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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하라 Dec 16. 2021

(4) 창업은 어떻게 공부할까?

글로벌창업학사를 졸업한 외로운 창업학도의 창업 공부


 전공이 어떻게 되세요?


 이렇게 묻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나의 전공이란 아마도 패션학과 같은 가죽 공예와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학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나는 가죽공방을 운영하는 공방장이므로) 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직업과 전혀 관련없는 학과를 나왔거나. 나는 드물게도 내 직업과 관련은 있지만 모두가 예측하지 못한 전공이다.


디자인 학과라면 제품을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었을까.


 글로벌창업학과


 지금은 복잡한 다른 이름의 학과로 이름을 잃었지만 내 전공은 어엿한 글로벌창업학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창업을 할 생각으로 내내 창업 특강이며, 창업 캠프며, 창업 대회며 쏘다니며 사업계획서를 수없이 고쳐쓰던 나는 대학은 갈 생각이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어떻게 돈을 벌어 자본금을 마련해 창업을 할지가 고민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인생의 한 번 뿐인 대학생활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열혈한 조언을 하셨다. 가까운 대학에 글로벌창업학과가 신설된다는 소식에 냉큼 원서를 넣은 것이 시작이었다.


 글로벌창업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얕고 넓게 배운다. 창업에는 경제, 경영, 회계, 정치, 심지어 유행과 통계, 프레젠테이션 등 필요한 기본적인 스킬이라는게 많다. 얼만큼 배울지는 본인의 역량이지만 얕게는 전공과목으로 배울 수 있다. 그중 창업을 하고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례분석 수업의 경험이었다. (의외로 사업계획서는 몇 번 쓰지 않아도 졸업한다. 나는 여러번 썼지만.)


 유명한 대기업, 성공사례부터 실패사례까지. 교수님이 직접 경험한 사례라면 더 좋다. 기업이 어떻게 성공하고 실패했는지는 사실 정답이라고 할 정석이 없다. 그래도 사례를 놓고 분석하고 성공과 실패의 요인을 궁리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이때 성공과 실패의 요인은 외부에도 오기도 내부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끌고 고치며 사업을 계획하는 요령을 알아가는 것이다.


나는 성공 사례일까 실패 사례일까.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애플은 어떻게 부도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했는가? 노키아는 왜 제자리를 잃고 실패했는가? 또는 자본금 5천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김모씨는 2억을 대출받아 베트남에서 웨딩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1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 5억의 대출을 갚아야했다. 김모씨는 왜 실패했을까?


 더 구체적인 자료와 예시를 들어 수업이 진행된다. 저마다 성공과 실패 요인을 궁리하고 생각한 바를 발표한다.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가느냐는 본인의 개성과 통찰력, 관심과 노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창업을 원하는 창업지망생으로 창업을 공부했지만 나는 대학 공부에 열정적이지 못했다. 그래도 장학금을 받고자 싫은 공부는 억지로 삼키고, 좋은 공부만 신나서 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막연한 걱정이 있었다. 이렇게 배워서 창업을 할 수 있을까? 창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모든 대학공부가 그렇듯이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배움이란 많지 않다. 학사 공부란 더 그렇다. 일단 목차를 주욱 읽어주는 과정에 지나지 않다. 이제 목차를 알았으니 구체적으로 그 소제목에 부합하는 내용을 알아가는 것은 학생의 몫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이라는 실전에 부딪치며 배운 사실이다.


 창업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사례분석 수업을 추천한다. 생활을 하면서 공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들면 집 근처에 자주가는 개인 카페에 대해 분석해보는 것이다. 인테리어는 어떤지, 메뉴는 어떤지, 직원이 있는지, 위치는 어떤지 등등. 즐겁고 유익한 습관이다. 재료가 되는 자료는 겉으로 보이는 매장과 직원의 태도일 수도 있고, 주가와 재무상태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얻는 경험치로 따지자면 사실 실전만한게 없다.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큰 점만 감수한다면 창업을 직접 해보는게 빠를 것이다. 내 사업을 하는게 삶의 목표라면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직접 경험해보고 자신의 사례를 분석해보는 것도 공부가 된다.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가죽 공부도 창업에 필요하다면 창업 공부가 아닐까.


 사업계획서를 써보고 재무상태표를 채울 줄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대학 4년 학사과정 동안 피하려면 피할 수 있다. 대부분 조별과제니 조장에서 떠넘기면 그만이다. 게다가 과제 양식만 전달 받고 구체적인 작성 방법이나 예시는 없는 경우가 많다. 일단 채워보고 피드백을 받는 식이다. 창업을 하면서도 사업계획서나 재무상태표는 쳐다도 보지 않고 사업자를 내곤 한다. 결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필사적이지 않으면 채우기 힘든 서류다. 일단 채우고 고치면 된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경험해보자. 서류는 많이 써보고 피드백을 받을수록 요령이 생긴다.


첫 사업계획서란 나의 얄팍한 접시 스케치처럼 내용이 부실할 것이다.

 

 창업을 공부한다는 것은 참 생소한 일이다. 창업에는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다. 상업 고등학교를 나온 나는 그런 점에서 매우 유리했다. 회계만 해도 재무회계, 세무회계, 전산회계까지 미리 배우고 경제 과목을 매학기 배웠으니까. 사업자를 내고 첫 분기 부가가치세 신고 정도는 쉽게 했다. 요즘에는 주변 지인들의 세금 신고를 도와주고 있다. 모두가 창업을 공부하고 시작하지는 않기 때문에 때로는 창업 전공생이었기 때문에 창업에 유리하다고 느낀다.


 창업은 취업이나 진학처럼 한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창업이 취업이나 진학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창업을 배우지 않고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경제와 경영 공부는 필요한데 요즘 학교에서는 이런 과목을 통 가르치질 않는 것 같다. 하다못해 자산, 부채, 비용은 구분할 줄 알아야 가계부를 쓰지 않을까. 창업을 굳이 할 생각이 없더라도 창업 공부는 즐겁고 얻는것이 많으니 기회만 있다면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공부에는 정답이 없다. 그리고 할당량 따위도 없다. 유익할 때도 있고 가끔은 발목을 잡힐 때도 있다. 하지만 관심사를 공부하는 일은 매우 즐겁고 경험에 도움을 준다. 창업 공부도 그렇다.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당장 하자. 굳이 창업학과를 나올 필요는 없다. 경험자의 말이니 내킨다면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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