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서도 성실을 찾는 사람들

돌보지 않는 성실함

by 미지의 세계

아이 둘을 낳고 이명 증상이 생겼다. 처음엔 귀에서 삐이- 하길래, 무슨 소리인가 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특히 잠을 잘 못 자거나 피곤할 경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런 소리가 들리는 걸 보고 알았다. 이 소리는 나에게만 들리고 있단 것을 말이다. 언젠가, 나보다 먼저 이명을 앓았던 선배에게 현재 상태를 말했더니 그가 조언해 줬다.


"그거 빨리 치료해야 해. 갈수록 잡기가 어려워."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의사를 보러 가거나 약을 먹지 않고 병을 그대로 두고 있다. 확신이 없다. 무슨 확신이냐면, 이 병이 정말 병인가, 의사에게 선보일 만큼 뚜렷한가에 대한 확신이다. 치료의 당위성을 따지고 있는 게 좀 이상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잠을 잘 못 자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보통 새벽에 깨서 투정 부리는 아이들을 달래다 잠이 깨버린다. 하지만 사실은 혼자 핸드폰을 보다 그런 적도 많다. 유튜브도 보고, 글도 좀 읽고, SNS를 돌아다니며 생산적인 일과는 거리가 먼 시간을 흘린다. 만약 내가 새벽 내내 인터넷을 떠도는 짓을 그만두고 잠을 푹 잤더라면 이명 따윈 겪지 않지 않았을 것만 같다. 그러니까 결국은 이명이 내 불성실한 삶의 방식 때문에 나타났다고 느낀다. 그런데 그 방식을 고치지 않고 의사에게 찾아가는 게 온당한가 싶다. 만약 물리적으로 아팠거나 소리가 심하게 들리면 또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작은 소리로만 종종 들리니 그만큼 치료를 향한 절박한 마음이 들지 않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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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리랜서 방송인, 현직 남매 엄마이자 과학해설사.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해요. 매일 검열하고 싸우면서 문장을 써요. 그래도 결국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글쓰기를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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