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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디 May 05. 2024

혼자 커피에 몰입하는 나만의 방법

오롯이 커피 그 자체를 음미하기 위해

차를 즐겨 드는 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바지만 함께 마시는

사람의 수가 적어야 차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

객(客)이 많으면 시끄러워지고 차의 은은한 매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초의선사(艸衣禪師. 1786∼1866)도 그의 <동다송(東茶頌)>에서 밝히고 있다.

『차를 마시는 법은 객이 많으면 수선스럽고 수선스러우면 아늑한 정취가 없어진다.

홀로 마시면 신묘하고, 둘이서 마시면 좋고, 서넛이 마시면 유쾌하고,

대여섯이 마시면 덤덤하고, 칠팔 인이 마시면 나눠 먹이와 같다』


나는 홀로 거처하기 때문에 혼자서 차를 마실 때가 많다.

혼자서 드는 차를 신묘(神)하다고 했지만, 그 심경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길이 없다.


법정스님 '다선일미'에서 발췌



저는 법정스님의 다선일미라는 글을 참 좋아합니다.

읽는 내내 '차'라는 단어대신 '커피'로 자연스레 바꾸어 읽어도 그 의미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카페에 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저는 핸드드립 커피 그 자체를 마시러 가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핸드드립을 더 잘 즐기기 위한 저만의 방법이 생겼습니다.

법정스님께서 언급하신 신묘함을 느껴보는 방법!

이를 나누어 봅니다.


1. 방문시간

 - 가급적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선택합니다.

 - 내가 주문에 사용하는 시간도 짧아지고, 커피 내리는 사람이 덜 집중해서 내릴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2. 자리

 - 카페공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구석자리를 좋아합니다.


3. 의자 (쿠션,좌판크기, 기울기)

 - 약간의 쿠션감 : 딱딱한 의자보다는 약간의 쿠션감이 있는 의자를 선호합니다.

 - 양반다리할 수 있는 좌판 크기 : 좌판크기가 너무 작은 의자는 불편하기 때문에 가급적 좌판이 넓은 자리를 선호합니다.

 - 수평 좌판 : 좌판 기울기는 수평인 의자가 좋아요. 기울기가 있으면 저는 조금 불편합니다. 


4. 의자 팔걸이

 - 저는 종종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걸 좋아해서 팔걸이가 방해될 때가 있어요.


5. 핸드드립 원두 고르기

 - 주문 전에는 커피 향을 먼저 맡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환경을 선호합니다.

 글자로 무슨 향, 무슨 맛.. 이런 것보다는

 내가 직접 향을 맡아보고 좋아하는 향을 선택하는 게 더 좋으니까요.

 (글자로 작성되어 있는 향들을 제가 다 알지도 못합니다.)

 원두 판매대가 있다면 원두 향을 맡아보기도 합니다.


만일 시향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직원에게 추천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서 제 취향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취향인 가볍고 단맛이 나는 커피를 추천해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부탁을 합니다.

"혹시 향을 한번 맡아볼 수 있을까요~?"라고,

향을 맡아보고 괜찮다면 주문하고ㅜ

혹여 원하는 향이 아니라면 

"좀 더 가벼운 커피는 없나요? "

"이것 보다 좀 더 진한 커피는 없나요?" 

등 취향을 찾아가는 질문을 합니다.


원두를 잘 아는 바리스타라면 다른 걸 찾아주기 시작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사람이 덜 몰릴 때 가는 걸 좋아합니다^^)


6. 커피 추출 구경

 - 핸드드립 하는 과정을 지켜봐도 되는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게 안된다면 멀리 서라도 곁눈질로 바리스타가 어떤 모습으로 핸드드립하는지 보곤 합니다.

 - 추출할 때 집중하며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집중하는 분도 있는가 하면,

옆 사람과 수다하면서 커피 내리시는 분도 있습니다.


당연히 내 커피에 집중하여 내려주는 곳이 더 좋습니다.


7. 커피 서빙

 - 커피를 내어 줄 때, 자리로 가져다주는 카페가 더 정감이 갑니다.

진동벨처럼 직접 가져가는 것보다 대접받는 기분이 들더군요^^.


대게 이런 경우 빈 잔과 서버를 분리해서 주는 경우도 있는데,

따뜻한 커피의 경우 잔이 데워져 있는지도 봅니다.


8. 잔

 - 디자인보다는 잔의 두께가 얇은지를 먼저 봅니다.

 두께가 얇을수록 마실 때 입을 덜 벌려도 되어

 좀 더 세밀하게 좀 더 커피를 느낄 수 있습니다.


9. 커피 향 맡기

 - 향으로 먼저 커피 음미해 봅니다.

잘 내린 커피는 원두상태의 향이 커피에 잘 담겨 있습니다.

(참고로 향이 좋은 커피가 있고 맛이 좋은 커피가 있습니다.)


10. 마시기

 -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봅니다.

이 맛은 이렇고 저렇다 하는 것보다

커피의 맛이 주는 그 자체를 느끼며

법정스님께서 언급하신 '신묘'함을 조금이나마 느껴봅니다.


참고로 따뜻한 커피가 식으면 전반적으로 커피 특유의 신맛이 도드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11. 한잔 더?

 - 커피가 맛있어서 한잔으로 아쉬웠다면, 다른 종류의 커피도 마셔봅니다.


신묘함을 느끼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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