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던 거 하다 보니

by 미지의 세계

명절 직전 주에 수영 강습을 가는 길은 유독 힘들었다. 운동을 소홀히 한 지 벌써 2주가 넘었다는 걸 그날에서야 실감했다. 숨이 차지도, 근육이 땅기지도 않던 나날들. 몸은 편했지만 어딘가 양심이 찔렸다. 오랫동안 굴러간 적 없는 바퀴를 억지로 굴리는 기분으로 물에 들어갔다. 팔은 무겁고 다리는 둔했다. 겨우 한 바퀴를 돌고 나서 숨이 턱 막혔다.


'예전엔 이 정도쯤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조급한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한 달 전 기록을 살펴봤다. 오전엔 헬스를 하고 곧장 수영을 했다. 오후에는 요리를 하고 집안일을 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다시 그렇게 해보겠다고 덤볐다가 사흘 만에 몸살이 났다. 감기 기운에 끙끙 앓으며 누워 있으니 서러움이 올라왔다.


'왜 예전처럼 못 하지....'



몸은 쉽게 편한 쪽으로 기운다. 명절을 보내며 그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아이들과 숙소를 잡고 지내며 매일 사 먹는 음식과 호텔 이불에 익숙해졌다. 돌아와 보니 쓰레기통을 비우고, 기름기 적은 반찬을 만들며 집안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 유난히 버겁게 느껴졌다.


잠들기 전, 오래 비어 있던 집을 정리하고 불을 끄는데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문을 열었을 때 맡았던 익숙한 집 냄새가 마음을 붙들었다.


“아, 집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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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리랜서 방송인, 현직 남매 엄마이자 과학해설사.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해요. 매일 검열하고 싸우면서 문장을 써요. 그래도 결국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글쓰기를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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