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엄마랑 다퉜다
"너는 내일 애들이랑 같이 집에 가라."
굳은 표정의 엄마가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말했다. 우리가 소리치며 싸운 직후였다. 추석 명절을 맞아 서울 친정집에서 아이들과 머물고 있었다. 집을 떠나온 지 5일 째였다.
이렇게 오래 머물게 된 건 이유가 있다. 몇 주 전이었나, 10일이나 되는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남편과 고민했다. 기간을 절반으로 나누어 상대가 아이를 돌보는 동안 각자 시간을 보내자고 결정했었다. 그렇게 인고의 육아 독점이 끝나고 드디어 다음 날이면 나의 자유가 시작되는 것이다.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서울에 좀 더 머물며 부모님과 시간도 보내고 여기서만 열리는 수영 강습에도 참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머물며 숙소로 쓰려고 했던 본가의 주인, 엄마가 이야기한 거다. 더 머물지 말고 내일 네 가족들과 돌아가. 일정은 알아서 조정하든 말든.
싸움은 시작은 사소했다. 점심때 프라이팬에 LA 갈비를 굽는데 조금 탔던 모양이다. 사실 고기 자체는 별로 안 탔는데 아마 묻어있던 양념이 늘러 붙고 탄 것 같았다. 평소 같으면 그런 흔적들은 전부 설거지해서 없애지만 그날따라 바빴다. 아이들이 밥을 게 눈 감추듯 먹고는 빨리 나가 놀자고 성화였다. 그래서 그대로 두고 나갔다 왔다. 그랬더니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그 흔적을 보고 잔소리를 시작했다. 고기를 태웠냐고.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태웠느냐고. 탄 고기가 얼마나 몸에 안 좋은데!
참고 참다가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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