내복을 입고 어제 새로 꺼낸 구슬 장난감 놀이를 하겠다는 아이의 고집 사이에서 아침이 시작됩니다. 


“오늘 생일 파티가 있대. 가서 케이크도 먹고, 초코 과자도 먹어야지!” 

간신히 설득당한 아이가 티셔츠를 입네요. 

엉덩이를 퐁퐁 두드리며 유모차에 태우고 어린이집으로 출발합니다. 


매일 같은 아침. 

무엇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아이는 콩나물처럼 쑥쑥 커가고, 아기가 커가는 동안, 저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 보기로 다짐합니다.






21개월 아기를 안고 다시 책을 읽는 일상.

읽다 보면, 쓰다 보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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